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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이 준 잉어.자라로 만든 용봉탕
그 이후 나는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다
2012-12-18 12:14:01최종 업데이트 : 2012-12-18 12:14:01 작성자 : 시민기자   김대환
어렸을때부터 병치레를 자주 했다. 툭하면 넘어지고 부러지는건 기본인데다 허약체질로 태어난 탓에 이 나이 먹도록 겨울철에는 유난히 감기를 달고 살았다. 
조금 심하게 이야기 하면 몇년전 겨울, 신종플루에 걸려 그걸 이겨내지 못하고 죽을까봐 겁이 날 정도였다. 

지난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 오던 11월 중순께 환절기 날씨 덕분에 감기에 걸려 한동안 고생을 했다. 최근에 언젠가는 어느 과학자들이 한 말이라며 보도가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인류의 의료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감기는 정복할수 없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다니며 주사도 맞고 낑낑대며 콜록거리던 그때 일요일 저녁이었다.
거실에서 고구마를 찌어 먹으며 앉아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을 열고 보니 우리 옆집에 사는 이웃이었다. 사실 나보다는 아내와 그 집 아주머니가 친해서 가끔 얼굴 보면 인사만 하던 정도의 이웃이었기에 소주 한잔 나누지 않았던 분이었는데 일요일 저녁에 웬 일일까 싶었다.

"안녕하세요? 저, 윗층 승혁이 아빠입니다. 잠깐만 좀..."
현관을 열고 나갔더니 검정색 비닐 봉지를 불쑥 건네며 "이거 끓여 드시라구요. 잉어하고 자라입니다. 제가 낚시로 직접 잡은겁니다. 자라가 올라올 줄은 정말 몰랐다니까요. 이거 용봉탕 끓여 드시면 감기에 딱이거든요"라는게 아닌가.
참으로 뜻밖이었다. 그러고 보니 옷은 완전 낚싯꾼 복장이었다. 민물 낚시를 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이웃사촌이 준 잉어.자라로 만든 용봉탕_1
이웃사촌이 준 잉어.자라로 만든 용봉탕_1

"예? 이거 참, 고맙기는 한데 애써 잡으신걸 저를 주셔도?..."
"그럼요. 그냥 잉어만 잡았으면 제가 먹었을텐데 자라를 잡았길래 들고 왔습니다. 하하하. 그냥 드시면 안되구요, 여기에다  황기하고 인삼, 대추, 마늘, 참기름 좀 넣고 푹 고아야 돼요. 잉어가 고아지면 젓가락을 저어서 뼈를 추려내고 다시 고는 겁니다. 나중에 국물을 식혀 채에 거른 뒤 국물 위에 떠 있는 기름기를 걷어 내세요. 그래야 설사를 막을수 있거든요"

친절하게 요리 레시피까지 알려주시는 승혁이 아빠.  나를 생각해서 그걸 들고 온 성의가 참 고마워서 차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했으나 승혁 아빠는 빨리 가서 잠좀 한숨 자겠다며 그냥 돌아 가셨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뒤 얼떨결에 받아 들고 온 자라와 잉어. 사실 민물 고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말로만 듣던 자라를 직접 보니 이 녀석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감기에 좋다고 하니 끓여 먹어 보기로 했다.

아내에게 승혁이 아빠로부터 들은 요리법대로 그 안에 들어가는 각종 약재를 사오도록 해서 그 다음날 당장 고았다. 난생 처음 용봉탕이라는걸 한 것이다. 그냥 개소주 내주는 집에다 맡기자는 아내더러 보약은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며 직접 끓였다. 
그리고는 기름기를 걷어내 하루 두세잔씩 몇일간 꾸준히 마시기 시작했다. 직장에 가서 점심때에 따뜻하게 데워먹을 수가 없어서 그냥 아침과 저녁으로 두 잔씩 먹었다.  용봉탕을 먹을 때마다 난 승혁 아빠에게 마음속으로 감사했다. 

사실 시장에서 잉어나 자라를 사다가 해 먹을수도 있는 용봉탕이지만 그 고기들 중국 어디에서 잡아 왔는지도 모르는 것이기에 그다지 해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승혁아빠가 이렇게 물 좋은 곳에 가서 잡아온 토종 잉어와 자라이니 은근히 약효를 기대하게도 됐다.

그렇게 용봉탕을 며칠간 먹고 난 후 지금까지 감기가 걸리지 않았다. 그게 용봉탕 덕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아직까지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을 보면서 승혁 아빠에게 우선 감사하고, 나를 위해 희생해준 잉어와 자라에게 고맙다. 
정말 그 용봉탕 안에는 이웃의 불편함을 마음 아파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애써 잡은 토종 물고기를 내게 가져다 준 승혁 아빠의 마음이 소중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정말 이 약효가 앞으로 얼마나 더 갈지는 모르지만 나는 항상 그의 따뜻한 이웃 사랑을 생각하며 고마워한다. 그 고마움 자체가 내 몸속으로 들어 오려고 하는 질병을 막는 힘이 되고 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고 한다. 그게 비록 작더라도 받아 들이는 사람은 무한대의 크기로 생각한다. 승혁아빠가 보여준 따스한 마음 덕분에 나는 오늘도 감기를 떨쳐낼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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