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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에 눈물이 왈칵
휴에서 열린 시와 음악이 하나 되는 찻자리에서
2018-11-21 15:54:44최종 업데이트 : 2018-11-21 17:22:2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20일 수원시여성문화 공간 휴(이하 휴) 3층 채움 터에서 11월 휴 문화카페 '시와 음악이 하나 되는 찻 자리' 행사가 열렸다.

휴센터는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여성문화공간을 표방하며 여성의 행복과 창의적인 삶을 향한 휴식, 힐링, 웰빙의 공간을 형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2014년에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번 행사는 11월 화요일마다 4회 차 진행되는 것으로 지난 6일과 13일에는 클래식 현악 앙상블 음악과 함께 몸과 마음에 편한 쉼을 주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20일에는 따뜻한 차 한 잔에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의미에서 마련된 시낭송으로 휴에서 활동하는 시낭송 동아리 시나브로를 이끌고 있는 심춘자 시낭송가의 진행으로 이어졌다.

커다란 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이 참 기분 좋고 사람의 마음까지 밝게 해주는 따스함이 넘치는 아늑한 공간인 채움터에서 은은한 차의 향기가 전해진다.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한 짙은 노란빛깔을 뿜어내는 허브 차와 커피가 준비되어 손끝에 전해지는 따뜻함에 마음까지 평안하고 차분하다.
휴에서 열린 시와 음악이 하나 되는 찻자리 에서 심춘자 사회자가 행사를 이끌고 있다.

휴에서 열린 시와 음악이 하나 되는 찻자리 에서 심춘자 사회자가 행사를 이끌고 있다.

"서로의 가을 이야기를 나누는 편안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을과 어울리는 시도 함께 들으면서 이 가을이 또한 이 시간이 내게 주는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보는 시간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사회자의 멘트처럼 처음 여는 시작은 가을에 들으면 더 좋은 가을 노래 '가을은 참 예쁘다'를 시나브로  주은혜 회원의 분위기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옆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노래를 듣던 분이 살며시 속삭인다. "혹시 지금 부르는 노래 제목이 뭔가요? 가사와 곡이 어쩜 귀에 쏙 박히는지 궁금해지네요."
노래 제목을 알려주니 참 좋아하면서 수첩에 제목을 적는 모습이 중년여성 대신에 감성이 충만한 순수한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을은 참 예쁘다 라는 노래를 이 가을 분위기 있게 들려준 주은혜 시나브로 회원이다.

가을은 참 예쁘다 라는 노래를 이 가을 분위기 있게 들려준 주은혜 시나브로 회원이다.

달달한 분위기 넘치는 노래에 이어 사회자가 박인환의 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학창시절 한 번쯤은 암송했을 법한 시 목마와 숙녀가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무게감 있는 음색의 등장으로 가슴이 턱하니 숨이 막히는 듯하다. 나도 모르게 시의 구절과 함께 순식간에 떠오른 학창시절, 누구나 문학소녀였던 그때가 떠올라졌으니 말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추억을 소환하는 무게감이 감동이란 이름으로 다가서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살며시 눈을 감고, 고개 짓을 하며 목마와 숙녀라는 시에 푹 빠져 오롯이 소녀의 감성을 느껴볼 수 있었다.
낭독을 끝내고 사회자는 박인환 시인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었다. 짧은 생애를 살다간 시인은 여름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워낙 명동 멋쟁이와 신사로 불리던 시인은 즐겨 입던 정장이나 긴 코트를 입을 수 없어 멋을 낼 수 없었기에 여름이란 계절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슬쩍 웃음이 나왔다.

시인의 일대기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시에 담긴 시인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가을이면 떠오르는 기억에 대해 관객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도 가졌다. 학창시절 누구나 감성이 충만했던 그 시절 좋아하는 시를 코팅해서 책받침으로 사용하면서 시에 대한 친근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어느 가을날 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전학을 간해에 짓궂게 놀리던 남학생이 4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아이 이름만큼은 유독 잊히지 않는다며 매년 가을이 되면 더욱 생생하게 기억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남긴다.

이어 사회자가 들려주는 시는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이다. 이 시는 특히나 노래로도 많이 알려져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자주 들었던 노래 가사 말이라 더욱 친숙하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로 시작되는 시의 구절이 뒤로 갈수록 생각의 꼬리를 만들면서 누군가 그리워지는 사람들 얼굴이 하나 둘 떠올랐다.

시의 낭독이 끝나자 앞에 앉아 있던 분이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한마디 한다. "저는 지금 이시를 들으면서 자꾸만 울컥해져서 눈물을 참느라 혼났어요. 친정아버지께서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자꾸만 아버지 모습이 생각나서 그만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졌던 것 같아요."
그 옆에 앉아서 시를 듣던 분은 시가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구에게 들키면 큰일날것처럼 재빨리 눈시울을 훔치는 것을 보고 말았다.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낸 것이 채 몇 달이 되지 않았는데 그만 시가 마음을 찔렀다는 것이다.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게 시를 들으면서 더욱 사무치던 엄마의 보고픔이 그녀의 눈물샘을 건드렸나보다.
모두들 공감한다. 그깟 시 한 편이 뭐였을까 싶었는데 사람들의 내면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관객 중 한 사람은 가을이면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고 한다. 60대에 접어든 지금 생각해보면 20대 청춘때 친구들과 방방곡곡 다닌 기억이 당신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큰 추억의 보따리를 만들었던 때라고 한다. 그때만 하더라도 대전역광장에서 또 다른 기차를 기다리며 많은 청춘들이 노숙을 하며 다음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게 했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단다. 요즘 같은 시절이라면 역광장에서의 노숙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람냄새 풀풀 풍기던 그 시절을 떠올려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란 시를 낭송해 감동을 준 정현주 시나브로 회원의 모습이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란 시를 낭송해 감동을 준 정현주 시나브로 회원의 모습이다.

멋 부리기에 급급했던 청춘의 이야기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직접적으로 와 닿는 부모님에 대한 애잔함에 내 인생에 나는 지금 몇 시쯤 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어 이시간이 참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시는 마음을 대변해 주는 고마운 장치이기도 하다는 사회자의 말에 다들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시나브로 정현주회원이 들려주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이란 시를 허스키한 음색에 절절함까지 배어 있어 듣는 사람들에게 푹 빠져 들게 하는 매력에 또 다른 감동을 준 시낭송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심춘자 사회자의 도종환시인의 '세시에서 다섯 시 사이' 시를 들으면서 끝이 났지만 다들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시를 들려주고 함께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시간을 갖는데 시가 큰 역할을 해줌을 느낀 행사였다.
인위적으로 마음을 움직이기 보다는 저절로 자신의 감정을 오픈할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은 위안과 공감을 시라는 매개체로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의미 있다 하겠다.

,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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