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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네팔 전통혼례식을 올렸습니다
네팔인 아내 먼주 구릉과 함께하는 한국 여행기 14
2012-11-07 15:48:46최종 업데이트 : 2012-11-07 15:48: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삶은 자신이 규정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말들이 많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요절한 가수나 시인 그리고 일상에서 하던 말의 길처럼 살다가 인생을 마감하는 데서 찾아본다. 시인은 시어처럼, 가수는 가요의 가사처럼 살다간다고 한다. 

나는 지난 해 우크라이나 해외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부터 50세가 되기 전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하였다. 

수원에서 네팔 전통혼례식을 올렸습니다_1
수원역 앞 네팔 카삼레스토랑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아내 먼주 구릉과 시민기자

뒤늦은 결심이 귀국 전 발간한 나의 네 번째 시집인 '어느 겨울밤 이야기'(오늘의 문학사)에 실린 아래의 시에도 반영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시를 지을 때만해도 구체적으로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나를 규정하고 이끌어가는 '내안의 나'의 작용이 있었던 모양이다. 

<노을 같은 사랑>

느릿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물녘
낯선 바람이 조심스럽게 말 걸어올 시간이다.
저무는 해를 바라볼 여유도 없는 사람들은
인생이 어떻게 저물어가는 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가끔씩 불타는 노을을 바라볼 때마다
너는 뭘 저토록 불살랐는가?
스스로 묻게 된다.
보나 마나처럼 물으나 마나처럼
느릿한 바람을 핑계로 얼버무리는 사람들
나도 그 어떤 핑계거리라도 삼아야
내 물음에서 자유로울 것을,
나는 말한다.
불타는 노을처럼
찬란하게 불태워 볼 것이 사랑이라고,
이제 노을 같은 사랑을 하자.
넋 없이 인생을 살다보면
그 어떤 사랑도 이루지 못하리. 

짧은 몇 줄의 시어가 내게 뒤늦은 결혼으로 이끌어주었나 싶다. 그런 생각 때문에 내가 쓴 시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읽게 된다. 

수원에서 네팔 전통혼례식을 올렸습니다_2
수원과의 인연에는 e수원뉴스 김우영 주간님(사진 오른쪽)도 한몫했습니다. 결혼식에서도 아내와 막걸리잔을 기울인 인연을 맺었습니다. 네팔 라이족과 닮은 주간님과 아내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컷~!

수원에서 네팔 전통혼례식을 올렸습니다_3
온 가족이 모처럼 모여서 서로 기쁨을 나누었고 수원과 우리 가족도 새로운 인연을 맺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늙으신 부모님도 웃음이 넘칩니다.

보름간의 한국여행을 함께한 아내와 지난해 12월 15일 네팔에서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9개월 만에 한국 수원역 앞에 카삼 네팔레스토랑에서 네팔의 사리(신부혼례복)와 더우라수루왈(신랑혼례복)을 입고 결혼식을 했다. 
1년도 안되어 두 번 결혼식을 한 것이다. 신부에 나라에서는 신랑의 나라 전통의상을 입고, 신랑의 나라에서는 신부의 나라에 전통의상을 입은 상태로 사돈 나라에 지인들에게 인사를 대신한 문화행사처럼 말이다. 

대단한 의식을 가진 것도 없고 자가용이 길가에 늘어서거나 신혼여행을 떠나는 꽃으로 장식한 승용차는 엇었지만, 우리는 지인들에게 성의를 다한 인사를 했고 지인들은 성스럽게 축복을 빌어주었다. 
모자람이 넘치는 일상을 살아온 탓에 아내에게는 미안한 의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내는 기꺼운 웃음과 반가운 지인들과의 인사에 기쁨을 함께 해주었다.

수원에서 네팔 전통혼례식을 올렸습니다_4
결혼식을 하는 장소를 제공하고 음식을 장만해준 꺼허르만 라이 사장과 아내, 주방장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부모님에게도 지인들에게도 앞으로의 성실한 삶에 대해 다짐하고 좋은 일을 하며 사는 부부가 되겠다는 약속을 했다. 
적어도 우리 부부가 결혼을 하고 나라가 다른 사람들끼리 겪어야할 불편을 뛰어넘는 방법의 하나가 좋은 일을 하며 사는 부부가 되는 일이란 공감을 갖고 있다. 
그 자리가 수원이었다는 점에서 난 더 없이 기쁘다. 눈을 뜨고 있으면 항상 화성이 바라볼 수 있는 수원에 사는 한 우리는 역사와 서사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이 하늘 아래 살면서 하늘을 의식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갖는 가장 기본적인 자연에 대한 경배라 생각한다. 자신이 사는 공간에서 그 공간의 지배를 받아들일만한 당연한 인식태가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란 생각이다. 

반복하고 반복해도 결코 지나침 없는 말이다. 나는 이제 아내와 함께 불혹을 한참 넘긴 늦깎이 신랑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보람찬 남은 날들을 설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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