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좋은 부모가 되는 길
2012-12-03 15:06:28최종 업데이트 : 2012-12-03 15:06:2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지영

집안 대청소를 하다가 처음에는 놀라웠고, 그 다음으로는 화가 났고, 그 다음으로는 은근히 후회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 방 한구석에서 나오는 포스트 잇, 커터 칼, 지우개, 화이트, 연필에 심지어 먹다가 남겨 봉지를 씌운채 처박아둔 곰팡이 핀 빵과 과자까지.

처음 놀란건 내가 아이들 방을 너무 자주 치워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 놀랬고, 그 다음으로는 그게 아니라 이렇게 물건 아까운줄 모르고 마구 버리고 잊고 낭비한 아이들의 행동거지에 화가 난거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그렇게 화를 나게 만든게 나 자신이라는 생각에 후회가 든 것이다.
즉 아이들을 부족한줄 모르게 키우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다.

예전엔 아껴 쓰기를 강조하지 않아도 몽당연필에 볼펜 깍지를 끼워 손에 잡히지 않을 때까지 썼다. 지우개가 없어 침을 발라 공책에 쓴 글자를 지우면 공책 지질도 좋지 않아 새까만 자리에 구멍이 나기 일쑤였다. 그런데 아이들 필통을 열어 보면 색색으로 된 지우개를 한 움큼씩 가지고 다닌다.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로 돌아가 보자.
아이들이 신발을 잃어버리면 그 신발이 나올 때가지 돌아가지 않고 울며 애를 먹였다. 선생님 신발을 내밀어도 막무가내여서 온 학교를 다 뒤지고 다니면서 신발을 찾았다. 요즘 아이들은 두어군데 둘러보고 실내화를 끌고 집으로 향한다. 아이는 걱정도 안하고, 없으면 우리 엄마가 또 사 줄 거라며 집으로 간다. 아이들이나 부모나 별 아쉬움 없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예전에야 어디 실외화와 실내화가 따로 있었기나 한가· 실내에 들어가는데 무슨 신을 신는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그저 발이 땅에 대일 때에만 발에 걸치는 것이 신발이었다. 물건이 귀하디 귀한 시절의 신발은 밑창이 뚫어져 비가 새어도 코가 걸리지 않을 때까지 신는 줄 알았다. 비가 오는 날에도 찢어진 밑창으로 물이 새어 들어와 쿨쩍거리는 신발을 신고 십리 길을 걸어 학교엘 오고 갔다. 

부모는 그렇게 학교를 다녔는데 요즘 내 아들딸들은 전혀 그런거 모른채 물건 귀한줄 모르고 지내는 것이다. 가르치는 부모 잘못이 가장 크다는 생각에 한동안 반성, 또 반성을 했다. 

수삼년전에 고모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고모부가 갑자기 뜻하지 못한 실직을 했던때가 있었다. 모든 가족이 걱정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고모부가 집에서 쉬기 시작한지 3주쯤 지난 어느날 당시에 중학교 1학년과 2학년 남매 조카들이 아빠 엄마에게 선물을 사 들고 왔더라는 것이다.
저녁 식사후에 아이들이 불쑥 내민 선물이라는 뜻밖의 말에 부모님 생신도 아니고 어버이날도 아닌데 이게 웬거냐며 뜯어 보니 애들이 준 선물은 가죽으로 된 어른용 자동 혁띠와 녹차 믹스 30개들이 1박스였다고 한다. 

좋은 부모가 되는 길_1
좋은 부모가 되는 길_1

고모가 이걸 왜 사왔냐고 물으니 아이들 하는 말.
"아빠 저번에 혁띠 보니까 많이 낡았더라구요, 검정색 혁띠인데 하얀색이 다 보이고... 이제는 저희가 사드리는 이 새걸로 양복 입고 다니세요, 우리 아빠 댄디한 신사잖아요. 그러면 금방 취직 다시 하실거예요. 헤헤헤.  당근 그동안 고생하셨잖아요."
"녹차는 엄마거예요. 엄마도 직장 다니느라 힘드시잖아요. 매알 저녁때마다 따끈한 녹차 마시고 힘내세요, 우리가 용돈 아껴서 산거니까 돈 아까워 마세요. '따릉'해요 엄마"
순간 고모네 부부는 눈물을 찔끔 흘렸다고 한다. 

우리아이들이 물건 아까운줄 모르고 사는데 반해 고모네 아이들은 용돈 아껴서 마음 고생 하는 엄마아빠를 위로해 주는 대견함을 보였다. 그 생각을 하니 내가 아이들을 참 잘못 키우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더 들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었다.

서양 격언에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전쟁터에 나갈 때에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할 때에는 세 번 기도한다는 속담이 있다. 
나는 여기에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반드시 네 번 기도해야 하는 때가 바로 부모가 될 때이다!"라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넘치고 분수 모르게 아이들을 키울게 아니라 부족하게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고 다시 해 본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추천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