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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야, 주인 어른 잘 모셔라
마음속에 품는 착한 마음의 로또
2012-11-21 12:52:28최종 업데이트 : 2012-11-21 12:52:28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토요일 점심나절에 팔달문 시장을 거쳐 수원천 쪽을 거닐고 있었는데 가까이 보이는 마트옆 조그만 상점 출입문에 대문짝만한 걸개 글귀가 써 붙여져 있는게 보였다.
'연휴, 로또 대박나세요.' 그 문구를 보는 순간 '토요일이 맞긴 맞구나' 싶었다.

로또 문구를 본 뒤 무심코 길을 걷고 있었는데 거기서 몇 년전에 한 동네에 아래 윗집에서 같이 살았던 이웃집 부부를 만났다. 이 댁 아주머니께서는 나의 아내가 맞벌이 할때 우리집 큰 애를 봐주시기도 해서 친형제처럼 아주 가까이 지냈던 이웃이었다. 

아이 나이를 따져 보니 서로간에 헤어진지도 거의 13년 안팎은 된듯했다. 
반가워서 그동안 어찌 지내셨는지 여쭈었더니 잘 지내고 있다며 반가워 하셨고 날더러도 아이 이름을 대며 잘 크냐고 물어오셨다. 오래전 꼬맹이 아이 이름을 다 기억하고 계실줄은 미처 몰랐는데 그런 기억까지 더듬어 내시는걸 보고는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 한번 변변하게 못해드렸기에 더욱 그랬다.
인사를 나누며 옆을 보니 아저씨 손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강아지 한 마리가 들려있었다. 
강아지 역시 집안에만 있다가 물이 있고 확 트인 넓은 수원천에 나오니 기분이 좋아서였는지 꼬리를 치며 신나게 눈동자를 굴리며 나에게도 반가운듯 꼬리를 치고 있었다. 

로또야, 주인 어른 잘 모셔라_1
로또야, 주인 어른 잘 모셔라_1

내가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아지가 참 예쁘게 생겼네요"라 하자 아저씨는 강아지더러 "로또야, 아저씨한테 인사해야지"하시는게 아닌가.
'로또야?'.  아저씨가 강아지를 그렇게 부르는 갓을 보고는 슬그머니 우습기도 하고 궁금증이 발동했다. 강아지 이름이 보통 해피, 밍키, 써니 등 대개 이런식으로 짓고 부르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로또'라고 부르시는 걸 들으니 참 생소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아저씨는 연신 "로또야 인사, 로또야 이거 먹어, 로또야 저기 봐" 등 그 이름을 상당히 친근하게 불렀다. 
궁금증을 참을수가 없어서 이름이 참 재미있다며, 혹시 로또에 당첨되신적 있냐고 여쭈었더니 아저씨가 피식 웃으셨다.
"내 팔자에 무슨 로또가 당첨되겠어"라시며 강아지의 이름 때문에 궁금해서 그러는거냐고 물었다. 내가 웃으며 "네"하자 강아지 이름에 관한 사연을 들려주셨다.

아저씨는 의류업을 했는데 IMF가 터져서 쫄딱 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다시피 해서 실의에 빠져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리어카를 빌려 동대문에서 싸구려 옷을 떼다가 길거리 장사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내에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떨이 옷장사를 하는데 어느날 이 강아지가 리어카 곁에서 어슬렁 거리길래 마침 가지고 있던 빵조각을 던져 주셨다는 것이다.

그후 리어카를 끌고 그 장소에 갈때마다 이 강아지가 나타나길래 이녀석이 유기견이구나 싶어서 거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IMF가 터지자 사람들이 기르던 개마저 죄다 길거리에 버려서 그때 길거리에는 버려진 개가 엄청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개를 거두고 어디 장사를 하러 갈때마다 심심함도 덜어주고 옆에서 놀아주기도 하니 서로 의지하며 살갑게 지냈다는 것이다. 주운 강아지 한 마리가 재기를 꿈꾸며 길거리 장사를 하시는 아저씨께는 큰 위안이 된 것이다.

그렇게 장사를 하면서 결국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고 재기에 성공해서 지금은 큰 옷가게를 다시 하는데 꽤 장사가 잘 돼서 먹고 살만 하시다는 말씀이셨다.
강아지 이름도 처음에는 그녀석을 발견한 장소 이름을 따서 부르다가 사업이 잘 되자 이 강아지가 복을 가지고 들어왔다는 생각에 어느날부터 로또, 로또 하다가 결국 이름이 로또로 바뀌어 버렸다며 웃으셨다.

이야기를 다 듣고는 참 재미있는 일화라며 나도 로또라는 녀석의 머리를 다시금 쓰다듬어 주었다. "주인 어른 잘 모셔"라며.
두분께 앞으로도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드린후 옷가게의 연락처를 받아들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들이 겹쳐졌다.
하루하루 힘겹게 '쩐의 전쟁'을 벌이다보면 아이들에게 만원짜리 통닭 한 마리 사 주기가 버거운 때도 있기에 누구나 로또복권 당첨에 대한 꿈을 꾼다. 물론 정말 수십억짜리 로또에 당첨되는 하늘이 내려주신 은혜를 입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렇게 그 아저씨처럼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 한 마리가 안쓰러워 거두게 되고, 그 선행을 하늘이 알아 멋지게 재기할수 있도록 해준것도 로또가 아닐까. 그덕분에 강아지 이름도 로또가 되듯이.

오늘 로또를 사며, 내일의 자신을 그려본 경험은 누구나 대부분 갖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임을 기대하며 당첨금을 어디다 쓸까 미리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로또의 마력 중 하나다.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늘 우리는 '마음의 로또'를 품어보자. 착한 마음의 로또. 그게 나중에 어떤 진짜배기 로또가 되어 나를 방문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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