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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제사상은 어떻게 차려야 할까요
법도를 만든 공자님도 바가지에 어머니 제사를 지냈다
2020-01-21 20:20:04최종 업데이트 : 2020-01-22 13:49:45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어느 노인이 제수용 밤을 사고 있다

한 노인이 제수용 밤을 사고 있다

설 대목장을 구경하러 팔달시장에 가보았다. 대목장을 보러온 사람들이 이리저리 가게를 돌아 다니며 설에 쓸 물건들을 흥정 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설날에 쓸 떡이며 과일, 고기, 생선 등 먹거리 가게들이 성황을 이룬다. 나이든 장꾼들은 건어물 가게에 들려 한과, 대추, 밤, 곶감 등 제수용품도 빠뜨리지 않는다. 가격을 알아보니 한과 1봉 5000원 대추 1되 5000원 밤1되 4000원 곶감 1봉 1만원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살아생전보다 돌아가신 조상에게 잘해야 효자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부모가 돌아 가시면 산소 옆에 움막을 짓고 3년간 시묘 살이를 했다고 한다. 요즘도 보면 부모가 돌아가시면 경쟁이라도 하듯 호화롭게 묘를 만들어 효자 노릇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어렸을 적만 해도 출상(出喪)을 하고나면 집안에 지청(망자의 신주를 모시는 틀)을 만들어 놓고 음력 초하루 와 보름날 두 차례씩 상식(上食)을 올리고 상주는 상복을 입고 곡을 하고 묘소에 다녀왔다. 그렇게 3년이 지나야 탈상(脫喪)을 하고 방안 제사를 지냈다. 떡집에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앞 왼쪽은 한과 오른쪽은 만두와 떡국

떡집에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앞 왼쪽은 한과 오른쪽은 만두와 떡국

지금은 돌아가시고 보름만에 탈상을 하고 방안 제사를 지낸다. 이러다 보니 방안 제사는 설과 추석을 비롯해 조부모나 부모님 제사 등으로 최소 1년에 네번 이상 제사를 지내야 한다. 지금도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3~4대 조상들 까지 1년에 10여 차례씩 제사를 지내는 집도 있다. 제사상 차림 법도대로 하면 한 줄에 5~6 가지 음식을 다섯 줄을  놓아야 하니 제사상 하나에 30여 가지의 음식을 차려 놓는다.

그러니 제사를 지낼때 마다 음식을 만드느라 북새통을 떨어야 하고 몇십만원씩 제사 비용이 들어가는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가 않다.  집안에 대소사가 있을때 마다 궂은 일은 여자들이 다 도맡아 한다. 그래서 딸이 있는 집 사람들은 옛 부터 '딸을 낳으면 장손에게 시집 보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장꾼들로 과일 가게가 성시를 이루고 있다

장꾼들로 과일 가게가 성시를 이루고 있다

제사를 지내려면 지방 쓰는 법이나 상차림에도 법도가 있다. 지방(紙搒)을 쓰는 법도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의 지방이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할아버지는 현조고학생 부군신위(顯祖考學生府君神位) 라고 쓰고 할머니는 현조비유인 전주이씨신위(顯祖妣孺人全州李氏神位) 라고 쓴다. 아버지는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라고 쓰고 어머니는 현비유인 김해 김씨신위(顯妣儒人金海金氏神位)라고 쓴다. 

 

그런데 어느 집안에 대학을 나온 아들이 아버지 제삿날 지방을 쓸줄을 몰라 '아버지 돌아가신 기념일' 이라고 지방을 써놓고 제사를 지내 비웃음을 샀다는 이야기가 있다. 공자의 법도로만 본다면 무지의 소치라고 할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 글의 우리말 표현은 아무런 하자가 없는 지방이다. 어려운 한자나 지방 쓰는 법을 모르면 우리말 한글로 만들어 쓰면 된다. 조상님을 잊지 않고 정성을 드리는 마음이 중요 하지 격식이 중요한건 아니다. 법도를 만든 공자님도 형편대로 하라고 했다.

 

어느날 공자가 제자들에게 지방 쓰는 법과 제사 상차림 법도를 가르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 밤이 공자 어머니의 제삿날 이었다. 이를 안 몇몇 짓궂은 제자들이 오늘밤 스승님 제사 지내는 것을 보러 가자고 했다. 옛날 선비들은 가난하게 사는 것이 미덕 이었다. 공자는 산밑 초막집에 살았다. 제자들은 캄캄한 밤에 공자가 사는 초막집 불빛만 보고 찾아갔다. 한 제자가 손가락에 침을 발라 문종이에 구멍을 뚫고 방안을 들여다봤다.

주부들이 설에 쓸 생선을 흥정하고 있다

주부들이 설에 쓸 생선을 흥정하고 있다

방안을 들여다본 제자는 깜작 놀랐다. 공자가 바가지에 밥이며 나물 몇가지를 담아 놓고 제사를 지내고 있다. 공자가 제사 지내는 것을 보고온 제자들은 다음날 공자에게 질문을 했다. 스승님 저의들에게는 상차림을 할때 1열에는 좌반우갱(左飯右羹 왼쪽에는 밥, 동쪽에는 국) 2열에는 어동육서(漁東肉西 생선류는 동쪽 육류는 서쪽) 3열에는 탕류(湯類 육탕 소탕 어탕) 4열에는 좌포우혜(左脯右醯 왼쪽은 포 오른쪽 식혜) 5열에는 조율이시(棗栗梨枾 대추 밤 배 감 순)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과일은 동쪽 흰과일은 서쪽) 라고 말씀 하셨잖습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는 말 하기를 "분명 그렇게 가르쳤지" 라고 했다. 그러자 한 제자가 되묻기를 "그런데 스승님은 어젯밤 바가지 하나에 밥과 나물만 놓고 제사를 지내셨잖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말 하기를 "법도는 그렇다는 것이고 형편대로 하면 되는것" 이라고 대답했다. 법도를 가르치는 공자도 궁색한 살림에 목기(木器)도 없이 바가지에 밥과 나물만 놓고 제사를 지냈는데 우린들 형편대로 성심껏 제사를 지내면 되는 것이지 격식이 무슨 대수인가.

 

옛날에는 망자(亡者)의 사진이 없으니 지방(紙搒)으로 망자의 신주를 모셨지만 지금은 영정 사진이 있으니 제삿날 사진을 놓고 망자가 평소에 좋아 하시든 음식만 간결하게 상을 차려놓고 예를 갖추면 되지 않을까. 일손도 덜고 경제적 부담도 덜고 일거양득의 한국적인 제사를 지내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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