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산은 항상 여유롭고 담백하다
2012-12-19 09:04:45최종 업데이트 : 2012-12-19 09:04:45 작성자 : 시민기자   유병화

친구들과 안양에서 만나 수리산으로 출발한건 엊그제 주말 오전 10시쯤이었다. 지지난주에 광교산을 올랐고, 그 전주에는 청계산을 올랐었다. 그리고 11월초에는 백운산을 갔다 왔는데 이번엔 수리산으로 나선 것이다.  
산본IC를 빠져나오면 곧바로 마주치는 수려한 산자락이 있다. 쭉 뻗은 산등성이와 울창하게 우거진 모습이 고층아파트가 밀집된 도심 근처 산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만든다.

군포시 뒤에 병풍처럼 서서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듯 감싸 안고 있는 모습 때문에 '수리산'으로 불리우게 됐다는 이 산은 이름처럼 산 아래 곳곳에 도시가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수리산에는 태을봉, 슬기봉, 관모봉 같은 봉우리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공장지대와 고층아파트로 인해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도시 이미지를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는 산이다.

하루하루 가정사에 쫓기고 회사 일에 시달리면서 언제 한번 제대로 쉬어볼까. 그래서 기껏 생각해 낸게 주말에 가급적 짬을 내어 등산을 하는 것인데 운동 부족인 우리에게 높고 험준한 산 보다는 수원의 광교산과 칠보산을 비롯해 근교의 이런 크고 작은 고만고만한 산이 제격인듯 하다.

우리 일행은 모두 6명. 친구가 검은색 비닐 봉지를 준비해 왔다. 우리는 산행을 할때마다 항상 이 검은 비닐봉지를 준비한다. 이유는 등산로 주변에 누군가 버려놓은 쓰레기를 주우며 걷기 위해서다.
산이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이고, 건강과 참 삶을 위해 언제든지 큰 두 팔을 벌린채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를 맞이하며 감싸 안아 주듯이 우리도 산을 위해 뭔가 하나씩은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일종의 의무감의 표시였다. 그래서 시작한게 산에 다닐때마다 검은 비니봉지를 준비해서 조그만 휴지조각 하나라도 주워 오자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친구가 준비한 검은 봉투에 등산로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걷기 시작했다. 산행을 시작한 지 30분이나 지났을까. 우리는 연신 비닐봉지에 뭔가 하나라도 더 주워 담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과일 껍질이 제일 많았고 음료수 병 뚜껑도 많이 보였다. 
걷고 쓰레기를 줍고 가면서 우리 옆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산은 항상 여유롭고 담백하다_1
산은 항상 여유롭고 담백하다_1

수리산 주변에는 등산객들을 위한 시설들이 적잖다. 산림욕장과 생태학습장과 쉼터가 있고
여름이 되면 산림욕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숲속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고 한다. 클래식이나 국악, 가요 등 여러 장르가 어울린 연주회에서 관객들은 벤치에 둘러 앉아 편안하게 어우러져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음악회를 감상한다고. 

한참을 걸어 낯설었던 인사가 익숙해질 즈음 언덕을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한 친구가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매번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된다는 메아리로 돌아왔다. 
그 메아리를 꽤 여러 번 들었을 때에야 정상에 도착했다. 우리는 농담 삼아 조금만 더 가면 된다더니 이게 조금이냐며, 사람들에게 속고 수리산에 속았다며 상쾌한 바람에 호탕하게 웃어넘겼다. 

산 정상에서 보니 저 멀리 수원시가지와 소래 염전, 인천이 보인다. 소리를 지를수 없기에 마음 속으로만 "야호~"를 너댓번 외친후 크게 숨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씻어냈다. 온갖 상념과 시름은 이 산 정상에 놓아두면 수리산이 알아서 챙기고 치료해 줄것이라 믿으며 하산길로 발을 옮겼다.

내려오면서 보니 쓰레기봉투는 다행히 배부르지 않았다. 주울게 많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시민들이 산을 아껴주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다행스런 일이다.
올라갈 때 보다 수월하게 산을 내려왔고, 뽕짝이 구수하게 퍼지는 닭도리탕 막걸리집 하나가 발견됐다. 모르기는 해도 그 집 주인은 이 근처에서 20년 이상 영업을 해온 터줏대감일거라는 억측도 해 보았다.

과거에는 하산길 등산객들을 불러 모아 닭도리탕에 막걸리 몇되 시켜 놓고 질펀하게 앉아 고스톱 한두시간 치고 가게 하는 영업도 했을 거라는 그럴싸한 상상까지.
유쾌한 등산을 마친 뒤 다시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 가야 하는 시간.

부담 없이 느리게 걸으며 생각하고 유쾌할 수 있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들의 소박한 등산은 늘 마음 편하고 웃게 만들고 기분좋게 해준다. 쓰레기 줍기는 더없는 모범시민의 그것이고.
느린 듯 살아가는 여유도 좋고, 때론 업무의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이렇게 주말에 휴식하며 충전을 해준 덕분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산은 어떤 산이든간에 항상 우리들에게 여유롭고 담백하다.
 2주후, 다시 등산이 기다려진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추천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