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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까까머리 친구들…연말 어떻게 보내는지!
취향 따라 바둑‧장기‧당구‧영화 즐겨…실버영화관에서 美 개척시대 서부극 관람
2019-12-28 11:51:42최종 업데이트 : 2019-12-30 11:26:59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노인일자리를 마치고 소주로 건배하며 연말을 보내는 노인들

노인일자리를 마치고 소주로 건배하며 연말을 보내는 노인들

연말이 되면 한해를 보내는 이런저런 모임들이 많다. 시대에 따라 연말을 보내는 명칭도, 방식도 달라졌다. 지금은 송년회라고 하지만 옛날에는 망년회라고 했다. 지금은 문화와 문명의 혜택을 받으면서 의식(衣食)걱정 없이 살으니 단순히 한해를 보내는 의미로 송년회(送年會)라고 한다. 하지만 살기가 어렵고 힘들었던 옛날에는 '한해의 힘들었던 일 과 괴로웠던 일들을 다 잊어버리자'는 의미가 담겨있는 망년회(忘年會)라고 했다.  
 

12월에 들어서면 도시의 음식점은 한해를 보내기 아쉬워하는 각종 모임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또 일부 가족과 친구, 연인들은 석양이 물든 낙조와 새벽녁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맞이를 위해 산으로  바다로 떠난다. 
 

80대 전후반 노인들에게는 젊은 시절 시끌벅적한 망년회(忘年會)의 추억이 있다. 보통 망년회는 12월 말께 음식점에서 했는데 음식점도 3단계가 있다. 당시 정객들이나 저명인사, 부유층은 OO관(館)을 드나들었고 중류층은 OO정(停), 서민들은 OO옥(屋)을 애용했다. '관' 이나 '정' 에서는 양주나 맥주나 정종(약주)같은 고급술을, '옥'에서는 막걸리를 팔았다.

노인복지관에서 당구를 즐기며 연말을 보내는 노인들

노인복지관에서 당구를 즐기며 연말을 보내는 노인들

동창회나 친목계 직장인들의 망년회는 OO옥에서 이뤄졌다. 지금처럼 밥집 따로, 술집 따로, 노래방 따로가 아니라 한 음식점에서 밥먹고 술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젓가락과 수저로 냄비와 상을 두드리면서 노래 반주를 맞추며 술을 마시다보면 어느덧 동이 트곤 했다. 새벽녘 귀가길 에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노래가 이어졌다. 슬프면 눈물이 나고 즐거우면 노래가 나오는 법이지만 그 시절 망년회 노래는 즐거워 부른 노래가 아니라 어렵고 힘들었던 일들을 잊기 위한 통한의 절규였다.

 

지금은 노인이 된 그 시절 젊은이들이 연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이곳저곳 들려봤다. 노인복지관에서 일자리를 함께한 동료들이 연말로 일자리를 마감하고 헤어지기 섭섭해 한 음식점에서 갈비탕으로 요기를 하면서 소주를 기울이며 연말을 보낸다. 일부는 복지관에서 당구나 바둑, 장기를 두면서 조용하게 보내기도 한다. 
 

또 영화를 보며 연말을 보내는 노인들도 있다. 안산에 실버영화관이 있다고 해서 친구와 함께 찾았다. 영화 상영은 1일 3회  입장료는 2000원이다. 50년대 미국 영화가 주를 이루고 그 시절 한국 영화가 동시 상영됐다. 기자는 중고등학생 시절, 프로가 바뀔 때마다 극장을 찾아다니는 영화광(狂)이었다. 혹시라도 선생님과 마주칠까봐 어른복장을 하고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를 보면 미국 배우들 이름을 다 기억한다. 영화관에 들어서니 의자며 스크린 등 시설이 옛날 영화관 모습 그대로다. 남녀 노인 30여명이 앉아 있었다. 케리쿠퍼, 버드랭카스타 주연의 '베라쿠르즈'(1954년)라는 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옛날 학창시절에 보던 미국 개척시대의 서부 영화다.

노인복지관에서 바둑 과 장기를 두면서 연말을 보내는 노인들

노인복지관에서 바둑 과 장기를 두면서 연말을 보내는 노인들

남북전쟁이 끝난 후 돈벌이를 찾는 미국의 총잡이들은 황제군과 민중군의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멕시코로 모여든다. 냉혹한 무법자 조에린(버드랭카스타)과 전 남부군 대령 벤트레안(커리쿠퍼)은 황제에게 사례금을 받고 백작부인을 베라쿠르즈 까지 호송하기로 한다. 호송 도중 백작부인의 마차에서 막대한 양의 황금을 발견한다. 그러자 백작부인은 황제의 군자금인 황금을 셋이서 빼돌릴 것을 제안한다. 백작부인의 배신을 경계하고 있던 후작이 선수를 쳐 황금을 다른 루트로 가져간다. 이때 황금은 멕시코 민중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란군이 가세하여 사태는 더욱 꼬여만 간다.

 

영화를 보고 오면서 수원에도 실버영화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수원시 인구가 119만9599명(2019년 3월 기준)이다. 그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9.9%인 11만8945명이다. 노인들을 위한 실버영화관 하나쯤 있을 법도 하다. 80세를 전후한 노인들은 두 시대를 살아간다. 미개한 시대에 태어나 힘들고 어렵게 살았던 젊은 시절과 문화와 문명이 공존하는 노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상상도 못하던 복지혜택과  문화 혜택으로  각자의 취향에 따라 연말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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