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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넘어 생각을 이어주는 메타세쿼이아길
권선동 걷기 좋은 길…비어 있어서 조용한 길로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2019-06-20 09:31:23최종 업데이트 : 2019-06-20 16:17:55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곡반초등학교에서 매탄권선역까지 약 1km 이어진 길은 걷기 좋은 길이다

곡반초등학교에서 매탄권선역까지 약 1km 이어진 길은 걷기 좋은 길이다


최근 며칠 동안 산발적으로 비를 뿌리거나 흐린 날씨로 아침저녁에는 선선하여 산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골목길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소곤소곤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저거 꽤 아냐? 어머 이런 곳에서 저걸 보네" 
'꽤라고?'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말이다. 그들이 가리키는 시선 끝에 빨갛게 익은 꽤가 있었다. 띄엄띄엄 열렸지만 분명 재래종 자두였다. 유년시절 시골동네 지천에 널려 이맘때쯤이면 누구네 집 거 할 것 없이 마당가에서 익어갔다. 손 뻗어 따먹던 새콤달콤한 꽤는 꽤 괜찮은 간식거리가 되었다.

곡반초등학교에서 매탄권선역까지 약 1km 이어진 길은 걷기 좋은 길이다. 권선3지구 아파트 사이에 난 일명 메타세쿼이아길로 주민들의 산책코스나 운동코스로 사계절 사랑받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선 메타세쿼이아 끝을 바라보려면 허리와 고개를 최대한 뒤로 꺾어서 바라봐야 한다. 중층 아파트 허리를 거뜬히 넘겼다.

메타세쿼이아길은 지난 12월 시인의 거리로 지정하여 곡반초등학교에서 산들 공원까지 담벼락에 시 판넬과 조형물 설치하였다. 시인의 거리 진입로 곡반초등학교 담은 돌담으로 되어 도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아늑한 느낌을 준다. 천천히 걸으면서 시를 읽어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야트막한 하얀색 나무 울타리를 끼고 걷노라면 차들이 빵빵거리는 도심이라는 것을 잠깐 동안 잊기도 한다.
곡반초등학교 담은 돌담으로 되어 도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아늑한 느낌을 준다

곡반초등학교 담은 돌담으로 되어 도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아늑한 느낌을 준다


19일 오전 11시경 메타세쿼이아길 풍경은 아이들 천국이었다. 인근 어린이집 원생들이 무리를 지어 산책을 나온 듯 했다. 알록달록 무지개색 손고리를 잡고 가는 아이들은 겨우 3살이나 4살이 되었을까 하는 원생들이었다. 걷다가 한 아이가 멈추면 손고리를 잡은 아이들 전체가 멈추었다. 제일 앞에서 손고리를 잡고 가던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자유 놀이도 하였다. 앉아서 땅바닥을 유심히 보는 아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아이, 까륵까륵 웃는 소리가 길을 채웠다. 그 모습이 좋아서 지나가는 주민들 눈길이 한동안 아이들에게 머물렀다. 

원생들이 아직 어려서 멀리 가는 것은 어려움이 좀 있는데 이 길에는 자주 나와요. 차들도 없고 나무들이 커서 한낮에도 시원하고 잠깐씩 아이들과 산책하기 참 좋아요. 원생들도 이렇게 나왔다가 들어가면 밥도 잘 먹고 잘 놀아요

"원생들이 아직 어려서 멀리 가는 것은 어려움이 좀 있는데 이 길에는 자주 나와요. 차들도 없고 나무들이 커서 한낮에도 시원하고 잠깐씩 아이들과 산책하기 참 좋아요. 원생들도 이렇게 나왔다가 들어가면 밥도 잘 먹고 잘 놀아요"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아이들 사이에서 세심하게 살피던 한 선생님은 "원생들이 아직 어려서 멀리 가는 것은 어려움이 좀 있는데 이 길에는 자주 나와요. 차들도 없고 나무들이 커서 한낮에도 시원하고 잠깐씩 아이들과 산책하기 참 좋아요. 원생들도 이렇게 나왔다가 들어가면 밥도 잘 먹고 잘 놀아요"라고 말했다. 오전 일과를 정리하고 캐리어를 끌고 시장가는 주부들,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휠체어를 밀어주는 모습, 주민들의 사는 모습이 매일매일 같은 듯 다른 그림이 그려지는 길이다.

"권선3지구 처음 입주할 때부터 살았으니까 오래 살았죠. 권선동이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건 다 알지만 이 동네는 농수산물도매시장, 도서관, 영화관, 공원, 개울 등 여가를 보내기 참 좋아요, 모두 걸어서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가까워도 자주 안 가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이 골목길은 조용하고 시원해서 수시로 들락거려요. 옆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구를 만날 땐 커피타서 여기서 마시기도 하는데 어지간한 커피집 보다 훨씬 좋아요"라고 자랑했다.  

권선동 메타쉐쿼이아길은 비어 있다가 가득차고 또 한가로운 풍경을 만든다. 이른 아침에는 출근하는 직장인, 9시가 가까워지면 곡반초등학교, 화홍중학교, 화홍고등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로 가득 찬다. 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하얀 교복들의 무리가 지나가면 저녁이 될 때까지는 한가로운 풍경이 된다.

길은 이곳과 저곳, 공간을 이어주기도 하고 생각을 이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도심 속의 길은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만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도심을 떠나서 조용한 곳을 찾아 휴식을 취한다. 꽉 차 있어서 갑갑하고 고요해지길 원한다면 권선동 메타쉐쿼이아길을 걸어보기를 권한다.
채워지면서 더럽혀지고 어수선해지는 길이 아니라 비어 있어서 조용한 길로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인의 거리를 지정하면서 설치한 수원이 조형물이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채워지면서 더럽혀지고 어수선해지는 길이 아니라 비어 있어서 조용한 길로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인의 거리를 지정하면서 설치한 수원이 조형물이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다만 메타쉐쿼이아길을 사랑하는 주민으로서 바람은 주민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외부의 시선으로 길을 채우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채워지면서 더럽혀지고 어수선해지는 길이 아니라 비어 있어서 조용한 길로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한다.             

권성동, 메타쉐쿼이아길,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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