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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프니 딸도 아프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이제는 효도해야지
2012-12-09 19:34:52최종 업데이트 : 2012-12-09 19:34:52 작성자 : 시민기자   이소영

2012년의 끝자락인 12월에 서서, 집안에 큰일을 치렀다. 엄마께서 건강 검진 결과 후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엄마 몸에서 태어난 딸이라 그런지 수술 몇일 전 후로 도리어 내가 더 아팠다. 
평상시 떨리지도 않던 눈꺼풀은 계속해서 펌프질을 해 댔고, 계속해서 몸이 천근만근 쑤셨다. 예부터 건강하기만 해도 효도라 했고, 가족 구성원 하나만 아파도 온 집안 식구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긴 힘들다고 하던데 이를 몸소 체험한 셈이었다.   

엄마는 수원 빈센트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신 후 일주일가량 입원을 하셨다. 병문안을 갈 때마다 누워 있는 엄마 옆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빈센트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80% 이상이 암 환자라고 한다. 

엄마와 함께 병실을 쓰던 곳에서도 암 환자가 3명이나 있었는데, 몇일 동안 엄마는 그분들과 이야기를 하며 인생을 논했다고 내게 말씀하셨다. 그분들은 하나 같이 이런 후회의 말을 읊고 있었더란다.
'열심히 산다고 아등바등 하며 살아왔는데 몸이 아프니 다 부질 없더라.'
'조금만 나를 위해 살았더라면.'
엄마는 그런 암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더란다. 엄마 자신 또한 그런 생각을 하셨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엄마는 내게 종종 서운함을 비치셨다.
"너는 책도 많이 읽는데, 갱년기도 모르니. 엄마 마음을 하나도 몰라주는 것 같아 섭섭하다."
그렇다. 나는 그동안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는 지식만 과다할 뿐, 정작 사람 마음 하나 다독일 줄 모르는 바보 같은 못난 딸이었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평생토록 희생 하며, 자신 보다 나 먹을 것 입을 것 걱정을 하시며 사셨는데 말이다. 

누구 병문안 오는 것도 신경 쓰여서 입원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엄마는 퇴원 당일 날 핸드폰을 찾으셨다. 그리고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신호음 소리가 몇 번 넘어간 끝에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외할머니셨다. "무슨 일이여." 라고 묻는 시골 할머니의 음성에  "엄마, 나 아파."
아이마냥 울먹이는 엄마를 보며, 나는 당연했지만 그동안 몰랐던 사실 하나를 인지했다.
'맞아,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지.' 난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슬프게도 이래서 내리사랑이라고 하나보다.   

씁쓸한 마음에 퇴원 수속을 밟으러 1층에 내려갔다가  '바람의 나무 퐁낭' 이라는 이름으로 '이희정' 작가의 전시품을 둘러보게 되었다. 
지지난해 병상에 누워 영혼이 죽어있는 것과 같은 시간을 보내던 작가는 제주의 풍경을 따라 걷다가 발끝에서 만난 제주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퐁낭을 통해 치유를 했다고 한다. 

엄마가 아프니 딸도 아프다_1
빈센트병원 내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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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프니 딸도 아프다_2
엄마가 아프니 딸도 아프다_2

작품 속 대다수가 천국 갈 시간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쭈글쭈글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참 아름다웠다. 
인생의 끝자락에 서서 '인생 무상'이라는 결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듯이 나와 내 가족부터 먼저 지키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잠시나마 그 작품은 내게 잠시나마 '삶'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주었다. 

퇴원 후 엄마의 몸조리를 해주며, 나는 미역국도 끓여보고, 청소기 돌리는 법, 빨래 하는 법.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림을 배웠다. 그러고는 도서관에 갔다가 '딸이 엄마에게 권하는 건강백서'라는 책을 꺼내 읽었다. 정보만 나열한 그런 책이 아니고, '갱년기'의 고통과 아픔을 느껴 본 저자가 쓴 책이었다. 두꺼운 책 중 내 뇌리에 박힌 것은 '폐경 일기 예보'였다. 

"하루 종일 안개가 낄 가능성이 많은 가운데 고기압과 저기압이 극심하게 반복됩니다." 
예민해졌다가 무기력해지기도 하는 엄마의 마음을 한 문장으로 압축을 해놓은 듯 했다. 순간 울음이 북받쳤다. 집에 돌아와 잠든 엄마의 얼굴을 보며, 다짐했다. 
스무 해 넘도록 딸을 위해 산 엄마에게 이제는 그 딸이 엄마를 위해 살아보겠노라고. '엄마 건강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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