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그집 큰아들 어디 취직했어요?
이런 질문, 마음대로 할수 있는 세상을 고대합니다
2012-12-20 11:48:20최종 업데이트 : 2012-12-20 11:48:20 작성자 : 시민기자   유병희

요즘같은 세상에는 가장 눈치 없고 민망한 대화법 3종셋트가 있다. 취업준비생이 있는 가정에서 "애 어디 취직했어?"라고 묻는 것과, 고3이 있는 가정에서 "애, 어느 대학 갔어?"라고 묻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혼기가 찬 딸이 있는 집에서 "쟤는 언제 시집 가?"라는 질문이다. 
먼저 적은 2가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물음이고, 시집 갔느냐는 질문도 요즘 여성들도 직장 없으면 능력 있는 남자들이 기피할 정도로 실속을 차리기 때문에 혼기가 찬 여성이 시집을 안가고 있으면 그 역시 능력없는 여성으로 취급받기 쉽상인 세상이 된 것이다.

이웃집에 오랜만에 주부들끼리 차 한잔 하자고 모여 앉았다. 투표를 마친 뒤 누가 좋아서 누굴 찍었네, 누구의 무슨 공약이 마음에 들어 누구를 찍었네 하면서 내심 자기가 찍은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러던중 한 주부가 갑자기 "잠깐만"이라며 좌중을 조용하게 시킨 뒤 마치 엄청나게 중요한 어떤 이슈를 설명하려는 듯 잔뜩 긴장한 얼굴로 바로 앞의 다른 주부에게 한마디 건넸다.

"아 참. 그집 큰 아들 이번에 대학 졸업하지 않아요? 어디 취직 했어요?"
"네? 아, 우리 큰 애요. 뭐, 지금 좋은데 찾고 있어요"
그 짧은 순간 서로간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애매한 표정과 대화가 오갔고 잠시 어색한 웃음과 결론 내기 어려운 침묵이 흘렀다. 그후 상황은 설명하지 않아도...

그집 큰아들 어디 취직했어요?_1
그집 큰아들 어디 취직했어요?_1

대화가 오간 10분쯤 후. 질문을 받았던 주부가 바쁜 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를 떴다. 잠시전의 상황이 불쾌했던 모양이었다. 
다같이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갖던 중 한명이 슬그머니 바쁘다는 이유를 나가자 나머지 앉아있던 사람들도 분위기가 깨진 듯한 느낌에 다들 얼마후 툴툴 털고 일어났다.  눈치없는 주부의 주책없는 질문 하나 때문에 자리가 이상해진 것이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다가오는 성탄절이, 다가오는 졸업과 설 명절이 기쁘지 않은 졸업생들이 부지기수다. 이력서를 141번이나 냈는데 아직도 이력서를 쓰고 있다는 어느 취업준비생의 눈물겨운 인터뷰가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 키우는 기성 부모로써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그 친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경기 불황의 여파로 많은 사람이 힘겨움을 호소하고 있다. 청년실업자가 늘고 취업을 했다고 해도 경쟁의 치열함이 숨을 멎게 한다. 가까운 친구와 만나도 이제는 더 이상 이 직장에서 버티기 힘들다고 말한다. 

매일매일 출근하면 가시방석 같고, 혹시나 여자라는 이유로 하루빨리 나가기를 바라고 있는건 아닌지, 명예퇴직을 받는다는 회사 공지사항이 떠 있을까 두려워 업무보다는 회사 메일 열어 보는게 더 큰 일과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은 줄고 일거리는 늘어나는데도 소득은 그대로다. 윗사람 눈치에 하고픈 말을 꾹꾹 참는 인내도 하늘을 찌른다.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힘든 시대다. 

하지만 이 또한 그나마 직장이 있는 사람들의 고민이고, 결국에는 지금 직장조차 구하지 못하는 젊은세대의 아픔이 크기 때문에 늘상 우리의 대화 소재는 모두가 아이들의 취업과 결혼 등 장래 문제이다. 
첫딸 노처녀를 시집보내야 되는데 남들에게는 아이가 시집 갈 생각도 안 한다고 푸념을 하지만 실상은 시집갈 여유가 없거나 취직이 안된채 놀고있어서 고민인 부모의 마음. 생각만 해도 안쓰럽다. 

하루 빨리 좋은데 취지해서 시집 가겠다고 하는 딸을 보면서 눈치만 보고 있는 부모의 마음이 편할리 없다. 딸은 더욱 갑갑할 것이다. 
엄마의 마음에 친구 결혼식에 갔다 오는 달의 모습은 왠지 기가 죽어 보이고 안쓰럽다. 부모는 아들이 멋진 양복 정장에 광택 나는 구두를 폼나게 차려입고 친구 만나러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부모들의 마음이 이뤄지는 세상을 바라는건 모든 국민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사람들이 여럿 모인 자리에서 "딸내미 요번에 삼성 들어갔다며?" "아들내미 요번에 첫월급 탔다며? 한턱 쏴야지"라는 말, 그런 질문과 덕담을 남들 눈치 안보고 할수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추천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