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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마치고 드라이브나 갈까?
2012-12-19 01:46:50최종 업데이트 : 2012-12-19 01:46:5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어츠츠츠츠... 어이구 시원타.'
한여름 등목 하는 소리가 아니다. 한겨울 자동차가 목욕하는 소리, 즉 세차를 하느라 차가 차가운 물을 뒤집어 쓰는 모양새다. 하얀 거품을 낸 비눗물을 실컷 바르고 벅벅벅.
지난번 눈길에 범벅된 흙탕물을 머금은채 완전 똥차가 되었다가 거의 열흘만에 목욕을 하게 됐으니 차도 개운하고, 나 역시 개운타. 

차를 씻어 주는 내내 나의 10년묵은 때가 죽죽 씻겨 나가는 느낌이다.
연일 우중충하고 눈이 내릴것만 같던 요즘 날씨에 세차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듯 하여 그동안 미루고 미루다가 오랜만에 셀프 손세차를 나선 것이다.
남들이 보면 그깟 작은 차 세차할 게 뭐 있겠냐고 하겠지만, 작은 차라도 세차를 안한채  그냥 타면 똥차가 되기는 큰차나 작은 차나 마찬가지다. 

투표 마치고 드라이브나 갈까?_1
투표 마치고 드라이브나 갈까?_1

그런데 이때 세차를 안했을 경우 큰 차와 작은 차를 보는 시각은 확실히 다르다.
똑같은 연식에 똑같은 색깔에 똑같은 기간 동안 세차를 안하여 더러운 정도도 똑같은데 큰차와 작은 차를 보는 시각은 어떻게 다를까.
큰 차가 더러우면 사람들은 "오너가 사업 때문에 바빠서 아직 세차장에 못갔구나. 그래도 차가 크니까 더러운게 흠이 되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내 차처럼 작은 차가 더러우면 "에그, 차라도 좀 닦아서 타고 다닐 일이지. 저게 뭐야. 완전 똥차잖아. 세차할 돈도 없으면서 차를 몰기는. 쯧쯧"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내차도 최근에 세차를 안한채 그냥 타는 동안 원래 누런색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얼룩이 지고, 지저분해져버렸다. 더럽기는 차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주유를 하고 나면 서비스로 가끔 공짜 세차를 해주기도 하는데, 나는 아직 자동세차 하는 것이 두렵고, 세차하는 동안 차 안에 있으면 멀미가 나서, 촌스럽지만 손 세차 하는 곳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가까워 단골로 가던 세차장 주인아저씨는 처음 몇 번은 성의 있게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마른걸레질도 잘 해주더니, 단골이 되고 나서부터는 세차 하는 것이 건성이다.
소형차라고 얕보는 건지, 세차를 자주 하지 않아 때가 너무 찌들었다는 둥, 닦아도 빛이 나지 않으니 왁스칠을 하라며 장삿 속을 내보인다. 

한 눈에도 들쑥날쑥 걸레질한 흔적과, 차 안 구석에 그냥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발견하는 날엔 영 기분이 찜찜해진다. 구석구석 먼지를 떨어내다 오래 전 잃어버린 귀걸이 한 짝을 발견한다. 
그 후로부터는 '안되겠다' 싶어 결국 셀프세차를 선택했다. 조금 힘들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차를 닦기로 한 것이다. 막상 차를 몰고 셀프세차장에 가서 직접 목욕을 시켜주다 보니 그것도 익숙해 져서 할만 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뿌린 후 자동차용 왁스를 듬뿍 발라 차의 전신을 부지런히 닦은 뒤 한 차례 때를 벗기고 나서 다시 호스를 들고 등목을 시킨다. 차는 얼마나 시원하고 개운할까. 찬물을 쏟아 부을 때마다 차의 웃음이 등 뒤로 새하얗게 쏟아진다. 
이 조그만 차와 인연을 맺은 지 오래 되었다.  그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기차게 나와 같이 다니며 정도 많이 들었다.  어쩌면 자주 못 보는 친구들이나 가족들 보다 같이 지낸 시간이 더 많은것 같다. 그만큼 내 속내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송두리째 안고 있다. 

내가 차와 함께 하는 시간은 주로 주말이다.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주말에 재래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거나, 친정이나 시댁에 가거나,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라도 쐬러 남편과 함께 드라이브를 갈 때 이용한다. 
주말에 차를 몰고 갈 때 차창 밖으로 스치는 바람이며 구름을 안고 달리는 기분, 그것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던 일상화 된 삶으로부터의 신나는 탈출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속상한 일이 있어 차를 몰고 나가기도 한다. 그럴때면 차도 같이 침묵했고, FM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도 유난히 우울하다. 
반대로 기분 좋은 날 나를 태우고 나서는 이 친구는 그 크기에 비해 승차감도 좋고 안락하며 음악소리는 경쾌함 그 자체다. 카 스테레오에서 휘파람 소리를 듣는것 같다.

세차를 마치고 돌아오던 시간.  열려진 차창 사이로 밀려들어온 차가운 공기는 어찌 그리도 상큼하던지. 일상의 번거로움도 잠시나마 잊고 그저 평온한 주행모드가 전신을 감싸 돈다.
이제 세차도 했으니, 내일 대통령 선거 투표를 마친 뒤 미사리 쪽으로 드라이브나 한번 가 볼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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