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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끝에 단비가내려 농작물이 생기가 돋았네
도시농부들의 즐거움은 무럭무럭 자라는 농작물에 있다
2020-05-18 09:10:35최종 업데이트 : 2020-05-20 15:54:49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홍당무(앞쪽)와 당근이 단비를 맞고 싹이 돋아났다

홍당무(앞쪽)와 당근이 단비를 맞고 싹이 돋아났다

5월은 농촌에 일손이 바쁜 달이다. 농부들은 밭작물을 심어놓고 한참 모내기를 해야 하는 시기에 봄 가뭄이 두 달이 넘게 계속돼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진 가운데 단비가 내렸다. 밭작물은 해갈이 되었으나 모내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도시농부가 된 기자도 오랜만에 단비가 내려 와우리 주말농장에 가봤다. 지난 4월 하순에 씨를 뿌린 홍당무와 당근이 봄 가뭄으로  물을 줘도 싹이 나지를 안 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내린 단비를 맞고 싹이 움쑥 돋아났다.

자연의 이치는 참 오묘하다. 몇 차례 물을 줘도 안 나던 싹이 비 온 뒤에 죽순(竹筍) 나오듯 움쑥 싹이 돋는다. 어른들 말씀이 퇴비를 주는 것보다 비 한 번 맞는 것이 낫고 물을 열 번 주는 것보다 비를 한번 맞는 것이 낫다는 말씀이 딱 맞는다. 채소도 가뭄에 물을 주면 시드는 것만 면하지 생기가 없다. 그런데 비 온 뒤에 가보면 채소들도 움쑥 크고 파릇파릇 생기가 돋는다. 비의 성분을 알아보니 질산과 암모니아, 이산화질소, 미량의 철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도시 농부들의 주말농장을 보면 대부분 두둑을 큼직하게 만들고 비닐을 씌우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작물도 두둑 한 가운데다 고추 등을 일열로 한 가지씩만 심는다. 이듬해 봄에 비닐을 걷어보면 흙이 찰떡처럼 굳어져 있다. 햇볕과 바람이 통해야 흙도 살아나는데 비닐을 씌우고 농사를 진다.

 

농부들이 봄에 트랙터로 논이나 밭을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년 내내 굳어진 땅을 뒤집어 흙을 부드럽게 해 줘야 씨앗이나 모종이 뿌리를 잘 내릴 수 있고 흙속에 묻혀있는 각종 세균을 햇볕에 소독을 시키고 흙속에 공기가 통하도록 숨통을 터주는 3 투 작용 효과 때문이다. 그런데 두둑을 만들어 비닐을 씌우면 토양도 망 가지고 토지 이용률도 낮아 작물도 몇 가지밖에 심지를 못한다.

 

기자는 밭 15평에 상추, 쑥갓, 아욱, 고추, 가지, 부추, 열무, 배추 등 20여가지를 심었는데 옛날 어른들이 하던 자연농법으로 밭농사를 짓는다. 옛날 어른들의 농법을 보면 지혜로움을 알 수 있다. 콩이 자라면 콩 밭에 얼갈이 무와 배추 씨앗을 뿌려 놓는다. 그늘 밑에서 연하게 자란 콩밭 무와 배추를 뽑아다가 김치를 담거나 물김치를 담아 먹었다. 여름에 열무김치에 보리밥을 비벼먹거나 잔치국수에 얹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주를세운 고추옆에 얼갈이 배추가 잘 자라고 있다 (왼쪽 밭두둑)

지주를세운 고추옆에 얼갈이 배추가 잘 자라고 있다(왼쪽 밭두둑)

밭 두둑을 평평하게 만들어 한 두둑에 여러 가지를 심어 활용하면 임대한 평수보다 면적을 넓게 이용할 수 있다. 밭 두둑 한편에는 고추, 토마토, 가지를 일열로 심고 그 밑에 얼갈이 무와 배추 씨앗을 뿌려놓았다. 두둑 하나에 5섯가지를 심은 것이다. 씨앗은 일주일쯤 되면 발아가 된다. 순차적으로 발아가 되기 때문에 일찍 나온 것은 한 뼘  길이만큼 자랐다.

 

먼저 자란 것을 솎아다가 겉절이를 담았다. 들기름 한수저를 넣고 밥을 비벼 상추에 싸 먹으니 다른 반찬 필요 없이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 얼갈이 무, 배추는 한 번만 씨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싹이 손가락 두 마디만큼 자라면 옆에다 또 씨앗을 뿌려놓는다. 순차작으로 씨앗을 뿌리면 3 모작 4 모작도 갈아먹을 수 있다. 얼갈이 무는 여름에 더위를 식혀준다고 해서 일명 '열무' 또는'열무김치'라고도 한다.

지주를세운 가지옆에 얼가리 무가 자라고 있다(오른쪽 밭두둑)

지주를세운 가지옆에 얼가리 무가 자라고 있다 (오른쪽 밭두둑)

한국인들의 밥상에는 김치가 기본이다. 요즘은 묵은 김치는 시큼하니 궁둥 내가나 맛이 없다. 얼갈이 무나 배추, 시금치를 뽑아다가 겉절이를 담아 먹으면 상큼하니 입맛도 잡는다. 월동한 시금치, 부추, 돌나물, 취나물과 봄에 씨앗을 뿌린 상추, 쑥갓, 아욱, 얼갈이 무, 배추 등 5월 반찬이 풍성하다. 6월에는 고추, 오이, 가지, 감지, 호박 등도 밥상에 오르게 된다.

 

이제는 심어놓은 농작물에 웃거름도 주고 가물을 때 수분 관리만 잘해주면 6월부터는 10여 가지의 반찬거리가 나부터 갖다 잡수세요 하고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자라 주인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뿐인가 간식거리로 노란 빨간 대추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려 눈길을 끌 것이고 옥수수도 수염을 붉게 물들여 나두요 할 것이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집콕만 하는 것보다 밭에 나가면 시원한 콧바람도 쏘이고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는 농작물도 보고 풀도 매 주고 물도 뿌려주다 보면 일에 취해 두세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른다. '물고기의 즐거움은 깊은 물속에 있고' '새의 즐거움은 깊은 숲 속에 있다' '도시농부의 즐거움은 무럭무럭 자라는 농작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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