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가 하루 빨리 복구되길...
2016-10-09 00:42:31최종 업데이트 : 2016-10-09 00:42:31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오후 출근길, 바람이 거세게 몸을 휘감는다. 눈을 가늘게 모아야 할 정도로 강풍이다.
마치 태풍이라도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거센 바람에 며칠 전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가 일부지역에서 매우 심각하다. 특히 울산을 포함한 경상남도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울산의 어느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에 살면서 수재민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 망연자실이다. 식수는 물론이고 화장실 사용을 할 수 없으니 사람 사는 세상 같지 않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내나라 내 땅에서 큰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이곳에 사는 나는 태풍의 위력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5일 출근길에 내리던 비는 봄비처럼 얌전했다. 바람도 심하게 불지 않았으며 빗줄기도 거세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아무리 조심을 해도 신발이 젖어 불편하고 짜증스럽기 마련인데 그날은 걸어서 출근하는 과정에 큰 불편함이 없었다. 오전에 잠시 내리던 비가 그치면서 낮에는 해가 반짝 나고 평범한 가을날의 하루가 지나갔다. 그런데 저녁시간 TV에 나오는 피해 장면을 보고서야 태풍 '차바'의 위력을 실감했다.

퇴근 후 거실에 틀어놓은 TV뉴스를 오며가며 곁눈질로 보다 너무 놀라 자세를 바로 잡고 TV앞에 앉았을 정도다. 화면에 비춰진 영상들은 처참할 정도였다.
분명 아파트 주차장이라는데 화면에 보이는 상황은 홍수로 물이 차오른 어느 하천변 주차장 같았다. 달리고 있는 시내버스 안까지 물이 차올라 온 장면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부산의 어느 호화 주상복합 건물도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울산의 한 자동차 생산 공장에 즐비한 신차들도 물에 잠겨 동동 떠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할 말을 잃고 TV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다가앉았다. 지난 4일 오후부터 제주에 사는 SNS친구가 올려주는 소식들은 내가 사는 곳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태풍 '차바'의 상황을 중계하기 위한 방송사 차량들이 법환 포구로 몰려들어 포구가 북적인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성인도 위험할 정도의 강력한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까지 태풍에 대한 소식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태풍에 대한 아무런 징조가 없던 이곳에 사는 나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는 소식이었다. 여느 때처럼 별 탈 없이 지나가리라 생각했을 뿐이다.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가 하루 빨리 복구되길... _1
태풍이 오기 전 잔잔한 바다를 보면 누구나 탄성을 지르는 것처럼 재해는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다. 미리 대책을 세우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4일 밤부터는 정전 소식이 계속 올라왔다. 정전이 되었다가 복구되기를 반복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자정 직전에는 아예 전기가 나가버렸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5일 새벽 3시경 제주를 지날 예정인 '차바'의 위력은 태풍이 도달하기도 전부터 이미 집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과시하며 제주도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느끼지 못하는 태풍의 소식은 당사자들만큼 위협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뉴스를 보는 중에도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피해 상황들을 보면서 기가 막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해보지 않은 자의 여유로움이 들어가 있는 걱정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한 장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요즘 유행하는 컨테이너 주택이 범람한 강물에 떠내려가는 장면이 화면에 잡힌 것이다. 무겁고 견고한 컨테이너 주택은 마치 종이배가 휘청거리며 떠내려가듯 센 물살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더니 다리에 부딪히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는 장면이다.
컨테이너와 부딪힌 다리 역시 부딪히는 순간 폭발하듯 다리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잠시 후에 또 하나의 컨테이너가 떠내려 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물건을 싣는 컨테이너 박스였다. 연달아 떠내려가는 컨테이너를 보는 순간 산 속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부모님은 송광사 인근의 산 속에 컨테이너 주택 하나 가져다 놓고 아예 그곳에서 사계절을 보내고 계시는 중이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고 처음에는 출퇴근 하듯 다니시더니 하루 이틀 그곳에서 자는 날들이 늘어나고 이제는 아예 장기 투숙을 하고 계신다.
아무리 산 좋고 물 맑은 곳이라 할지라도 긴 시간을 생활하기에 불편할 듯 싶은데도 하나하나 살림살이를 늘려가며 이제는 완전히 터를 잡으셨다. 피해가 컸다는 경상도 지역은 아니지만 같은 남도 쪽이니 행여 무슨 피해를 입었을까 싶어 얼른 전화기를 챙겨 들었다.

다행히 전화 받는 엄마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자식들 걱정하는 산속 생활을 하시며 걱정시키지 않으려 언제나 좋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인지라 엄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컨테이너가 날아가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이리저리 넘겨짚으며 묻는 나의 질문에 엄마는 여전히 괜찮다고 하셨지만 무사한 컨테이너 대신 산속 살림살이들은 많이 피해를 본 모양이다. 엄청나게 내린 비가 온 사방이 흙으로 되어 있는 산골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먼 곳에 살다보면 자식도 형제도 남과 다를 게 없다. 수도권에 살아 태풍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한 형제들 몫의 걱정까지 순천 시내에 사는 남동생이 짊어졌던가 보다. 쉬는 날이면 산 속을 찾아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손으로 가꾸어 놓은 아름다운 산 속 시설물들이 이번 태풍에 많이 상한 모양이다.
산 속에서 지내는 하루가 얼마나 길고 지루할까 싶지만 부모님은 늘 하루가 짧다고 말씀하신다.
소꿉장난 같은 산속 생활에 전문 농사꾼보다 더 바쁘신 듯하다. 다행히 이번 태풍에는 무사히 지나갔지만 비만 조금 많이 와도 걱정이고 바람만 세차게 불어도 걱정이다.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는 내 부모님 걱정에 이정도 노심초사인데 처참한 피해를 당한 지역의 주민과 멀리 떨어진 자녀들의 심정은 어떨 것인지 이해가 간다.
태풍이 지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여전히 큰 불편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다. 재해가 지나가고 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자연이 스치고 가며 낸 생채기들이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사실이다.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가 하루 빨리 복구되길... _2
차바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재민 여러분, 힘내세요.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대책마련도 시급하지만 잘사는 사람, 힘 있는 자들의 피해만 챙길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살펴서 부디 빠른 피해 복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가을인가 싶으면 금세 겨울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시린 겨울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최대한 빠른 복구가 이루어져 그들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