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빨리 빨리 빨리...마음의 여유는?
2012-11-22 07:31:03최종 업데이트 : 2012-11-22 07:31:03 작성자 : 시민기자   김대환

퇴근길에 전철을 탔다.
내가 서 있는 앞에는 30대 후반쯤 되 보이는 한 주부가 앉아 있었다. 그날따라 전철이 약간 좀 느리게 움직이면서 기관사가 "이 열차는 선행열차 개통관계로 잠시 서행중에..."라고 방송을 했다. 
방송에 좀 늦는다는 멘트가 있기는 해도 전철을 타다 보면 늘 느끼는 정도의 서행이었고, 정시에 맞춰서 가야 하는 출근 시간도 아닌 퇴근길이기에 나는 그저 느긋하게 서 있었다.

전철의 속도가 조금 느려진 직후 앞에 앉은 주부가 혼잣말로 한마디 하는게 들렸다. "이 전철 왜 이렇게 빨리 못가"라며.
그 직후 5분쯤 지났을때 이 주부에게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왔는데 자녀인듯 했다.
"학원 숙제 빨리빨리 해 놓고 놀아라. 세탁기에 빨래가 들어 있으니 세제 풀고 빨리 돌려. 그리고 나중에 탈수 끝나면 거실에 빨리 널어. 알았지?"
그리고 잠시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집에 곧 들어가면 분리수거용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니까 그것좀 빨리 내어 놔줘. 알았지? 나 빨리 들어갈께"

빨리 빨리 빨리...마음의 여유는?_1
빨리 빨리 빨리...마음의 여유는?_1

앞선 열차가 빠지지를 못해 약간 느리기는 했지만 열차는 거의 제시간에 도착했다. 나도 내리고 그 주부도 내렸다. 전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누군가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지도 뛰지도 말고 그냥 선채로 안전 손잡이를 꼭 잡고 있으라는 자동 음성 안내 멘트와 함께 에스컬레이터 앞에 '보행 금지'라는 안내문구도 씌여져 있었는데 이 주부는 다른 사람들 서 있는 빈 공간으로 혼자 열심히 걸어 올라갔다.

이 주부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과연 얼마나 급하고 빨리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저렇게 아이나 남편에게 "빨리빨리"라는 말을 달고 살까.
에스컬레이터에서도 혼자 독보적으로 걸어가고...물론 급한 일이면 서둘러서 해야 되겠지만 그 주부가 말한 "빨리 숙제해라" "빨리 세탁기 돌려라" "빨리 분리수거용 재활용 쓰레기 내놔라"라고 말한 것들 모두는 결국 빨리 안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일들이었다.
전철 역시 퇴근길이었으니 시간 맞춰 가야 하는 출근과 달리 조금 늦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었다.

결국 이 주부는 습관적으로 빨리 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것이었다. 이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스스로에게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주며 압박하며 사는 것은 아닐런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외국인들조차도 한국문화의 특징을 이야기 하라면 "빨리빨리"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는 너무 서두르고, 그것이 습관화 되어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일에까지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다.

공사에서 부실공사를 일으키거나, 어떤 업무 프로젝트를 허술하게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스스로에게 빨리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주어서 삶 자체를 너무나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독일 속담에 "숲 밑에 또 하나의 숲이 있다"란 말이 있다 눈에 보이는 숲 밑에 곰팡이나 박테리아 등이 살고 있는 땅속의 숲이 있는데 이 보이지 않는 숲이 보이는 숲을 지탱하여 나무나 풀을 키워 준다는 뜻이다.

숨은 봉사자가 없이 꽃은 피지 않는다. 땅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 숲이 아주 오랜 시간동안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차근차근, 자연의 순리대로 분해 활동을 함으로써 그 화려한 숲을 키우고 있다는 독일의 속담은 우리인생에 거울이 될만하다.
일본에서 몇년 전 동경 도심지의 아스팔트가 8센치나 들려 올라온 이야기가 뉴스에 나왔다. 그 아스팔트가 8센치나 들린 까닭을 조사했더니 놀랍게도 손가락 만한 버섯이 그 속에서 꾸준히, 그리고 아주 천천히 자라나 중장비로나 깰 수 있는 아스팔트를 들어올린 것이다.

한들한들한 버섯이지만 그것은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인내를 가지고 성장한 것이다. 우리의 빨리빨리처럼 버섯이 자라나 아스팔트를 뚫으려 했다면 아마도 그 버섯은 1센치도 자라지 못한채 아스팔트 안에서 말라 죽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유행된 말은 고도성장이다. 그러나 요즈음 언론에는 고도성장과 속성경제의 폐단과 그 부작용이 적잖게 드러나고 있다.  대기만성이란 말이 있듯이 매사에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뜯어 보면서 속 깊고 튼실하게 일을 추진하면 부실이라는 말도 줄어들지 않을까.
살아가면서도 마음의 여유와 신중하게 일을 추진하는 마음을 길러보자.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