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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지독한 홈쇼핑 사랑
2013-01-17 12:06:54최종 업데이트 : 2013-01-17 12:06:54 작성자 : 시민기자   오승택

홈쇼핑에 중독 된 주부들이 많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읽었다. 전업주부들의 비율이 높다 보니 TV에서 많이 나오는 홈쇼핑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집은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홈쇼핑에 빠지셨다. 사람의 눈과 귀를 만족 시켜 주는 홈 쇼핑광고 들은 한번 보면 빠져 나올 수 없는 블랙홀과도 같다. 

홈 쇼핑에서 나오는 음식들의 광고는 품질부터가 다르다. 두둑한 고기 육질이 씹히는 돈가스부터, 기름이 좔좔 흐르는 양념 갈비들이 눈을 호강 시키면서, 음식을 맛깔스럽게 먹는 광고 연기자들을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있다.

아버지의 지독한 홈쇼핑 사랑_1
아버지의 지독한 홈쇼핑 사랑_1

이뿐만이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조리 기구들은 다기능으로 되어 있고, 집에 것과 차이를 드러낸다. 계란 후라이를 하나 먹기 위해서 기름을 양껏 두른 뒤에 프라이팬에 계란을 깨지만, 결국에는 덕지덕지 계란이 붙어서 안 떨어지기 일쑤다. 하지만 홈쇼핑 광고 속 프라이팬은 무슨 짓을 해도 깨끗함을 유지한다.

기름 한 방울 두르지 않아도 계란이 절대로 붙지 않는 신기한 프라이팬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광고 속 전화번호를 누른다. 마치 집안 물건들이 하나같이 골동품처럼 보이고 '바꿀 때도 됐지..'라는 합리화를 시킨다. 

그렇게 하나 두 개씩 홈쇼핑 물건을 사다보면 어느새 창고는 홈쇼핑 물건들로 가득 하게 된다. 요즘 아버지가 홈쇼핑 광고 속 물건들에 열광을 하고 계신다. 

일일이 산 물건들을 열거할 순 없지만, 대충 지금까지 산 것만 해도 엄청나다. 스프레이 썬 크림, 봉으로 된 걸레자루, 먼지를 제거 해 주는 먼지자루, 한꺼번에 고기와 소시지 그리고 김치를 구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넓고 길쭉한 고기불판, 블랙헤드를 저기 해주는 미용기구, 등산화 세트, 겨울에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기모 정장 바지, 스마트폰 등등 아버지가 사신 물건들이 집 안에 넘쳐 난다.

아예 아버지가 홈쇼핑 광고를 보실 수 없게 원천 차단 봉쇄를 할 방법을 생각하지만 도무지 생각이 안 나서 아직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홈쇼핑 회사 측에서 한 회원 당 한 달에 쇼핑을 할 수 있는 횟수를 지정해 줬으면 좋겠지만 이것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홈쇼핑 광고 속 물건이라면 좋다고 맹신 하는 아버지와, 홈쇼핑 광고 속 물건들은 별로 좋지 못하다고 불신을 하는 가족들의 대립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만 사라고 하는 가족들과 새롭고 실용적인 물건들이 나오면 일단 집중부터 하시는 아버지를 말릴 수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아버지가 사신 홈쇼핑 물건들이 그럭저럭 쓸 만하다는 것이다. 

고기불판도 일주일에 한번 씩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고, 등산화이며 바지도 잘 사용하고 계신다. 봉으로 된 걸레자루는 허리가 안 좋으신 엄마가 일어선 상태에서 걸레질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바닥을 닦을 수 있다. 하나라도 불필요한 걸 사셔서 집 안에 공간만 차지하는 물건이라도 보이면 바로 반박에 들어가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물건을 찾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사신 물건이 죄다 유용하다고 해서, 아버지의 홈 쇼핑 사랑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왜냐하면 충동구매를 하시기 때문이다.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이라도 홈 쇼핑 광고만 보게 되면 사야 될 것만 같은 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요즘에는 광고 콘셉트들이 기발해졌다. 

차라리 집 안에 있는 TV가 고장이 나서 아예 아버지가 홈쇼핑 광고를 보실 수 없으셨으면 좋겠다. 아니면 우리 집만 따로 홈쇼핑 채널이 안 나오게 하는 방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아버지! 홈쇼핑 중독에서 어서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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