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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치기 사주관상가'의 추억담 한가지
2012-12-31 11:29:30최종 업데이트 : 2012-12-31 11:29:30 작성자 : 시민기자   홍명호
이제 2012년도 다 가고 새로운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다가온다. 언제나 누구나 그렇듯 지나가는 한 해는 아쉽지만 빨리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좀더 나은 생활,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새해 첫날부터 운수대통 대박을 바라며 철학관, 점집을 찾아와 길흉화복을 점쳐보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물론 마음이야 다 똑같이 하나다. 그야말로 행운만복 그거 아닐까.

뜨내기 사주관상을 좀 본적이 있다.
그러니까 벌써 까마득한 1980년대 중반의 일이다. 당시에 동네에서 아주 용하게 사주 관상을 보시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이분께 어깨너머로 토정비결을 좀 배웠는데 대학에 들어간 후 군대에서 제대 한 뒤 학비좀 벌어볼 요량으로 나와 뜻을 같이 하는 몇몇 학형들과 함께 학교 근처에 조그만 사무실을 내고 토정비결 전화상담을 시작했다. 토정비결을 봐주는 아르바이트를 한 셈이다. 

'얼치기 사주관상가'의 추억담 한가지_1
'얼치기 사주관상가'의 추억담 한가지_1

그해 1월1일 한낮에 손님들의 전화가 빗발치듯 날라오는 와중에 중년의 아줌마가 전화를 걸왔다.
첫마디부터 다짜고짜 "야! 이 **들아"로 시작된 육두문자를 속사포처럼 날렸다.
"늬덜이 토정비결 보는 놈들이야? 이 더러운 사기꾼 **들아, 니덜 때문에 내가 날린 돈이 얼만지 알기나해? 당장 물어내, 이 나쁜놈들아"

이쯤 되면 우리도 대충 감은 잡힌다. 
"네. 네. "라며 아주머니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정중하게 대답을 하며 일단 자초지종을 들어보는게 상책이다. 아줌마 하소연을 들어보니 정말 '욕 할만' 했다.

얘기는 그랬다. 남편의 퇴직으로 적잖은 돈을 좀 쥔 그 전년도 겨울에 뭔가를 좀 해볼 생각으로 토정비결을 보기 위해 전화번호를 뒤적였다고 한다. 지금이야 전화번호부 같은 책자 구경하기도 힘들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전국의 비슷한 상호를 가진 업소를 단박에 알아내지만 그때는 지역별로 A4지 크기에 두께 4~5cm나 되는 거대한 전화번호부라는 책이 있었다.

이 아주머니는 그 책을 뒤져 마음에 드는 한 철학관을 집어 낸 것이다.  
이 철학관의 전화번호가 맘에 쏙 들어 다이얼을 돌렸던가보다.  큰거 한방으로  대박이라도 터트려서 재미좀 볼게 없을까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 철학관에서 처음 탁 튀어나온 말.
"긴 터널의 끝에서 만난 검붉은 태양의 빛줄기 'OO철학관'입니다."
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철학관의 남자 목소리는 당장 세상만사를 뒤집어놓기라도 할듯한 강력한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 주옥같은(?) 말 한마디에 전화를 끊자마자 단숨에 철학관으로 달려가게 되었고 부인은 드디어 남편이 받아 온 퇴직금으로 대박을 터트릴 묘안을 달라고 했다.

드디어 진지한 상담을 시작하게 됐고 자신의 생년월일시와 태어난 시각, 장소등을 알려주자마자 '새해 재운(財運) 만개(滿開)' 가 나왔다. 이 한마디가 그야말로 불구덩이에 짚섶을 안고 뛰어들게 한 불행의 씨앗일줄이야...  
드디어 사모님은 일을 벌였다. 남편분의 퇴직금, 집을 담보로 한 은행돈, 장사를 하는 동생으로부터 꾼 돈까지 다 털어서 근사한 한식집을 차렸다. 가든에 준하는 음식점이었다고 한다. 

"첫 달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잠잘 시간도 없었어요. 돈이 얼마나 벌렸는지 밤에 영업 마치고 돈 세다가 너무나 피곤해서 그냥 폭 쓰러져서 잠든적도 있었어요. 금세 빌딩 몇 개 올릴거 같더라고요...."
아줌마는 흥분해서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둘째 달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첫달은 가족 친지, 전 회사 직원들이 체면상 찾아준거였는데 그 착시효과가 끝나자마자 현실상황이 닥친 것이다. 어떤날은 서너시간동안 개미새끼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하루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적자가 계속돼 결국 개업 1년 반만에 모두 정리하고 말았단다. 날린 돈이 한두푼이 아니길래 차오르는 분노와 억울함을 감당키 어려워 그 망할놈의(?) 족집게 철학관에 가서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이미 철학관은 자리를 뜨고 없던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 1년이 지나 이제는 대박을 터트릴 욕심이 아니라 그냥 먹고 살 뭔가라도 찾고 싶어서 또다시 토정비결이라도 볼려고 철학관 번호가 나온 아무데나 찾아 전화를 한건데 죄 없는 당신네들이 걸려들어 화풀이를 한 것이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쩝... 돌파리 얼치기가 또 한 사람을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당시에 나도 군대까지 갔다 온 대학생이었으니 대충 세상물정은 조금 알고는 있었지만 사람들이 토정비결과 사주 팔자 같른걸로 운세를 고칠 생각까지 하는 것을 보고는 놀랐다.
토정비결과 사주 팔자 관상은 그저 '잘할수 있는 자신감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것이 길흉화복을 알고 싶어하는 우리네 궁금증에 대한 해답일 뿐이다. 수원시민 모든분들 2013년엔 희망이 불꽃이 되어 활활 타오르는 새해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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