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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도 평생 버스나 타고 다니쇼!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은 삼가 하자
2012-11-15 15:49:46최종 업데이트 : 2012-11-15 15:49:46 작성자 : 시민기자   오새리
말은 쓰임새와 의미에 따라서, 그리고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분위기에 따라서 똑같은 말이라도 천양지차의 무게로 전해진다.

예를들어 가까운 친구에게 농담으로 "너는 얼굴이 약간 노안이야! 그치"라고 한마디 했다 치자. 이게 평소에 그러면 "너는 그렇게 얼짱이냐?"하고 웃으며 받아 넘기겠지만, 면접에서 떨어지고 온 사람에게 그랬다면 당장 절교를 선언하든지 쌈박질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말은 그래서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말은 때와 장소, 쓰임새와 어투에 따라 칼날이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꽃이 되기도 한다. 

얼마전 매탄쪽에 갔다가 버스를 타려고 기다렸는데 버스가 유난히 늦게 왔다. 승객들 모두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왜 이렇게 버스가 늦느냐고 모두다  불만 섞인 한마디씩 할때쯤 마침내 기다리던 버스가 당도했다.
하지만 그걸로 '고생 끝 행복 시작'은 아니었다. 버스가 늦은 만큼 승객들이 넘쳐나 시내버스는 마치 콩나물 시루처럼 복닥거렸다. 거의 30분 가까이 추위와 싸우다가 올라탄 버스에 마치 짐짝 취급 당하듯 발딛을 틈도 없는 곳에서 버티자니 승객들 모두 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도 평생 버스나 타고 다니쇼!_1
아저씨도 평생 버스나 타고 다니쇼!_1

결국 참다 못한 한 남자 승객이 운전기사를 향해 큰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놈의 버스는 왜 이렇게 늦은거요?"
'이놈의?'... 이 한마디에 그동안 참고 있던 승객들의 짜증이 약간 해소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되돌아온 말은 그다지 녹록치 않았다.
"차가 막히는데, 그럼 차를 메고 다니란 말요?"

순간 짧은 침묵이 흘렀다.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버스가 늦은 이유를 따져 물었던 남자 승객의 반응에 모두 다 귀를 기울였다.
"막히는걸 누가 모르나?  사람들이 전부다 동태가 됐잖소? 이놈의 버스 제대로 다닐때가 없어. 시청에다 얘기해서 노선을 확 빼버리든지 해야지 원.... "
앗! 이번엔 강도가 더 세다. 또다시 승객들 모두 다 운전기사의 대꾸에 귀를 쫑긋했다. 잠시후....

"아니 이 양반아, 길은 막히는데 차들이 막고, 신호가 막는걸 낸들 어쩌냐고? 타기 싫으면 내리면 될거 아뇨?"
역시 컸다. 싫으면 내려서 걸어가란다. 두 사람 다 막 가고 있었다. 그래서 승객들 모두 다 이젠 서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자칫하다가 싸움이 날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버스가 늦어 승객도 화가 났고, 차가 막혀 운전기사도 화가 났지만 서로 험악한 말로 막 가니 듣는 사람들이 거북하고 조마조마 해졌다. 

더군다나 요즘 성질 급한 사람들은 홧김에 운전중인 기사를 때려 버스가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있어서 승객들의 불안감은 자꾸만 커져 갔다.
이때 막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해 멈춰 서자 그 승객 아저씨가 내리면서 한마디 던졌다. 거의 치명적인 말로...
"그래 당신은...  평생 버스기사나 해*먹어라! xx"

아.... 이건 아니었다. 버스가 늦기는 했지만 그게 어디 운전기사의 잘못인가? 버스가 늦어 화는 나지만 그래도 이런 말을 하는건 너무했다 싶었다. 승객들 모두 운전기사의 억울한 판정패로 결론짓고 있을때.... 다시 상상치 못한, 그날 말다툼에 쐐기를 박는 카운터 펀치가 작렬했다. 아주 조용히.
"예, 아저씨.... 아저씨도, 평생 버스나 타고 다니쇼..."

승객들은 웃지도 어쩌지도 못한채 모두다 서로의 눈만 바라보며 두 사람의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 두사람 다 심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서로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우리 말중에 "OO나 해먹어라" "평생 OO나 계속해라"는 말은 아주 경멸하고 무시하는 방법으로 쓰이는 것이다.

모두 다 집에 돌아가 편히 쉬어야 할 시간에 서로들 상처만 입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들은 승객들도 맘이 편치 않은건 마찬가지였다. 
따지고 보면 모두 다 우리 이웃들이다. 서로의 어려운 점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이런 험악한 말은 안쓸텐데. 이 두분 다 애초부터 서로의 입장이 있었고 서로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괜한 말싸움으로 인해 서로 듣지 말아야 하는 말을 듣고 상처만 입은 것이다. 
조금만 넓게 생각해서 서로에게 말로 상처 주는 일은 없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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