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할아버지의 외로움을 달래줄 방법은?
사별하신 노 어르신들의 재혼에 대해
2012-12-12 15:43:26최종 업데이트 : 2012-12-12 15:43:26 작성자 : 시민기자   유병화
내가 다니는 헬스장에 6순 중반의 연세지만 50대 초반의 '초강력 동안'의 얼굴에 근육이 잘 다듬어진 노인이 한분 계시다. 인상도 참 밝으시고 친절하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신다. 이미 정년퇴직 후에 주차장 경비를 하시며 스스로 용돈도 벌며 재미있게 지내신다.

"이 보오, 유사장(나는 사장이 아닌데 꼭 그렇게 불러주셨다). 오늘 나하고 쐬주 한잔 할까? 내가 살께"
"네? 소주요? 좋죠.  하지만 제 수입이 조금 더 많을겁니다. 하하하. 그러니까 할아버님께 삼겹살로 제가 쏘겠습니다"
그날 할아버지와 함께 헬스장에서 만난지 6개월만에 처음으로 소주집에 갔다. 나도 시골에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신데 이 할아버지와 모습이 닮아 친아버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건강한  체력이라 그런지 할아버지는 소주를 가볍게 입안에 털어 넣으셨다. 그러면서 얼마 전 새로 본 둘째 며느리 자랑에 입에 침이 마를 정도였다. 주머니를 뒤적이시더니 며느리가 당신께 보낸 편지까지 보여주며 자랑을 하셨다.

참 자상하신 시아버님을 모시고 있는 그 며느리가 복 받은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이 모두다 화목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할아버님의 얼굴에는 의외의 그늘이 한가닥 있으셨다. 
"내가 혼자 된지 30년도 넘어..."
"예? 그럼 할머니께서는"
"막내 놈을 낳다가 그만...." 할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하셨다. 

솔직히 30년이나 지난 아내를 보고 싶으시다는 것보다 이젠 늙어서라도 새로운 '짝'을 찾아 여생을 외롭지 않게 보내고 싶다는 말씀이셨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자식 넷을 밥지어 먹이고 도시락을 싸가면서 키웠다 한다.  이제는 자식들 다 제 몫을 하니 경제적 어려움은 크게 없지만, 문득 잠깬 한밤중에 옆의 빈자리가 무척이나 외롭다고 하신다. 

할아버지의 외로움을 달래줄 방법은?_1
할아버지의 외로움을 달래줄 방법은?_1

"마누라도 이해 할거야" 
풀썩 웃으시는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그동안 내가 발견치 못했던 30년간의 고독이 짙게 배어나왔다.
"할아버지, 옛말에 열 효자보다 악처 하나가 낫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그쵸?"
"그래 그 말이 맞아. 이 나이에 혼자 살면서 외로운 건 말도 못해. 얘들이 아버지 외롭게 사는 줄을 몰라줘."

오랜만에 당신의 말을 쉽게 이해하고 맞장구를 쳐주는 젊은이를 만났다는 생각에선지 이야기 보따리를 술술 풀어 놓았다. 
전에는 아는 사람 통해서 한번 선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피땀 흘려 장만한,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해주면 살겠다고 해서 고민을 하다가 돈만 밝히는 사람같이 보여서 관뒀다고 하신다. 
하기야 연애를 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면 재산이라도 많아야 그걸 보고 들어올 것이 세상 인심인 법인데, 가진 재산이 별로 없는 영감님으로서는 어려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아내와 같이 이불 펴고 누워서 같이 TV를 보면서 드라마 평도 하고 연예인 흉을 보면서 웃어보기도 하고 싶다는 바람. 불 끄고 누워선 하루동안 있었던 얘기, 애들 얘기하다가, 손이라도 한번 잡고 발도 한번 대 보고 하다 어느덧 달콤한 잠에 빠지는 꿈도 꾸신다고 했다. 
자다가 악몽에, 혹은 추워서 새벽에 깼다가도 당신 옆에 자고 있는 아내의 숨소리와 함께 다시 잠에 빠져드는 행복감을 맛보고 싶다고 하셨다. 

"유사장은 아직 손주가 없어서 모를거야. 새벽에 깨서 슬그머니 내 방에 침입한 손주놈 끌어 안고 자기도 하는 뜻밖의 뽀나스 같은거.... 하지만 아내도 없고 애들도 없는 적적한 밤에 혼자 견디는 외로움이 아주 커..."
"제가 맘씨 좋으신 할머니 한번 찾아 볼까요? 할아버지!"
"그래 줄랑가?" 연신 소주잔을 기울이며 깊은 한숨 소리를 내시던 할아버지가 눈을 크게 뜨시며 바짝 다가섰다. 노인은 자칫 주책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나이 값도 못한다고 손가락질 받아 자식들 욕보일까봐 사람을 사귀는 것도 어렵기만 한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젊은이를 봤나'하는 그런 표정으로.

"소녀시대 가수들처럼 예쁜분만 기대하시는건 아니죠?"
"예끼 이사람아! 껄껄껄"
 "하하하" 
할아버지와 나는 호탕하게 웃어제꼈다. 할아버지의 웃음은 내게 진솔하게 마음을 나누며 여생을 보내실 할머니를 만나시기 바라는 소리로 들렸다. 
할아버지께서 하루빨리 돈 같은것 보다 마음을 열어 줄수 있는 순한 양 같은 '할머니 새댁'을 만나셨으면 좋겠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추천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