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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이 서민들의 겨울을 지켜주는 연탄
2012-12-18 15:35:06최종 업데이트 : 2012-12-18 15:35:0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남

이른 아침 찬바람이 씽씽 부는 추위에 맞서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을 재촉하던 중 횡단보도 신호에 걸려 서 있었다.
많은 차들이 오가면서 먼지를 날린다. 시내버스, 택시, 오토바이, 화물트럭, 관광버스까지 휙휙... 어? 그중에 차 한 대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 차는 신호에 멈춰 섰다.

차를 보니 겉면에 'OO연탄'이라고 큼지막하게 씌여져 있었다.
'아하, 저 트럭은 오늘도 달동네 어딘가에, 아니면 먼 시골 어느 농촌 마을 회관에, 그도 아니면 도시의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묵고 계시는 경로당을 따뜻하게 데워 줄 연탄을 배달하러 가는거로구나.'
오랜만에 연탄 차를 보니 반갑다. 마치 여중고 시절 학교 다닐때 자취방에서 연탄불 피우던 그때, 차가운 수돗물에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쌀 씻고 난 뒤 손을 녹이던 벌건 연탄불이 지금 막 내 눈앞에서 펴지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아주 짧기로 유명한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싯귀이다.
길이에 비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 이 시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제각각의 느낌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시의 뉘앙스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뜨거운 열정으로 기억될 수 있는 삶을 살았느냐고, 한 번이라도 남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푼 적이 있었느냐고 질책하는 것만 같다. 
자신을 불태워 온기를 전하고 생명을 다한 비록 하잘것없는 한 장의 연탄재지만 그것을 통하여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암시한다. 

꿋꿋이 서민들의 겨울을 지켜주는 연탄_1
꿋꿋이 서민들의 겨울을 지켜주는 연탄_1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면 흙 밟기가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이 오늘날인데, 옛날 내가 어릴적에는 웬만한 도시조차도 포장된 길이 드물어 골목길은 비가 왔다 하면 온통 진흙으로 질척거리기 일쑤였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에는 눈, 비가 얼어붙어 미끄럼틀을 방불케 하다 보니 다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뿌려지는 것이 연탄재였다. 미끄럼 방지재로서 그 이상은 없었기 때문이다. 

70년대까지 우리나라 온 산천을 벌거숭이로 만들었던 원흉이 아궁이였다.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아궁이에 집어넣을 땔감을 구한답시고 지게를 짊어지고 온 산천을 헤매며, 떨어진 한 개의 낙엽마저도 싹싹 긁어모았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입고 덮을 것도 형편없던 시절, 주거환경조차 엉성하다 보니 겨울이면 바늘구멍으로 들어오는 칼바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궁에 땔감을 채워 넣는 것이었다. 

주변 야산의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군불거리가 되었으니 있어야 할 나무가 깡그리 사라졌다. 그때의 우리나라는 지금의 북한처럼 오직 민둥산 천지였던 것이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홍수 때문에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바로 이 민둥산 때문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랬던 이 소중한 땅을 구한 것이 바로 이 연탄이었다. 아무리 쑤셔 넣어도 끝이 없었던 그 아궁이의 구멍을 확 털어 막았으니 자연히 나무들이 살아날 수밖에.
이어서 산림녹화사업을 대대적인 범국민운동으로 전개했고,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강력히 단속하면서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최단시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가 된 것이다. 

이를 가능케 했던 최고의 공로자가 바로 이 연탄이었다. 그랬던 그 연탄도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연탄이 타면서 나오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저세상을 일찍이 행차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지금은 비록 전기와 기름과 가스보일러가 대부분의 난방을 해결하지만 그래도 그것들보다는 여전히 값이 헐한 연탄으로 난방을 해결하는 서민들과 경로당 같은 시설들이 많다. 

여전히 우리사회 어느 한곳에서는 꿋꿋이 서민들의 겨울을 지켜주는 연탄. 그 덕분에 가끔씩 잊고 사는 진득한 살가움을 맛볼수 있어서 고맙다. 연탄배달 트럭은 반갑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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