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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세월 인정하는 마음 자세
60대의 남성들, 설거지 하는 일을 취미로
2013-01-29 11:08:18최종 업데이트 : 2013-01-29 11:08:18 작성자 : 시민기자   권혁조
부부동반 친구들 모임에서 진담 같은 농담, 아니 농담 같은 진담이 오가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그 농담 같은 진담을 말한 친구는 요즘 말로 하도 희귀해서 '박물관에서 연락 올 정도'였다. 
이날 모임에서 식사를 하면서 소주잔도 오가던 와중에 이 친구가 갑자기 왁짜지껄 시끄럽던 좌중에 손을 내저어 조용하게 한뒤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이 든 주부들 사이에 영식이, 삼식이라는 말이 나도는데 그게 뭔지 말해줄께. 하루 한끼도 집에서 먹지 않는 사람은 영식님이라고 해서 가장 환영받고, 한끼만 먹는 남자를 부르는 이름은 한식이, 밥 두끼를 먹는 남자를 두식이 놈이라고 한 대. 그런데 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는 사람을 삼식이 새끼라고 하는데 아마도 삼식이 새끼는 요즘 퇴출대상이라네. 푸하하하. 재밌지?"

이 친구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유머를 혼자 알고 있다가 굉장히 큰 아량을 베풀듯이 우리에게 특별히 알려주는 고급 유머인양 말하며 스스로 대견해 하는 듯한 웃음까지 지어 보였다.
그런데 다 같이 박장대소, 파안대소 할줄 알았던 좌중의 친구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아예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했다.

웃자고, 유머라며 말한 친구가 무안한 지경이 되어 잠시간의 짧은 침묵이 흐른 뒤, 이유가 곧 밝혀졌다.
좌중에 앉아 있던 다른 친구가 "얌마, 너는 그 유머를 이제서 알고 이야기 하냐? 나온지 벌써 5년은 지난거야. 쟤는 이민 갔다 왔나, 짜식"이라며 핀잔투로 말하자 오히려 이 친구의 말에 동의한 좌중이 다같이 박장대소 했다.

어쨌거나 그 영식이, 삼식이라는 말은 나이 먹고 수입도 넉넉지 못한 고령 세대를 풍자하면서 우리의 중장년층을 자극하는 씁쓸한 유머라는데는 다같이 공감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 유머는 쓸모가 없어진 퇴직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평생 가족들 뒷바라지해온 주부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죽 지겨웠으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하는 점이다. 

그것도 정말 이미 4-5년전에 나온 유머이고 보면 이제사 그 유머를 알게 된 친구도 꽤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그 친구를 받아주는 친구 아내도 무척이나 심성이 착한 축에 드는것 같다. 그렇게 결혼한 친구가 복(?) 받은거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아버지 밑에서 엄하게 배우고 자랐지만, 늦은 나이가 되어 보니 세상은 180도 달라져 버렸다. 권위와 가부장적 모델이 중요한건 아니지만 약간 억울한 측면도 없는건 아니다. 

한때 산업화의 역군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그간 자신 스스로들의 미래를 위한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 한 채 밀려나게 된 게 화근이랄까.
사회생활을 큰 무리 없이 마무리한 것에 대한 안도감은 물론이고, 이제 오랜만에 맞이하는 자유로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 곳에 있는 가정의 모습은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변해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놀고, 아내는 아이들과 똘똘 뭉쳐 나름대로의 성을 구축해 놓았다. 
그래서 60대의 남성들은 외롭다? 서글프다? 우울하고 고독하다? 아니다. 그런 현실을 인정할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요즘 은퇴자들이 아닌 30대, 40대 남자들중에 설거지를 하는 사람은 흔하고, 요리를 배우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변화된 세월 인정하는 마음 자세_1
변화된 세월 인정하는 마음 자세_1

예전엔 아내가 돈을 벌어도 남편이 가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남성들도 정년으로 바깥에서의 역할이 없어졌다면, 젊은 맞벌이 부부들처럼 집에서 설거지도 하고 방 청소도 하며 가사를 분담하는 것은 이치에 맞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자라면서 "남자는 부엌 출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들으며 배운 걸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쉽지 않고, 생각보다는 번거로운 부엌 일을 따라 하기가 여간 성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낡고 우스꽝스러운 사고방식 빨리 버려야 한다. 과거에 남자가 불알 떨어지게 부엌에는 왜 들어가냐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듣고 배웠지만, 그건 쌍팔년도 이야기일뿐이다. 정말 그렇게 행세했다가는 삼식이 새끼가 되기 십상인 세상이 되었다.

지금 40대, 50대는 당연지사고 60대조차도 자기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밖에 없다. 특히 40대, 50대는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사고의 스위치를 하루빨리 변경시켜야 한다.
부엌에 왜 들어가냐는 사고방식으로는 급격히 고령화 되어 사회 관습이나 문화마저 바뀌는 세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나중에 고독한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면 외톨이가 되고, 외톨이의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심지어 그게 사회뿐만 아니라 가정내에서도 적용되는 원리라는 사실, 우리 60대 남성들이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이제는 부엌에 가는 일을 취미 삼고, 진공청소기 돌리는 일은 장난감 다루며 놀이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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