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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한 파리 여행
경기도문화의 전당에서 연말 공연 보고 오세요
2012-12-24 13:09:20최종 업데이트 : 2012-12-24 13:09:20 작성자 : 시민기자   이소영

이번 주말 연말분위기도 낼 겸 문화생활을 제대로 했다. 토요일에는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오페라 '라보엠' 콘체르탄테를 보고, 일요일에는 뮤지컬 영화인 '레미제라블'을 보았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배경이 프랑스인지라 지금도 여전히 내 머릿속은 프랑스 파리에 머물러 있다. 

뭐든지 아는 만큼 더 보이는 법. 비치되어 있는 책자를 공연 시작 30분 전 정독을 했다. '라보엠'은 푸치니가 작곡한 4막의 오페라이며 오페라의 배경은 프랑스다. '라보엠'의 '보엠'이란 '보헤미안'을 뜻한다. 프랑스 혁명의 열기가 식으면서 프랑스 사회는 다시 계급으로 나눠졌고, 저변층은 공장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이에 반발처럼 나온 것이 소위 보헤미안들이란다. 

주말에 한 파리 여행_1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대극장 안에는 7시가 되니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함께 간 남자친구는 좌석을 가득 메운 공연장을 바라보며, 수원 사람들의 문화생활과 수준이 참 높은 것 같다며 감탄했다. 
저녁 7시 30분 1막이 올랐다. 협연자들이 먼저 입장하고, 성악가들이 입장하고 제일 마지막으로 연주의 중심인물 지휘자 구자범 씨가 나타났다. 
연주를 맡은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예술감독:구자범)는 1997년 창단된 국내 최초의 도립 오케스트라인데 국내에서 잘 연주되지 않는 명곡들을 자주 연주하여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나는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관악부를 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해서는 몰라도 악기에 관해서는 얼추 알고 있었다. 몇 년 전엔 끼고 다니며 연주했던 바순이 내 눈에 보이자 반가웠다. 그때는 무겁다고만 느꼈는데 악기가 이제 내 손안에 없으니까 그 소중함을 알겠다. 

트럼본과 트럼펫이 웅장한 소리를 만들어내며 시작을 알렸다. 협연자들은 기대했던 데로 모두 탁월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세 시간의 연주를 위해 혹독한 연습을 했을까. 오페라에 대해 알지는 못하지만, 관현악단과 지휘자의 호흡의 소통이 관석까지 피부로 느껴졌다. 

오페라의 주제는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주제 바로 '사랑'이었다. 남자 주인공 로돌프의 직업은 가난한 예술가 보헤미안을 대표하듯 시인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 미미에게 "난 시인이고, 이 여자는 시 자체니까." 이런 달콤한 말을 할 줄 아는 남자다.  로돌프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의 대사 하나 하나 또한 나의 심금을 울렸고, 나중에 어디에다가 써먹을 요량으로 종이에 계속 옮겨 적었다. 

부끄럽지만 막이 언제 끝났는지 아는 것은 사람들의 박수 소리 때문이었다. 그럼 '아 이제 1막이 끝났구나.' 하며 다음 막을 기다렸다. 
나는 클라이맥스였던 3막이 가장 슬프고 재밌었다. 성악가가 지휘자에게 질문을 해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기도 했으며 미미와 로돌프가 이별했던 장면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난한 로돌프는 자신의 처지로는 미미의 약 값도 대줄 수 없기 때문에 이별을 선택한다.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말을 이해할 수 없겠는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누군가가 사랑에 대해 물어본다면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한 줄로 말하고 싶고, 사랑은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어린 나이에 무슨 사랑이냐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사랑은 좋았다가도 싫었다가도 미웠다가도 한 것 같다. 이것도 사랑 저것도 사랑 같다.

주말에 한 파리 여행_2
오페라 라보엠

드디어 세 시간의 달콤한 공연이 끝이 났다. '브라보'와 각가지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쏟아 졌다. 손을 마주 잡고 감격에 겨운 듯 인사를 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보며, 나는 손에 불이 날 정도로 박수를 열심히 쳤다. 그들은 돈이 아닌 박수와 환호성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일 테니까. 부디 나의 박수로 무대가 끝난 뒤의 허탈함이 덜했길.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또 한명의 예술가를 만났다. 연예인 류승룡과 목소리가 흡사하며 택시 안에 클래식을 틀어 놓고, 예사롭지 않던 택시기사 분은 '음악이 자장가 같다.'고 하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셨다. 
젊은 시절 연극생활을 하셨는데 지금은 생활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예술을 접하며 살려고 노력한다고. 그래야 감성이 풍부해지며 메마르지 않는다고. 택시 안에서 클래식을 틀어 놓는 이유는 거친 도로 환경에서 승객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운전을 차분히 하려는 마음에서 틀어놓았다고. 

감정연기가 수준급이었던 오페라 단원들, 삶이 예술 같던 택시 기사님. 나는 그렇게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주말 내내 파리에 머물다왔다. 택시기사님처럼 앞으로 나의 감성을 메마르게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파리 여행을 마치려 한다. 

참고로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는 수원시민의 문화의 질 향상을 위해 갖가지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다. www.ggac.or.kr에 들어가면 공연 안내를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더불어 2012년을 끝내며 2013년을 시작하는 의미로 12월 31일 행복한 대극장에서 밤 10시 30분부터 2시간 30분 동안 '재즈인클래식스'가 전석 무료로 공연이 되니 새해를 클래식과 함께 시작하시고 싶은 분들은 빨리 예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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