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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대물림의 아름다운 전통
2012-12-30 15:26:39최종 업데이트 : 2012-12-30 15:26:39 작성자 : 시민기자   문성희

작년의 일이다. 아나바다 게시판에 '중학교 입학하는 학생에게 우리 아이 교복 드릴께요,'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마침 중학교에 들어가는 우리 딸애가 있길래 그 내용이 얼른 눈에 띄었다.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에게 학년을 마치는 학생의 교복은 너무 클수도 있고, 또한 교복을 3년 내내 입었다면 많이 낡고 헤졌을게 분명해서 그런 염려는 좀 되었다.

그중에 덩치 문제는 우리 아이가 좀 큰 편이어서 웬만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게시판을 좀 더 읽어보니 다행히도 교복을 준다는 아이는 체격이 크지 않아서 우리 d이의 사이즈에 웬만큼 맞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 학생의 교복은 3년 내내 입은게 아니라 중학교 3학년 초에 다시 산거라 아주 깔끔하고 상태도 좋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교복 대물림의 아름다운 전통_1
교복 대물림의 아름다운 전통_1

그래서인지 나 말고도 다른 엄마가 이미 그 교복을 받기를 희망한다는 댓글을 달아놓은게 보였다. 
그렇지만 혹시나 그 엄마가 포기할것에 대비해 나도 교복을 받기를 원한다고 글을 남겨뒀다. 
그런데 얼마후, 우리 사정이 어려우면 교복을 가져다 입히라며 먼저 교복 대물림을 희망했던 엄마의 글이 올라왔다. 그쪽은 이웃이 하나 줄 예정이라며... 

교복값이 엄청 비싼 판국에 정말 고마웠다. 연락처를 남겼더니 며칠 후 전화가 왔다. 빈손으로는 갈 수 없어 가게에서 과일을 조금 사들고 딸아이와 함께 교복을 받으러 방문했다. 
교복만 받고 과일을 건네 준후 곧바로 나오려고 했는데 자꾸만 안으로 들아오라고 해서 집 안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관문에 들어서니 그 집에서는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줄 책이라며 졸업한 아이가 그동안 공부했던 2, 3학년 1학기와 2학기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나와 딸아이는 교복뿐만 아니라 그 선배 언니가 사용한 참고서도 몇권 덤으로 받았다. 그 아이 엄마는 "더 드리고 싶지만 다른 아이들도 나눠주기로 해서 많이 못드려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비닐 덮개를 해 새 교과서와 다름없이 깨끗한 참고서와 문제집을 받아든 우리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집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도 교과서와 참고서를 깨끗이 사용해 내년에 이웃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새 옷 타령 하는 아이들과 달리 다른 언니가 입던 옷이지만 기꺼이 받아서 입겠노라 제 엄마의 말을 들어준 아이가 고맙기도 했다.

해마다 기성인 양복보다도 비싼 아이들 교복 때문에 학부모들은 울상이다. 팍팍한 살림에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청이는 것에 아랑곳 없이 오늘도 각 교복 업체들은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S라인을 강조하는 광고를 하면서 열을 올리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그 교복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이 졸여지고 있다. 

현재도 일부 학교나 졸업생들은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사례도 적잖다. 어른의 양복값에 버금가는것을 감안하면 교복 대물림은 가정 형편이 어렵다든지, 재학 기간이 1년여 남지 않았는데 커져버린 체형에 기존 교복이 맞지 않는 학생에게는 대물림만큼 좋은 방법은 없을듯 하다. 

그래서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졸업식날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고 교실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교복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행사(의식)를 거행하는건 어떨까도 생각을 해 보았다. 또는 아예 졸업식은 새출발의 의미로 사복을 입고 교복은 따로 세탁해 가지고 가서 후배들과 학교에 헌납하는 전통을 만드는건 어떨까.  

졸업생들이 물려준 책과 교복은 재학생의 학부모들에게 경제적 부담도 덜어주고 자원낭비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수원시내 각 학교에서 졸업생 선배들의 깨끗한 교복과 교과서를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전통이 있었으면 좋겠다. 상태가 양호한 졸업생들의 교복은 후배들이 편하게 입기에 전혀 손색이 없으니 참 좋은 전통으로 만들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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