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아내의 말만 잘 들어도 집안에 평화
2012-12-07 16:28:01최종 업데이트 : 2012-12-07 16:28:01 작성자 : 시민기자   김기봉
지금이 새해는 아니지만 부모님께서는 해마다 설날만 되면 자식들이 드리는 용돈과는 별개로 되려 자식들에게 세뱃돈을 두둑히 주신다. 봉투 안에는 자식들에게 당부하는 덕담을 편지로 써서 함께 넣어주셨다.

얼마전 친구네 집에서 연말 망년회겸 친목계를 하러 갔다가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마음에 소주를 한잔 하고 고스톱을 치다가 그만 밤을 꼴딱 새워버렸다.
다음날 부스스한 얼굴로 집에 들어갔더니 아내의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고 단단히 화가 난듯 말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번도 외박한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전날밤 아주 나쁜짓 한것도 아닌데 아내가 그러니까 나도 은근히 서운하고 화가 났다. 남편을 이해 못하는 아내에게 나도 기분이 상했던 것이다.

우리는 결국 한바탕 '부부전쟁'을 치뤘고 냉전에 들어갔다. 그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 집안 공기는 싸늘하기만 했다. 
그렇게 3일이 지났을까. 그날은 약간 일찍 퇴근을 했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도 아직 퇴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양말과 옷을 벗으며 씻기 위해 왔다갔다 하던중 안방 화장대 위에 있는 뭔가가 눈길을 끌었다. 화장대는 내가 쓸일이 거의 없기에 그동안 별 관심두지 않았던 곳인데 그날따라 유난히 화장대 위의 그 물건이 눈에 밟혔다. 
조그만 빨간 보물상자 같은 사물함.

'이게 뭐지?'
상자에는 온갖 봉투와 편짓글이 함께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적잖은 현금도 함께 있었다. 더욱 궁금해서 편짓글을 펼쳐 봤더니.... 
그건 아버지께서 해마다 설날에 주신 세뱃돈과 함께 부부지간에 화목하게 잘 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현금은 그때 주신 세뱃돈이 맞는듯 했다.

 
아내의 말만 잘 들어도 집안에 평화_1
아내의 말만 잘 들어도 집안에 평화_1

나는 그동안 굳이 그 세뱃돈에 큰 관심 안두고 아내가 알아서 살림에 보태쓰려니 하면서 지냈는데... 아내는 그 돈을 안쓰고 지금까지 보관해 두고 있었다는건가?
일단 궁금증을 풀기 위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부부싸움의 냉전 상황보다 궁금증이 더 컸기 때문에.
"지금 퇴근중이야? 언제쯤 오는데?"
"곧 갈거야. 그건 왜물어?"
아내는 여전히 삐져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삐져 있는 아내더러는 그 사물함의 존재를 묻기 어려울것 같아 우선 엊그제 일은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부터 했다. 그러자 아내도 슬그머니 풀어지는 눈치였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화장대 위의 사물함의 존재를 물었다. 아내는 별거 아니라며 자초지종은 집에 돌아와서 말하겠다고 했다.
일단 전화를 끊고, 아내가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후 집에 돌아온 아내는 내게 뭔가를 불쑥 내밀었다.
"읽어봐"
아내가 사물함에서 꺼내 준건 아버지가 벌써 몇해전 설날 덕담으로 써주신 편지였다.

내용인즉 남편 10계명이었는데 유독 3가지 계명에 아내는 빨간줄로 '밑줄 쫙'을 해놨다. 
1. 결혼 전이나 신혼 초에 보였던 관심과 사랑이 계속 변치 않도록 노력하여라. 
3.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언행을 삼가하여라.  
5.가정 불화가 있을 때에 남편이 먼저 한걸음 양보하여라, 아내의 매력은 사랑스러움이고 남편의 매력은 너그러움이다.

"..........."
"어때?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님 말씀이셔. 가슴에 콕 찔리지?"
아버님 말씀이시라는 아내의 말에 기가 팍 죽었다. 아버지가 어디서 이런 명문장을 만들어 주셨을까?
"음. 알았어. 근데 이걸 여태 안버리고 가지고 있었단 말야? 이건 우리 신혼초에 주신거 같은데"
"아버님이 주신걸 어떻게 버려?"
"그럼, 저 세뱃돈도 그냥 놔둔거야? 안쓰고?"
"응. 그동안 장롱 속에 넣어뒀다가 급한데 쓸 돈이 좀 필요해서 임시로 조금 쓰느라고 꺼내 놓은거야"

그랬다. 아내는 아버지께서 주신 세뱃돈과 덕담 편지봉투를 간직해야만 할것 같았다고 했다. 그냥 돈만 빼내서 써버리면 그 덕담 봉투는 잘 거들떠 보지 않을 것 같고, 거기에 돈을 그냥 놔두면 그때문에라도 덕담을 자주 읽어 가정이 화목해지는데 도움이 될거 같아서라는... 그리고 아버님이 주신 돈을 팡팡 써버리기도 미안해서였다는 아내.

나는 아내를 꼭 안아줬다. 아내의 깊은 심성과 지혜가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웠다. 남편들은 아내의 말만 잘 들으면 집안에 항상 평화가 넘칠거 같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