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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 타며 놀던 소복하게 눈쌓인 고향이 그리워
2013-01-02 16:25:48최종 업데이트 : 2013-01-02 16:25:48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우연히 TV를 켰더니 휴대폰 광고가 나왔다. 광고의 메시지는 귀뚜라미 소리였다.
처음에는 저게 무슨 광고인가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광고의 본래 의미를 알고는 저으기 놀랐다.
원래 귀뚜라미 소리는 휴대 전화를 통해서는 소리를 전달할 수 없다고 한다. 전화기를 만들때, 우리가 서로 의견 교환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서로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3300HZ까지의 음높이만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 반면에 귀뚜라미 소리는 보통 6500Hz 정도의 고주파음이기 때문에 전화기를 통해서 전해 들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 휴대폰 광고는 그 한계를 뛰어 넘었다는 의미로, 제품의 우수성 강조하는 것이었다.
휴대폰으로는 어렵다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다 보니 오래전 각 가정에서 한동안 뻐꾸기시계가 유행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뻐꾸기 시계 한 대 정도는 가정의 벽면에 걸려 있어야 좀 산다는 느낌을 주었기에 모든 가정들이 뻐꾸기 시계를 장만하는 것을 큰 일로 여길 정도였다.

당시 우리 집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이 시계가 없었는데, 우리 집에 들르신 고모부님이 우연히 집에 뻐꾸기시계가 없다는걸 아시고는 즉시 장에 나가 하나를 사다가 걸어 주셨던걸로 기억이 난다. 
신기하게도 시간만 되면 문을 열고 나온 뻐꾸기가 뻐꾹 뻐꾹 소리를 내는데 영락없이 진짜 산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였다. 뒷산에서 우는 진짜 뻐꾸기인지, 아니면 시계에서 내는 뻐꾸기 소리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였다. 
지금도 그래서 누군가의 휴대폰 컬러링에서 뻐꾸기 소리를 들을 때면 고향에서의 정취에 포근히 안기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새롭기만 하다.

최근 며칠간 눈이 펑펑 쏟아지다 보니 승용차 가지고 출퇴근 하시는 분들, 버스와 택시 기사님들은 좀 힘드시겠지만, 하얀 눈이 그림처럼 쌓인 고향의 겨울을 떠올려 보는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정취를 만끽하게 해준다.
이젠 기억에서조차도 희미해진 70년대 초반, 온 마을이 초가로 덮혀있던 고향의 풍광. 동무들과 뛰어놀던 작은 골목과 언덕, 그리고 동구밖... 시리고 튼 손을 입으로 호호 불어 가면서도 참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눈길에 뛰어 나와 괜히 컹컹거리며 짖어대던 커다란 개조차도 그때는 다같이 하나가 된 동무들이었다. 

썰매 타며 놀던 소복하게 눈쌓인 고향이 그리워_1
썰매 타며 놀던 소복하게 눈쌓인 고향이 그리워_1

그때의 겨울은 유난히 춥기도 했다.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도 추위의 정도는 예나 지금이나 대체로 엇비슷한데 시골에 살다 보니 난방이 잘 되는 도시에 비해 추위를 더 느꼈던건 아니었나 싶다.
한겨울에 세숫대야를 들고 부엌으로 가면 엄마가 데워진 물 한바가지 부어준다. 펌프가 있는 마당에 나와 찬물 섞어 속내의 바람에 세수하고 나면 너무 추워, 얼른 안방으로 뛰어간다. 
안방 문고리를 잡을 때면 손이 짝짝 달라붙었다. 그래서 문창살을 잡고 열기도 했는데 그러다보면 손가락에 문창호지가 구멍이 나기도 했다. 

식구들이 세수를 다 마칠 때쯤이면 아침밥상이 들어온다. 바글바글 끓는 뚝배기에는 청국장 냄새가 구수하고 갓 꺼내온 김장김치엔 살 얼음이 살짝 배어 있는 맛있는 아침밥상에 온 식구가 둘러 앉아 아침밥 먹던 정겨운 풍경이었다.
아침 밥을 먹고 난 우리는 물 고인 논이 얼고, 큰 냇가의 강물마저 꽁꽁 얼어붙으면 자연이 만들어 주는 넓디넓은 얼음판을 향하여 나간다. 볼때기가 새빨갛게 얼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학 내내 투명하고 시린 얼음 판 위에서 미끄러지며 놀았다.
조금 더 가다보면 얼음의 두께가 얇은 곳을 지나기도 하는데, 그곳을 지날 때 얼음이 꺼질 듯 쑤욱 내려갔다가 내 몸이 지나고 나면 다시 복원되어 올라오기도 했는데 저녁이 되기 전 누군가는 반드시 거기 빠져야 그날의 얼음지치기가 끝났다.

밤이나 낮이나 도심에서 사는 오늘 우리들의 귓전에는 지금 자동차의 경적소리나 도시 소음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은 예민해지고 구겨져 있다. 
소음공해에 하루 종일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계절에 상관없이 인조 뻐꾸기의 소리라도 듣고 싶어하는 것 같다. 휴대폰에서 귀뚜라미 소리를 재현해 낸것이 반가운 것처럼.

고향의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안아 준다.  고향은 우리 착한 뼈를 자라게 해준 온상이기 때문이다.
 이 겨울에 고향의 동무들이 그 옛날에 찬바람을 가르며 씽씽 지쳤던 얼음 썰매의 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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