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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 칠월 동동 팔월'…심신 재충전 시기
처서 지나 호미씻이 의식 거행…호미 잘 간수해야 다음해 농사일 할 수 있어
2019-08-23 18:38:23최종 업데이트 : 2019-08-26 10:59:13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화성시 정남면 보통리에 소재한 보통저수지의 처서

화성시 정남면 보통리에 소재한 보통저수지

'어정 칠월 동동 팔월'이라는 말이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뙤약볕에서 농작물이 익어가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크게 바쁜 일이 없다. 하지만 8월이 되면 다르다. 음력으로 7월에 해당하는 처서가 지나면 농부들은 바빠진다. 농작물의 수확을 본격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어정 칠월 동동 팔월'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23일은 가을의 두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이다.

처서가 되면 여름 무더위도 한 풀 기세가 꺾인다. 무더위가 가시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가을날씨가 된다. 아무리 한낮의 기온이 30도에 가깝다고 해도 7월 복중(伏中)의 따가운 햇볕과는 다르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한다.

처서가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이 때는 '포쇄(曝曬)'를 한다. 포쇄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햇볕에 말리는 일이다. 이 무렵에는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여름동안 극성을 피우던 파리와 모기의 성화로 부터 다소 해방된다. 그래서 나들이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연꽃이 핀 저수지 산책로를 걸으며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처서를 만끽한다

연꽃이 핀 저수지 산책로를 걸으며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처서를 만끽한다

처서가 지나면 사람들은 백중의 '호미씻이'를 끝낸다. 호미씻이란 봄철부터 여름 내내 농사일에 필요한 호미를 깨끗하게 씻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두는 의식이다. 농촌에서 호미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농기구 중 하나이다. 호미를 잘 간수해야 다음해에 농사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호미씻이 의식을 거행한다.

'어정칠월 동동팔월'이 지나 농작물의 수확을 마치고 팔월한가위에 조상들에게 새로운 곡식과 과실로 차례를 지내면 농촌은 한가한 한때를 맞게 된다.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고 하여 곡식이 흉작을 면치 못한다는 말이 있다. 가을수확을 해야 하는 농작물이 비로 인해 수확을 못하게 되면 농사를 망치기 때문이다.

음력팔월을 '동동팔월' 또는 '건들팔월'이라고 한다. 동동팔월은 수확을 하기 때문에 '부지깽이도 뛴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바쁜 절기가 바로 팔월이다. 처서 때가 되면 첫가을에 바람이 선들선들 불면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힌다. 이를 '건들바람'이라 한다. 건들팔월은 음력팔월이 바쁜 수확일로 인해 건들바람처럼 빠르게 지나간다는 뜻이다. 그만큼 바쁜 계절이 바로 팔월이다.보통리 저수지 들레길로 조성한 목책길

보통리 저수지 둘레길로 조성한 목책길

기자는 매년 처서 때가 되면 가까운 곳을 찾아가 길을 걸으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2017년에는 인천 영흥도를 찾아가 바닷가 목책길과 소사나무 길을 걸었으며, 지난해는 광교저수지 산책로를 걸었다.

올해는 아름답게 연꽃이 피는 곳을 찾기로 마음먹고 가까운 화성시 정남면 보통리에 소재한 보통저수지를 찾았다. 23일 오후, 집에서 30여분 정도 거리의 보통저수지를 찾았다. 부담없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목책산책로가 조성됐다. 그 때문인지 보통저수지 인근에는 카페들과 식당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저수지에 가득 핀 다양한 색상의 연꽃

저수지에 가득 핀 다양한 색상의 연꽃

한 카페에 들려 차를 한 잔 마신 후 보통저수지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규모의 저수지에 가득 핀 연꽃이 기자를 반겼다. 천천히 산책로를 걸어본다. 7월 복중이라면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를 텐데 바람이 불어 선선한 느낌이 들었다. 저수지에 가득 핀 연꽃이 걷는 발길을 따라 함께 걷는 듯하다.

그저 바쁠 것이 없다.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경치를 만끽한다. 푸른 하늘도 높다. 아침에 꽃을 피우는 연꽃이기에 한 낮이라 꽃잎은 만개하지 않았지만 무수한 각양각색의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만날 수 있기에 처서 무렵에 길을 나서면 가급적이면 연꽃이 피어있는 곳을 찾는다.

'어정 칠월 동동 팔월'이라는 처서를 맞이하여 나름대로 한 여름 무더위를 잘 이겨내고 또 다음 절기를 맞이하면서, 늘 보아오던 길과는 또 다른 길을 걸으며 심신을 재충전한다. 이제부터 가을절기를 지나 겨울절기로 접어들 때 또 한 절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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