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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휴센터 국화정원에서 '10월 시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 공연을 보면서
2019-10-22 13:33:14최종 업데이트 : 2019-10-24 12:47:5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10월 시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는 심춘자 시낭송가의 사회로 휴센터 3층 국화정원에서 진행됐다.

10월 시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는 심춘자 시낭송가의 사회로 휴센터 3층 국화정원에서 진행됐다.

21일 수원시 여성문화공간 휴(이하 휴) 3층 국화정원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10월 시 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 공연이 시나브로 주관으로 열렸다. 휴센터 두런두런 동아리실에서 일주일에 한 번 시낭송 수업을 이어가고 있는 시나브로 회원들은 심춘자 시낭송가의 지도로 몇 년째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고급진 놀이(시낭송)에 흠뻑 빠진 사람들이다.

야외 옥상에 마련된 국화정원은 알록달록 색깔부터 눈부시다. 가을햇살이 쏟아지니 빛깔 좋은 자태의 국화가 한 눈에 들어와 싱그럽기까지 하다. 마치 숲속 야외무대에 놀러온 기분이다. 지천으로 둘러 쳐진 원색의 국화와 함께 은은히 퍼지는 허브까지 손끝과 코끝의 감촉이 그만이다.

"10월 시낭송 공연은 한용운 시인의 특집으로 꾸며 봤습니다. 올해는 3.1 독립운동 100주년 해이기도 합니다. 한용운 시인의 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울림이 잠시나마 전해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심춘자 사회자는 한용운 시를 낭송하기로 한 배경과 인물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주었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로 시작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 노래 소리가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노래는 마음을 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옆 사람과 눈도 맞추고 손과 고개로 장단을 맞추다보니 잠시 긴장도 내려놓을 수 있다.

국화향기에 이끌려 꽃잎에 살며시 앉았던 벌이 날개 짓을 하며 오간다. 합창소리에 놀랐던 걸까, 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카리나 동아리에서 연주를 들려줬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과 가을길이다. 오카리나 음색은 마치 가을을 닮았다. 아련한 그리움과 소녀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휴센터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카리나 동아리에서 아름다운 오카리나 하모니를 선보였다.

휴센터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카리나 동아리에서 아름다운 오카리나 하모니를 선보였다.

나룻배와 행인, 알 수 없어요, 님의 침묵, 사랑하는 까닭을 회원들이 돌아가며 낭송 했다. 가을 국화랑 어쩌면 목소리가 똑 닮았는지 낭송을 들으면서도 신기하다.

천성희, 박순복, 정현주 회원이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라는 시를 합송 했다. 시의 풍성함뿐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로운 도구로 쓰일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감성적 운율이 마치 노래 가락처럼 들려 다시금 따라 읊조리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중략

시나브로 낭송회원들이 준비한 시낭송으로 공연이 마무리 됐다. 새로 온 회원에게 환영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제겐 첫 무대인데요 마음이 울적할 때 시낭송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작년부터 정말 배워보고 싶었는데 사정이 생겨 마음으로만 그치고 말았네요. 하고 싶은 일에 첫 발을 내딛게 되어 좋습니다." 또박또박 정성들여 낭독하는 초보 회원의 설렘이 깃든 모습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10월 시낭송 공연을 준비한 시나브로 낭송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0월 시낭송 공연을 준비한 시나브로 낭송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일로 인해 마음과 달리 3개월여를 시낭송과 멀어진 가운데 생활을 하다가 다시 사람도 무대도 시도 만나 너무 반갑다는 한 회원의 낭송에는 행복감이 묻어났다. 객석에 앉아 있던 시나브로 회원들은 진심으로 열렬히 환영하며 축복하는 박수를 쳐주었고, 화답으로 무대에서 하트를 날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새 시낭송은 이들에게 있어 생활 속 한부분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텃밭에 있을 때에도, 집에서 가사 일을 할 때도, 직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도, 우울할 때도 시낭송이 있어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소중함을 아는 것이다. 시나브로 회원들은 서로의 소중함도 알고, 자신이 배우고 익히는 시간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놓아 지금까지 이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시낭송을 깊게 배우면서 누군가에게 쉼을 주는 시간을 가져가는 것 또한 살면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시낭송을 들려준 시나브로 회원들에게서 선한 향기를 느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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