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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목소리 담은 글쓰기 수업
‘진짜 내이야기' 책 만들기 수업
2020-07-24 14:37:23최종 업데이트 : 2020-07-26 13:39:3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진짜 내이야기 책 쓰기 수업이 열린 작은 책방

'진짜 내이야기' 책 만들기 수업이 열린 작은 책방

"초등학교 5학년 때 1988년 5월 4일 초등학교 다닐 때 운동회를 마치고 오락실에 갔다오다가 지하도 말고 횡단보도로 산업도로를 건너려고 서 있던 중, 파란불이 되자마자 재빠르게 쏜살같이 뛰어서 건너려다가 때마침 오던 직행버스가 저를 못 보고 지나치는 바람에 저는 거의 100미터가량 나가떨어지게 되었어요. 그리하여 지금의 뇌 병변 장애인이 되었답니다. 그 후 병원에서 뇌 수술 2번을 하고 1년 반가량 재활치료를 하고 퇴원을 한 뒤 집에 와서 있었어요."
 

글쓰기 수업에 오신 호매실장애인복지관 회원분들

글쓰기 수업에 오신 수원시지체장애인협회 회원분들


이처럼 담담하고도 진솔하게 써 내려간 자신의 인생을 담은 글 한 편은 울림이 크다. 마흔 네 살 서달영 님의 글이었다. 수원시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의 글쓰기 요구에 따라 '진짜 내 이야기 책 만들기' 라는 수업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수원시지체장애인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열지 못하고 있지만 회원들의 배움과 소통의 욕구는 강렬했다. 모임을 하지 못하여 강좌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7월 13일 수원매탄동에 있는 '랄랄라하우스' 책방에서 첫 수업을 하였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총 12주에 걸쳐 7명의 회원들이 글쓰기를 배우고, 자신의 인생을 쓴 글을 모아 책을 출판하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어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어요

참가하신 분들은 대체로 후천적인 사고에 의해 장애인이 되신 분이었다. 어린 시절 꿈도 많고, 학교 다니면서 뛰어놀고, 자신의 인생을 펼쳐나가던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해 장애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글을 쓰면서 자신을 반추하고, 자기 안의 소망을 펼쳐나가는 계기가 된다.
 
이날 참가하신 분들은 "글을 처음 쓰는데 제가 쓸 수 있을까요?" 라고 말하며 고민을 했다. 첫 수업은 '숫자로 글쓰기' 라는 테마로 진행했다. 숫자로 말하는 나의 인생이다. 태어난 해, 나이, 집 번지수, 수술 횟수, 나이와 가족 수, 돈의 액수나 신체 사이즈 등. 숫자로 말할 수 있는 나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숫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을 기본으로 글을 써야 한다. 수업 시간에 쓴 글을 토대로 과제를 내어드렸는데, 전원 과제를 제출하였다.
 
글쓰기가 재미있어진다고 하시는 분들 덕에 수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글쓰기가 재미있어진다고 하시는 분들 덕에 수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60대 장성연 님은 "나는 글을 못 쓴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쓸 게 자꾸만 생각났다"고 말했다. 한 편만 제출해도 되는 숙제임에도 불구하고 서너 편을 연달아서 쓴 회원도 있었다. 그만큼 글쓰기의 재미를 단번에 느낀 1것이다.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진 수업도 재미있다고 하였다. 장애인이라 갈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고, 책을 자유롭게 보는 것도 불편하다. 그러나 책방에서의 수업을 하면서 공간이 주는 힘도 컸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책을 써 나간다. 책 자체가 한 사람의 인생인 셈이다.
 
김춘봉 수원시지체장애인협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회원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가 빗발치고 있다. 글쓰기 수업을 하고자 하는 회원들도 많은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글을 쓰는 삶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꼭 끝까지 완주하셔서 책도 내시고, 출판기념회도 해서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수원시장애인식개선센터에서 주최하게 된 것이다. 우만동, 탑동, 영통, 오목천동, 율전동 등 다양한 동네에서 참가하신 분들은 수업시간에 늦지도 않고 출석도 빼먹지 않는 열의를 보였다. 그만큼 간절하고 재미있다는 뜻일지 모른다.
 
강의는 김소라 작가의 강의로 이뤄지며, 전현희 강사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전현희 강사 역시 "수업에 참여하면서 제가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배운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울컥하며 감동의 연속이다. 장애인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배워나가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되었다고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안주하는 것이 아닌, 좀더 넓은 세계에서 가능한 일들을 찾아 인생을 살아가는 분들의 모습에 감명받았다. 주어진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 그것에서 의미를 찾아 세상에 기여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김소라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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