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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떼기야, 감자야…너를 만나서 따뜻했어
슬기샘어린이 도서관 전시실에서 김환영 그림책 원화전시를 둘러보다.
2020-01-06 14:27:41최종 업데이트 : 2020-01-06 16:08:1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만난 재미있는 공간이다. 포토존 역할도 해주고 다음 전시를 만나게 해주는 통로 역할도 해준다.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만난 재미있는 공간이다. 포토존 역할도 해주고 다음 전시를 만나게 해주는 통로 역할도 해준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일을 하면서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할 일을 일찍 끝낸 아이들 또는 글쓰기나 읽기가 서투른 저학년이나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놀이처럼 하면서 도움이 되는 것을 찾다 보니 그림책이 제격이었다.

슬기샘어린이 도서관을 자주 찾게 되는 이유가 바로 다양한 그림책을 만나고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자료실에서 그림책을 둘러보고 나오다가 마침 2층 전시실에서 김환영 그림책 원화전 '살아있다는 것: 작고, 거룩한' 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열리는 원화전시에 대한 관심으로 기회가 되면 꼭 둘러보는 편이다. 때로는 글의 힘보다는 그림을 통해 전달받는 메시지나 스스로 느끼는 감성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다.

2층 전시실 입구와 출구가 나란히 붙어 있다. 입구 벽면에는 병아리 떼가 쫑쫑쫑 무리지어 엄마 뒤를 놓칠세라 따라가는 정겨운 시선을 마주하며 함께 출발하는 기분이다. 권정생 글과 김환영 그림의 '빼떼기' 그림책에서 오롯이 그림이 한 장면 한 장면 나와 있었다. 가끔은 작은 글귀로 그림에 대한 부연설명이 깃들어 있기는 했다. 원화 전시는 그림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그림책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빼떼기 속에서 만나는 원화 자체로 훌륭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때로는 그림책 원본의 이야기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관람객 스스로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느끼는 주제를 새롭게 발견해 자신의 상황과 접목한 이야기를 그려볼 수도 있다.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중 스토리보드, 더미북, 캐릭터 연구등을 모아 놓은 관심갖고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중 스토리보드, 더미북, 캐릭터 연구등을 모아 놓은 관심갖고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아궁이속에 들어갔다가 흉측한 몰골이 되어 간신히 목숨을 건진 병아리 빼떼기를 위해 순진이 엄마가 옷을 만들어주는 장면 앞에서 난 문득 엄마모습이 떠올랐다. 아흔 가까운 세월동안 엄마는 잊지 않고 떠올리는 예전 기억들을 딸들 앞에서 종종 넋두리처럼 털어 놓았다.

"야 야 정말 징글징글하던 지난 세월이었어. 이런 산골짜기에 시집와서 물이 있나 옷을 살 수 있나 층층시하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살면서 니 할머니는 손도 하나 안보태지. 새끼들은 울어대도 일을 해야하니 니들을 문지방에 묶어 놓고 일을 해야 했는데 지금생각해보면 어찌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니들은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어 좋고 니들 커가는 것 보면서 살 수 있었던 것 같애." 잘 커줘서 고맙다며 딸들의 손을 잡는 것으로 엄마의 넋두리는 늘 끝이 난다.

고무신 위로 뭉툭하게 자리한 순진이 엄마의 발가락을 보면서 고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온전치 못한 엄마의 손마디와 발가락이 떠올랐다. 엄마의 그간 살아온 고생을 알았으면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후회스런 마음이다.
 
작가가 직접 글도 쓰고 그림으로 만든 그림책 '따뜻해' 원화 전시도 그림이 주는 따뜻한 장면에서 쉽게 눈길을 거둘 수가 없다. 감자라는 주인공의 아이를 만난 것도 그림 속에 나타난 상황을 더듬어보면서 어쩌면 유년의 기억을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의 그때 그시절을 한번쯤 떠올려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남. 녀. 노. 소 누구나 눈에 보이는 그림 너머에서 자신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감성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림책에 관심 있거나 그림책 과정에 대한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꼭 전시회를 둘러보기를 원한다. 그림책이 나오기 전 최종 본 또는 가제본이라 할 수 있는 더미북도 스토리 보드를 통해 그림책이 어떻게 꾸며지는지, 캐릭터 연구에 대한 작가의 고심, 그림책 내용을 꾸며준 원고용지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작가가 읽어 주는 그림책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작가님을 이곳에서 만나는 즐거움을 누려보면 어떨까

작가가 읽어 주는 그림책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작가님을 이곳에서 만나는 즐거움을 누려보면 어떨까

작가가 읽어주는 그림책 공간이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기도 했다. 작가와의 만남이 1월18일 오후 2시에 마련되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슬기샘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전시회를 다녀간 사람들이 방명록에 남긴 글속에서 원화전시에 대한 그들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림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였어요.', '겨울인데도 따뜻함이 느껴졌고 재미있어서 좋았습니다.', '우연히 도서관에 들렀다가 만난 작가님의 작품은 선물이었습니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때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전시회를 여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작가노트의 앞부분을 잠시 인용해보면서 작가의 마음을 알고 전시회를 둘러봐도 좋겠다. 작은 것들이 세상을 가득 채웁니다. 아주 작고, 귀한 것들이 바람이 불고, 싹이 돋고, 비가 내리고, 파도가 치게 합니다. 아주 아주 작고, 소중한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움직입니다. 그림책을 만나는 일도 그러합니다.'

김환영 그림책 원화전 '살아있다는 것: 작고, 거룩한' 전시회는 수원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그림책미술관 시민모임에서 주관했다. 지난달 17일부터 오는 30까지 전시기간으로 슬기샘어린이 도서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단 점심시간 12-13시까지는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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