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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부모의 역할
2012-11-07 11:13:45최종 업데이트 : 2012-11-07 11:13:4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순자

"얘야, 늦기 전에 일찍 자야지"
"네, 엄마. 요거만 마저 읽을께요"
아이가 요즘 부쩍 책에 빠졌다. 기특하다. 책을 읽어라 읽어라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에 스스로 읽어야 하는데 요즘 아이가 책 읽기를 즐겨 하더니 어떤때는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책을 보는 일도 있었다.

엊그제도 늦게까지 앉아 있을 태세여서 일찍 자라고 일렀더니 잡고 있던 책을 마저 끝내고 자겠다고 해서 아이를 설득해서 재우느라 애 먹었다.
한번은 잘 자고 있으려니 하면서 혹시 이불을 차지나 앉았을까 싶어 방문을 열어보았다가 기겁을 했다. 이녀석이 불을 끄고 이불을 뒤집어 쓴채 그 속에서 휴대폰 불빛으로 책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그때도 새벽 1시가 다 됐을 때였다. 이걸 기특하다 해야할지, 오버 한다 해야할지.

독서와 부모의 역할_1
독서와 부모의 역할_1

그게 건강에는 당장 조금 해가 될지언정, 그런 집중력과 책을 가까이 하는 아이가 고맙기는 하다.
시민기자도 마찬가지지만 독서에 대한 추억, 책 한권으로 인해 인생을 바꾼 사례, 책으로 인해 느낀 감동이 죽을때까지 잊혀지지 않는 일 등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전해져 온다.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아주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때였다. 그때 루돌프사슴코, 흰 수염의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동경과 선물에 대한 기대 같은게 범벅이 되어 있던 어린 마음에 크리스마스 전날 밤 언니가 내 머리맡에 살포시 놓아 준 동화집은 지금도 잊을수 없다.  빨간색 겉표지가 어찌나 예쁘던지 내용은 안 보고 품에 안은 채 밥 먹고, 옆구리에 끼고 놀고, 잘 때도 꼭 끌어안고...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다가 어느 날 한 권을 겨우 다 읽었을 때의 그 감격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가장 소중한 기억 중에 하나다.

스크루지 아저씨, 아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아름다운 별 이야기 등등. 하늘을 날아다니고, 바닷속 용궁도 들어가 보고, 무엇이든지 가능했던 어린 시절의 무한한 상상의 세계.  이런 것들이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많은 꿈과 희망을 간직케 했던 기억이 난다.
책이 나달나달 다 닳아빠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온 세상이 그리고 모든 꿈이 그 동화책 한 권에 다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시절에는 책이 하도 귀해서 동화책 한 권으로 동네 아이들을 일렬로 데리고 다니면서 여자 골목대장 노릇도 했는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할 때마다 혼자 웃음을 짓곤 한다. 
지금도 여러 종류의 책을 접해 보지만 그때 처음 느낀 감동과 전율에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지금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느낌이 있을까 생각은 해 보지만 무엇이건 부족하기만 했던 그때와는 조금 다른듯 하다.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간직하게 하려고 책을 많이 사 주었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가. 엄마가 느낀 감정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우리아이들도 사실 처음부터 책을 잘 읽고 즐겨 찾은건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새 책을 주었을 때. 약간씩 두려워하는 표정, 약간씩 지루해하는 표정, 약간씩 힘들어하는 표정, 그 표정들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처음에는 "이 책 꼭 읽어야 돼요?"라며 답이 뻔히 나와 있는 질문을 하는 것이나, 정상으로 가는 표지 팻말을 보고도 "산으로 가는 길이 맞아요?"라고 묻는 것이나 그 서툰 질문은 책을 읽히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그러던게, 점차 시간이 흐르고 도서관에 가서 책 읽기보다는 함께 소풍 가듯 놀다 오기도 하고, 대학에 가서는 거대한 캠퍼스의 모습도 보여주면서 벤치에, 잔디밭에, 길가에서 책을 펴 들고 읽는 형아, 언니들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특히 그 시기에 우리 부부는 TV를 끄고 아이들과 대하할 때 꼭 책 이야기를 사례로 들어주면서 자연스레 책과 가까이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시간을 기다렸더니 아이가 이제는 책을 즐기게 되었다.

서머셋 모옴은 독서를 일컬어 '모험'이라고 했다. 그만큼 혼자서, 스스로 알아 터득해 나가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독서를 하는 동안 행간에서 얻게 되는 뜻밖의 깨달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의 책읽기 습관이 요즘같이 좋은 가을날에 스스로 체득이 되도록 엄마 아빠부터 TV끄고 책을 잡아보자.  그러면 아이들은 책을 읽으라는 '잔소리' 대신 방과 거실을 오가면서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의 할 일을 터득하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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