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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인가? 비도덕인가?
화장실 낙서에 대해서 생각해보다
2012-11-29 10:18:46최종 업데이트 : 2012-11-29 10:18: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수지

창의력인가? 비도덕인가?_2
창의력인가? 비도덕인가?_2

얼마 전 한 포털 사이트 메인에 '훈훈한 화장실 낙서'라는 기사가 떴다.
초중고를 다니면서 한 번쯤 화장실 청소를 해 보셨던 분들은 화장실 낙서가 전혀 훈훈하지 않다는 걸 아실 것이다. 대청소 날이면 왁스를 가지고 낙서를 지우기 위해 화장실 문을 박박 문질러야 하는 것은 고된 청소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장실에 가면 '낙서를 하지 마세요.', '떠난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답습니다.'는 문구를 보게 되고, 낙서가 '깨끗하지 못한' 행동 중 하나라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또한 화장실은 은밀한 곳이어서 그런지 낙서는 훈훈하고 재미있는 말보다 험담이나 욕설로 불쾌한 내용이 더 많다. 그래서 '훈훈한 화장실 낙서' 기사의 '훈훈함'과 '화장실 낙서'는 굉장히 낯선 조합이었다. 

내용이 궁금하여 기사를 확인해보니 화장실 낙서가 훈훈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화장실을 깨끗이 쓰자.'는 게시물에 아이들이 '항상 깨끗하게 청소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댓글(?)들을 달아 놓았기 때문이었다.(학교 화장실인 것 같다.) 청소하시는 분들의 수고를 알고, 감사하며, 깨끗이 사용하려고 노력하려는 아이들의 그 마음이 너무나도 훈훈했던 것이다. 이 기사를 접하고 난 뒤에 기자는 화장실의 게시물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 공공 화장실 문에 붙어있던 게시물에서 재미있는 낙서를 하나 발견했다. 게시물에 쓰여 있는 문장에 끝말잇기를 한 낙서였다. 

창의력인가? 비도덕인가?_1
창의력인가? 비도덕인가?_1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장실에서는 금연입니다.'를 '화장실에서는 금연입니다람쥐코털'로, '낙서는 금지입니다.'는 '낙서는 금지입니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로 이어 썼다. 나는 이것을 보고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마 이 칸을 이용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피식하며 한 번쯤은 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경험은 나에게 '좋은 내용이라고 해도 하지 말라고 한 화장실 낙서를 좋게 봐야하는 것일까?'하는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화장실 낙서를 창의력을 나타내는 하나의 예술 행위로 봐야할까' 아니면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봐야 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던 중 '그래피티(graffiti)'라는 낙서 예술이 생각났다.

그래피티(graffiti)는 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으로 하나의 '거리 예술'이다. 그래피티가 예술로서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이지만, 현대 그래피티는 1960년대 말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콘브레드(Cornbread)와 쿨 얼(Cool Earl)이라는 인물들로부터 시작되었으며, 뉴욕에서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반항적 청소년들과 흑인, 푸에르토리코인(人)들과 같은 소수민족들이 주도했다. 페인트를 이용해 극채색과 격렬한 에너지를 지닌, 속도감 있고 도안화된 문자들을 거리의 벽에 그렸다. 

이것들은 즉흥적·충동적이며 장난스럽고 상상력이 넘치는 것들이었다. 거리의 벽, 경기장, 전철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릴 수 있는 곳이라면 그림을 다 그렸기에 큰 도시문제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와 키스 해링(Keith Harring)으로 인해 그래피티는 도시의 골칫거리에서 현대미술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피티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도시 환경에 해가되는 굉장히 큰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골칫거리였던 이 낙서는 하나의 예술이 되었다. 소외받고 억압받았던 사람들이 주로 그래피티를 했었는데, 이들에게 그래피티는 하나의 감정해소 수단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화장실 낙서도 하나의 감정해소 수단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은 사찰에서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른다. 그리고 영어로는 'Rest room'이라고 한다. 해우소는 '근심을 해소하는 곳'이고, 'Rest'는 휴식이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직역하자면 '쉬는 방'이 된다. 화장실은 생리적인 요소를 풀어주기도 하지만, 혼자서 울 수도 있는 심리적인 해소 장소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화장실 낙서는 이 심리적 해소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화장실 낙서를 하면서 해소감과 쾌감을 느낄 것이고, 다른 사람이 한 낙서에 댓글을 달아보며 소통을 하기도 하면서, 써져 있는 댓글을 보며 키득키득 웃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낙서는 공공장소의 청결한 환경에 해가 된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기자는 쉽게 지울 수 있는 낙서는 수용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벽과 같은 지우기 힘든 곳에는 청소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여 하지 말고, 교체가 가능한 종이에는 귀여운 장난으로 봐주는 것이다. 

또 화장실에서 낙서가 정하고 싶을 때는 '포스트잇'을 사용해도 좋겠다. 요즘은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창의력은 표현해야 나오는 것이다. 
강제적으로 금지하여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훈훈한 낙서'가 나올 수 있는, 그리고 뛰어난 예술가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단, 함께 사용하는 다른 이와 청소하시는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을 지켜야할 것이다.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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