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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으로 날아든 쓰레기…어려운 시기에 서로 조심
노력하는 사람 기운 빼서는 안될 일…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해야
2020-03-16 12:11:02최종 업데이트 : 2020-03-16 14:08:0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화영

공원으로 재활용품들이 날아오고 있다. 언뜻보면 새같기도 하다.

공원으로 재활용품들이 날아오고 있다. 언뜻 보면 새 같기도 하다.

지난 주말인 14일 공원에는 사람이 많았다. 각 가정에 머물면 가장 좋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코로나19가 국내 발병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각자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능한 최선의 절제하는 생활을 해왔을 것이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의 마음은 집 안에서도 그리 편하지 않다.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아파트 위층의 소음으로 힘들어하는 아래층은 물론이고 위층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다. 활동적인 아이들의 움직임을 계속 제지해야 하는 어려움, 아래층 이웃에게 미안한 마음. 계속 집에만 있기도 어렵고 실내의 쇼핑몰 같은 곳보다는 야외가 더 안전할 것 같다. 다들 비슷한 마음 아니었을까.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맑은 날씨였다. 오랜만의 바깥 공기에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는데 낯선 풍경이 보였다. 하늘에서 무언가 나풀나풀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림 같은 파란 하늘에 휘리릭 날아다니는 하얀 물체. 처음에는 새라고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종이였다. 정확히는 종이 쓰레기. 한참을 바라보았는데 바람이 강했던 탓인지 공원 안 이곳저곳 넓게도 퍼졌다.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에도, 갈대가 우거진 습지에도, 아기 오리가 쑥쑥 크고 있는 호수 안에도.

공원 곳곳에 재활용품이 떨어져있다. 자세히 보면 아이의 학습용 문제집 같은 것이다.

공원 곳곳에 재활용품이 떨어져있다. 자세히 보면 아이의 학습용 문제집 같은 것이다.

재활용쓰레기는 공원 안 호수에도 흩어졌다. 저 곳의 쓰레기는 어떻게 치우는 것일까.

재활용쓰레기는 공원 안 호수에서도 볼수있다. 저 곳 쓰레기는 어떻게 치우는 것일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공원 안에 떨어진 쓰레기는 아름답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아이들이 푸는 문제집 프린트, 나도 많이 이용하는 마트의 배달 영수증 등 생활 쓰레기였다. 정확히는 종이류 재활용품이라 해야겠다.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인근 공사장에서 날아온 것이 아니라 어느 가정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인다.

믿을 수 없지만 강풍에 텐트까지 공원으로 날아왔다.

믿을 수 없지만 강풍에 텐트까지 공원으로 날아왔다.
 

조금 후에는 더 믿기지 못할 일도 생겼다. 하늘에서 텐트가 공원으로 너풀너풀 날아온 것이 아닌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업(up)'이라는 만화영화가 있다. 어느 노신사가 자신의 작은 집에 풍선을 매달고 세계를 여행한다는 이야기이다. 현실에선 하늘에서 검은색 팝업 텐트가 강풍에 휘리릭 날아왔다. 공원으로 날아오는 텐트는 동화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만큼 비현실적이기는 했다. 공원을 산책하던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스러웠으나 다행히도 인근 수풀 지역에 떨어졌다. 사람들이 약간 비명을 지르기는 했다.
습지로 직접 들어가서 텐트를 걷어내는 공원 관리자분의 모습

습지로 직접 들어가서 텐트를 걷어내는 공원 관리자.
 

기자의 아이도 텐트 폴대에 맞을 뻔한 터라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 관리사무소에 신고 하니 관리자가 도착할 때까지 그 장소에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다.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서 온 쓰레기일까, 왜 이런 게 공원으로 날아오는 것일까. 처음에는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으나 금새 동질감도 들었다.

만일 가정에서 텐트를 친 거라면 아마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위한 것 아니었을까. 거의 한 달째 밖으로 놀러가지도 못하고 친구들도 못만나고 갇혀있는 아이들. 종이류도 비슷할 것이다. 분리수거를 위해 잘 모아둔 것인데 어쩌다 보니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었고 공원으로 날아갈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잘못은 확실하지만 고의가 아니고 약간 부주의했다는 것 아닐까. 나의 생활이라고 뭐 크게 다를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공원 관리자분이 도착했다. 텐트를 얼른 치우기 위해 계속 뛰어온 것 같았다. 텐트가 안착한 곳은 사람들의 통행이 금지된 습지 지역이다. 땅과 호수의 경계로 수풀이 우거져서 육안으로는 어디가 땅인지 알 수가 없는 곳이었다. 관리자는 가쁜 숨을 고를 새도 없이 펜스를 넘어 습지로 들어갔다. 조심스레 땅을 살피며 텐트를 걷어냈다. 실제 사람이 들고 있는 것을 보니 텐트는 적지 않은 크기였다. 사람이 맞았으면 어쩔 뻔 했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공원 곳곳에 흩어진 종이 쓰레기를 줍는 관리자분의 모습. 자신의 일이라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사양하신다.

공원 곳곳에 흩어진 종이 쓰레기를 줍는 관리자의 모습. 자신의 일이라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사양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공원 전체에 흩어진 재활용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을 만났다. 워낙 바람이 많이 분 탓에 공원 이곳저곳에 하얀 종이들이 흩어져있었다. 왠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내 앞의 종이도 몇 장 주워다 건넸다. 그랬더니 한사코 만지지 말라며 얼른 가라고 한다. 침이 묻어있을지도 모르니 매우 위험하고 자신의 일이니 괜찮다는 것이다. 아마도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비말이 묻었을까봐 염려하는 것 같았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어려운 시기에 나의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물론 개인이 맡은 사회적 역할이 다르고 각자의 생업이긴 하나 고마운 마음을 느끼는 것은 비슷할 것 같다. 기자가 직접 마트에 가지 않아도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배송해 주는 배송 기사, 여러 항의와 많은 업무량에도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사, 그 외 전염병의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는 일선의 인력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나의 작은 부주의가 사회 전체에 폐가 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기운을 빼서는 안될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개인 위생에 더 힘을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지키는 것. 다른 사람들의 어려운 일들에 비하면 참 쉬운 일이라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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