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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송아지 낳던 날
2012-11-07 15:26:40최종 업데이트 : 2012-11-07 15:26:40 작성자 : 시민기자   홍명호
아내와 김장거리좀 가질러 고향에 갔었다. 가을걷이가 거의 다 끝나 가는 한적한 시골 마을. 고향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모님이 무척 바쁘게 움직이셨다. 
재작년에 고만고만한 송아지 7마리 번식우를 사들여서 올 3월부터 송아지가 태어난건 알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지난 여름에는 쌍둥이 송아지를 낳아서 아버지가 기뻐하셨는데 이번에도 송아지가 태어난다 하여 전부다 비상상황이었다.

송아지 번식우 7마리는 아버지가 노후준비 하신다며 사신 것이다. 시골에 계신분이지만 참 생각도 깊으시고 준비성도 철저하시다. 그렇게 들인 송아지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벌써 엄마 소가 되어 송아지를 쑨풍쑨풍 잘 낳아주니까 얼마나 고맙던지.

집에는 부모님이 마른 수건과 따뜻한 물을 준비하고 계셨고, 만약에 대비해서 수의사까지 와 있었다.
"인자, 이눔덜 새끼 낳으면 우리 손주 컴퓨터 바꿔 줄란다. 그게 잘 안된다며?"
아버님의 말씀이셨다. 지난번 추석때 우리집 컴퓨터가 오래 돼서 약간 버벅대자 큰애가 제 엄마더러 컴퓨터 바꿔달라고 투덜대는걸 보셨던 것이다. 그걸 기억하고 계셨다가 송아지 팔아서 바꿔주시겠다니 감사했다. 참 염치도 없는 아들이다. 

그런데... 이눔덜이라고 하셨다. 또 쌍둥이 송아지인가? 이상해서 여쭸더니, 이번엔 어미소 두 마리가 동시에 송아지를 낳을것 같다는 것이었다.
인공 수정을 한 날이 같기는 했지만 낳는 날도 같을줄은 몰랐는데 두 마리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운 좋으면 함께 낳을것 같다는 것이었다.

기대 만발... 소 축사 안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집안에서는 흥분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드디어 첫 송아지가 태어나던 순간. 나는 신기해서 눈을 뗄수조차 없었다.  송아지 낳는 것은 어릴적에 보고 정말 오랜만에 봤기 때문이다. 

어미소가 송아지를 출산하고 혀로 핥다주기는 하면서 모유를 먹지 못하도록 발길질과 머리로 떠받기를 했다. 마음이 졸여지고 얼마나 조마조마 하던지... 저러다가 소 뒷발질에 송아지 머리를 맞아 다치거나 죽으면 어쩌지? 나의 조급함과 걱정과는 딴판으로 의외로 아버지는 여유가 있으시다. 한마디로 괜찮다는 것이다.

고향집 송아지 낳던 날_1
고향집 송아지 낳던 날_1

수의사가 나서서 어미소를 묶어놓고 송아지를 어미곁으로 유인하여 젖을 물렸다. 그 어린것이 성질도 급해서 얼른 안나오니까 콕콕 쥐어 박으면서  젖을 빠는 모습이라니.
그리고 반나절 후쯤, 드디어 두 번째 엄마소가 출산을 시작했는데, 한 마리가 미끄덩 하고 나온 얼마후 두 번째 송아지가 태어난 것이다. 얼마나 고맙고 기특하던지.

아 그런데, 그만...
두 번째 나온 녀석은 곧장 일어서서 팔짝팔짝 뛰며 어미 소 젖을 빨고 잘 노는데 첫 번째 나온 이녀석이 영 온전치 못했다. 수의사가 왔다갔다 무언가 처방을 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정성을 쏟고 치료를 했건만, 안타깝게도 이 송아지는 하늘나라로 갔다. 서운함과 안타까움이 겹쳐 어머니도 눈물을 떨구셨다. 잘 묻어 주자시며....

눈망울이 똘망똘망 했었는데 탈진되어 젖 빠는 것도 시원찮더니 수의사 선생님이 놓아주신 영양제까지 맞았지만 거기까지가 어린 송아지에게 주신 하늘의 운명이란거 같았다. 
"잘가~ 송아지야" 
우리 가족은 녀석을 뒷산 큰밭 머리 산자락 밑에 묻어주고 왔다. 집에 돌아오니 어미소도 새끼가 없다는걸 아는지 큰 눈을 꿈뻑거리며 서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진한 애틋함을 느꼈다.

그렇게 어린 송아지 한 마리를 떠나 보냈지만 우리는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일어섰다. 이미 낳은 녀석을 잘 키워야하니까. 아버지는 바깥 마당에서 가져오신 짚을 깔아주시며 정성을 다하신다. 
"이눔이, 건강하게 잘 크야 하는디... 그래야 우리 손주 컴퓨터도 사 주고 용돈도 줄껴"
태어난 송아지를 매만지시며 아버지가 주문처럼 외우신다. 그 모습이 정겹고 아름다웠다. 진정한 농군이나 연출할수 있는 드라마 같은 장면이니까.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온다. 우리나라 농촌의 모든 소와 돼지와 가축들이 구제역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구제역이나 광우병 같은 질병도 좀 발생하지 않고 농민들이 발 뻗고 잘수 있도록. 그것도 고향의 부모님이 계신 도시의 자식들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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