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수원문화재 야행으로 행궁의 가을밤이 무르익었어요
작년과 다르게 방역과 거리두기 속에서 차분히 진행돼...
2020-10-27 09:48:40최종 업데이트 : 2020-10-27 09:48:31 작성자 : 시민기자   권미숙

행궁광장 신풍루 앞 풍경. 포토존 너머로 야행을 즐기려는 관람객들이 보인다.

행궁광장 신풍루 앞 풍경. 포토존 너머로 야행을 즐기려는 관람객들이 보인다
 

'야행'은 올해로 네 번째 맞는 수원의 대표적인 여름축제다. 예년과 달리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진 축제가 가을이 되어서야 열렸다. 사전예매를 한 사람에 한해 입장을 허용하고 관람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여 행사장 방역 지침을 시행했다. 사전예매표의 수도 작년의 절반으로 줄이고 현장예매도 전혀 시행하지 않아서인지 붐비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긍정적 키워드 속에 웃고있는 얼굴

긍정적 키워드 속에 웃고있는 얼굴


드넓은 행궁광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한 쪽 구석에 세워진 커다란 영상화면이었다. 이 미디어작품의 이름은 로, 이재형, 박정민 작가가 참여했다. 화면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수원 시민의 SNS 데이터로 이루어져 그 내용이 긍정적인 내용이 많으면 웃는 표정이 되고 부정적인 내용이 많으면 슬픈 표정이 되었다. 한참을 서서 지켜보니 어두운 표정 속 키워드로는 '위안부, 조두순, 피해, 범죄, 폭력, 성매매' 등과 같은 것들이 보였다. 반대로 밝은 표정 속 키워드로는 '희망, 노력, 웃으면서, 진심, 괜찮아' 등이 있었다.       

2020 수원문화재 야행(사진/수원시청 이동준)

2020 수원문화재 야행(사진/수원시청 이동준)
 

발길을 돌려 신풍루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반긴 것은 LED볼 포토존이었다. 화성행궁 앞 명당수 하마비 주변에 꽃들이 활짝 피어있었다. 진달래 같기도, 무궁화 같기도 했다. 과연, 말을 타고 이 곳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뜻인 하마비(下馬碑)가 세워져 있을만한 곳이었다. 꽃밭을 배경삼아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종종 보였다.

화성행궁 중양문에는 반가운 공중전화박스가 있었다. <수원 70년, 시간여행 – 과거로 전화를 걸다> 프로그램으로 194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수원에서 일어났던 주요 사건을 영상콘텐츠로 만들어 보여주는 자리였다. 관람객들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후 한 사람씩 공중전화박스 안으로 들어가 원하는 연도를 선택하여 버튼과 #을 누르면 (예를 들면, 1981#) 해당 영상이 중양문 화면에 보이고 수화기 너머로는 그에 해당하는 설명이 들린다. 기자는 1982년의 수원이 궁금했고, 그 당시의 수원은 야간통금이 해제되었다고 한다. 
2020 수원문화재 야행(사진/수원시청 이동준)

2020 수원문화재 야행(사진/수원시청 이동준)


성남에서 수원야행을 즐기러 왔다는 성남초등학교 2학년 김동현 어린이는, "1957년이 궁금했는데, 옛날 여행을 갔다 올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고 말하고 이어서 김태경 어린이는, "6.25전쟁 중이었던 1952년이 궁금해서 다녀왔어요. 수원에 놀러오니 재미있고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시간여행을 다녀온 소감을 전해주었다.
 

행궁광장 맞은편에 있는 여민각도 하나의 작품이 되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소망의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수원 시민의 염원이 깃든 여민각과 종을 오브제로 재해석한 프로젝션 맵핑 작품이다. 여희재 맵핑작가가 참여했다. 맵핑(mapping)이란, 물체의 표면에 그림을 입혀주는 작업으로 여민각에 사용한 프로젝션 맵핑은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여 변화를 줌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다.(출처 : 위키백과) 종의 4면에 '인인화락(人人和樂)', '수원위본(水原爲本), '호호부실(戶戶富實)', '세방창화(世邦昌華)' 글귀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올해 야행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야로(夜路) 프로그램인 '행궁 소리길 프로젝트'였다. GPS사운드 시스템과 웹 사이트를 활용한 가이드 투어로, 화성행궁 일대와 행궁동, 그리고 야행에 전시된 모든 작품들에 대한 해설을 들려준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QR코드를 찍거나 웹주소로 접속만 하면 된다.(http://soundart.swcf.or.kr)

화면이 실행되면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걷기 시작한다. 이때 위치 정보사용에 동의를 해야 이용 할 수 있다. 야행 작품이 있는 장소 혹은 행궁에 도착하면 GPS가 인식해 자동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장소가 나올 때까지 흥겨운 음악이 나온다. 사운드 아트를 들을 수 있는 장소는 무려 35곳으로 화성행궁부터 남문 로데오 청소년공연장까지 범위가 꽤 넓었다. 야행이 끝나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957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있는 김동현어린이

1957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있는 김동현어린이


율천동에서 온 방소영 씨는, " 미디어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지금 현재 올라오는 시민들의 키워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람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3년째 야행을 관람하고 있는데 올해 행사가 많이 축소되어 아쉬워요. 그렇지만 오히려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던 점은 좋았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어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관람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며 야행을 관람한 전반적인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 19로 거의 모든 행사들이 주춤한 요즘, 올해의 야행은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하마터면 만나지 못하고 보냈을지도 모르는 축제였는데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어서야 만났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어느해보다 ​​​​더 정이 가고 애틋했다. 밤빛 품은 화성행궁의 처마 끝자락마다 깊은 가을달빛도 함께 서려 있었다. 2020 수원문화재 야행(사진/수원시청 이동준)

2020 수원문화재 야행(사진/수원시청 이동준)

수원문화재야행, 수원축제, 행궁광장, 야행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