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겨울이 되어서야 나눈 단풍잎 책갈피
2013-01-17 23:53:21최종 업데이트 : 2013-01-17 23:53:2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유미
올 가을 유난히도 단풍이 곱다고 느껴서 인지 나는 길을 걸을 때면 꼭 두꺼운 책 한권을 가지고 다녔다. 
고운 낙엽들을 잘 압축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도 아직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것을 손대지 않으리라, 낙화되어 바닥에 떨어진것만 주으리라 다짐하며 하나 둘 씩 줍기 시작한 것이 어느 덧 100장에 가깝게 되었다. 
은행잎은 은행잎대로 단풍잎은 단풍잎대로, 이름 모를 붉은 잎들은 그들만의 색깔들이 단풍 하나하나가 모두 달라 그 매력에 빠지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가을의 나의 방은 그야말로 단풍 천지 그 자체였다.

겨울이 되어서야 나눈 단풍잎 책갈피_1
겨울이 되어서야 나눈 단풍잎 책갈피_1

이 많은 낙엽들을 어찌해야 이 모습 그대로 간직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고전적 방법인 책갈피였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였다. 
한달 가량 책갈피 사이에 낙엽들을 끼워놓고 기다리다 수분이 사라지고 얇게 압축되면 즉시 코팅지로 코팅하고 펀치로 구멍을 뚫어주어 사용하면 되었다. 

사실, 이런 낙엽 책갈피는 처음 만들어보는지라 주워온 즉시 코팅을 하였다. 처음에는 오히려 말렸던 것들보다 선명한 색상을 자랑하여 그날 하루만에 20개가 넘는 낙엽을 즉시 코팅해버렸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은 채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본디 낙엽이 머금고 있던 수분에 코팅지가 벌어지거나 물이 차 곰팡이가 피어 썩어버린 것이다. 때문에 나는 반품 아닌 반품을 자발적으로 실행하며 그 사이 만났던 이들에게 다시 새로운 책갈피를 주겠노라 약속을 했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다 바싹 말려야 한다는 어머니의 한 말씀에 한 달을 기다린 것이다.

하루 이틀은 매일같이 생각하며 책을 펼쳐 잘 말려지고 있는지 확인하다 열흘 정도가 지나서는 깜박 잊고 있던 낙엽들을 다시 떠올린 것은 그로부터 한 달하고도 이틀이 지나서였다. 그렇게 약 한 달이란 시간동안 책 사이사이에서 인고의 과정을 거친 낙엽들을 펼쳐본 순간 나는 꽃잎들만큼이나 아름다운 낙엽들에 환호성을 질렀다. 

하나하나 코팅지에 끼워넣고 정성스럽게 손으로 코팅을 하며 만들다 보니 앞으로 10년 동안 책갈피 걱정 없이 살겠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이 책갈피들을 주변에서 항상 나를 응원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친구, 회사 동료들, 가족, 가까운 친지들을 비롯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고도 아직 20개 가까운 책갈피를 가지고 있다.

고작 떨어져있는 낙엽을 잘 말려 코팅하였을 뿐이것만 받는 사람들은 마치 루비나 값비싼 보석을 받은 것처럼 기쁨에 들뜬 환호성을 질렀고, 내 덕분에 평소에 안 읽던 책을 집어들었다며 고맙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나 또한 작은 일에 수십번의 감사의 인사는 물론 아직 남아있는 낙엽들을 만지작 거리다보니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겨울이 되어서야 나눈 단풍잎 책갈피_2
겨울이 되어서야 나눈 단풍잎 책갈피_2

아직 만나지 못한 이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낙엽들이 열쇠꾸러미처럼 보관되어 있다.
얼마 전 겨울산에 올랐다 하얀 눈에 덮힌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하얀 바탕이 마치 도화지 같아 2013년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기대하며 산을 내려왔었다. 

비록 가을을 훌쩍 지나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이 되어서야 이 고운 낙엽들을 배달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하얀 눈의 계절이야말로 이 아름다운 낙엽들의 빛깔을 뽐내기 좋은 계절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낙엽 책갈피를 배달하고 있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추천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