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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노릇 제대로 하는 법 한가지
2012-12-12 12:32:57최종 업데이트 : 2012-12-12 12:32:57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여보, 눈도 오는데 우리가족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나 확 풀어볼까?"
"노래방? 눈 오는거랑 노래방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쩝"
원래 노래 잘 못하는 나. 지난번 폭설이 내리던 날, 아내가 갑자기 눈이 내리자 마음이 싱숭생숭 했는지 느닷없이 노래방엘 가자고 했다.

그런 아내의 말에 눈치를 챘어야 제대로 돼먹은 남편이라는거 알지만, 워낙 무드가 없는 스타일이다 보니 무뚝뚝 하게 노래와 눈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되물은 것이다.
사실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 노래방 한번 제대로 가본적 없는 무드 없는 가장이었다. 아내와 아들 딸은 종종 노래방엘 가서 실컷 소리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지만 그런게 취미에 안맞는 나는 번번히 그 자리에 불참했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몇 번 노래방에 간적은 있기에 그 분위기를 안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새삼 상대방의 다른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되고, 아는 노래 몇 곡을 함께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보이지 않는 경계도 서서히 무너진다. 
어쩌다 진짜 노래를 멋지게 잘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도 보너스로 높아진다. "예전에 노래방이 없을 때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고 살았지?" 뭐 이런 넋두리까지 해 가면서...

아빠 노릇 제대로 하는 법 한가지_1
아빠 노릇 제대로 하는 법 한가지_1

그러던 얼마 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가족끼리의 노래방에 반 강제로 끌려(?)가게 된 것이다. 
특목고에 간다며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공부하느라 노래 한 곡 제대로 들을 겨를이 없을걸로 생각했던 중학생 아들놈과, 우리같은 성인들은 흉내도 못낼 댄스가수들 노래를 따라 부르는 딸내미가 40대의 부모와 함께 과연 노래방에서 어울릴 수 있을까? 괜히 썰렁한 분위기로 세대간의 갈등만 확인하는 거 아냐?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들어갔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용기있게 처음 마이크를 잡은 아들녀석은 책상머리에 앉아 있던 샌님같은 그 모습은 어디로 가고 아주 터프하게 노래 한 곡을 뽑았다. 그것도 나는 뭐라 말하는지 흉내조차 내지 못할 요즘 아이돌 가수들의 최신 유행 곡을 내리 2곡씩이나 멋들어지게 부르는 게 아닌가! 

신나는 노래에 맞춰 아내와 아이들은 서로 코러스도 넣어 주고 신명나는 춤사위로 즉석 백 댄서 역할까지 하면서 그야말로 잘들 놀았다. 그 빠른 랩 가사를 한 구절도 안 틀리고 계속 부르며 마이크를 놓지 않는 딸내미를 보면서는  "아니 저 아이 평소에 암기 과목 힘들다고 하더니, 그거 거짓말 아냐?" 하면서...

거기다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노래할때는 우리는 완전히 엔터테인먼트 예능가족이 되어 있었다. 아내는 언제 배웠는지 말춤을 곧잘 추었다. 나는 약간 엉거주춤이었지만...

엄마 아빠의 구닥다리 옛 노래 가락에는 아이들이 분위기 맞춰 탬버린을 쳐주며 휴대폰 카메라를 터트려 주었고 열렬히 박수까지 치면서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는 동안 훌쩍 2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나는 처음으로 내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어떤 것이고,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이며, 또 어른 못지 않게 우리 아이들도 신나게 놀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서로의 어깨동무를 통해 엄마 아빠보다 어느새 키가 훌쩍 커버린 두 아이들과 참으로 오랜만에  가족이라는 진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노래방을 나오면서 문득 새로운 사실을 떠올렸다.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신나게, 진지하게 분출하고픈 스트레스가 참 많구나!  항상 '공부, 공부'만 외치는 부모 말에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묵묵히 참으면서 부모가 더 조급해 하는 성적에 가혹한 압박감을 받으면서도 항상 밝게 웃으며 견뎌 내준 아이들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매일 여기저기 학원, 과외 다니랴 한 달 내내 보충 수업하랴, 제대로 쉴 틈도 없었던 아이들을 생각해 다음부터는 노래 공부를 해서라도 함께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공부든 노래든, 혹은 친구나 이성 문제든 마음이 열려야 터놓고 대화를 할수 있는 법이다. 마음을 열고 활짝 웃으며 아이들과 함께 풀 수 있는 우리 가족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이제서라도 알았으니 그나마 애비 노릇 좀 제대로 할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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