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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라져가는 설 명절 세시풍속들
'윷놀이' 한때 인생 역전 꿈꾸는 서민들이 즐겨
2020-02-07 09:18:52최종 업데이트 : 2020-02-08 11:12:43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지난해 열린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으로 어르신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다. 예로부터 윷놀이는 '모 아니면 도'라는 관용어가 널리 퍼질 정도로 사랑받아 왔다.

지난해 열린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으로 어르신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다. 예로부터 윷놀이는 '모 아니면 도'라는 관용어가 널리 퍼질 정도로 사랑받아 왔다.


설 명절은 설날 부터 보름때 까지를 말한다. 옛날에는 설을 쇠고 정월 대 보름때 까지 보름 동안은 농한기(農閑期)에 설 명절이라 아이들 어른 할것 없이 갖가지 놀이로 설 명절을 즐겼다. 내일(8일)이 설 명절 마지막 날인 정월 대보름이다. 보름날은 집집마다 오곡밥을 해먹고 윷놀이 연날리기 등 각종 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세시풍속들이 점점 사라져 찾아보기 어렵다.

 

80대 전후 노인들은 청소년시절 설 명절의 옛 추억을 갖고 있다. 당시 아이들은 연날리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썰매타기, 쥐불놀이 등을 하고 놀았다. 어른들은 동네 마당이나 주막에서 술내기 윷놀이를 하고 부녀자들은 점집을 찾아가 가족들의 운수를 보기도 하고 또래끼리 모여 방안에서 종발윷을 놀거나 마당에서 널뛰기도 하며 설 명절을 즐겼다.

윷놀이를 일명 척사대회 라고도  한다. 척사(擲柶)는 네개의 나무 가락을 던져 논다는 뜻으로 나무 가락에 운세(運勢)를 맡기는 놀이다. 윷은 놀기도 잘 해야 하지만 말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 된다. 다 지다가도 앞에 가는 말을 잡아 역전 시켜 승패를 뒤집어 놓는데 더욱 짜릿하고 통쾌한 맛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한판 인생 역전극을 꿈꾸는 서민들이 더욱 즐겨노는 오락이었다.

2016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 현장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2016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 현장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설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풍물놀이다. 웬만한 동네에는 풍물의 기본 구성을 갖추고 있다. 지금은 전통문화로 남녀 구별 없지만 옛날에는 남성들만 풍물을 쳤다. 마을에서는 풍물을 치고 집집마다 돌면서 마을 사람들의 무병장수와 한해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풍물놀이를 한다. 그러면 술상을 내는 집도 있고 부자들은 돈이나 쌀을 내 마을의 기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큰 구경거리라 줄줄이 따라 다닌다.

 

시장이 낀 지방에서는 시장(市場)활성을 위해 장사 씨름대회를 열기도 한다. 장사 씨름대회 우승자는 황소 1마리를 시상한다. 통신이 없던 시대인데도 씨름 대회를 연다고 하면 어떻게 소문을 듣고 오는지 황소를 타기 위해 타도(他道) 각지에서 내노라하는 씨름꾼들이 다 모여든다. 씨름 대회는 한장(5일장)동안 열린다. 농한기에다 설 명절 때라 각지에서 구경꾼들과 장사꾼들, 야바위꾼들 까지 다 모여들어 시장이 형성 된다.

 

설 명절 내내 이런저런 놀이를 즐기다가 열나흣날(음력14일)은 보름날 먹을 오곡밥과 각종 나물 반찬을 만드느라 부녀자들은 하루 종일 일손이 바빠진다. 오곡밥은 쌀, 보리, 콩, 조, 기장 등 다섯 가지 곡식으로 밥을 짓는다. 또 찰곡식 오곡밥은 찹쌀, 차수수, 차좁쌀, 붉은팥, 검정콩 등 오곡으로 밥을 짓는다. 반찬은 가을에 말려 두었던 시래기, 호박곶이, 고구마순, 가지, 고사리, 토란대 와 시금치, 무, 하얀 당근, 숙주 등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었다.

지난해 대보름 민속놀이 모습으로, 행궁광장에서 농악대가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지난해 대보름 민속놀이 모습으로, 행궁광장에서 농악대가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보름날 아침에는 더위팔기, 귀밝기 술 마시기, 부럼 깨기를 먼저 한다. 더위팔기는 여름에 더위를 먹게 되면 열병을 앓다가 죽기도 하고 병을 이겨 내는데 많은 고통을 겪었다. 그래서 더위를 피하고 여름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 보름날 아침에 다른 사람 이름을 먼저 불러 대답 하면 '내더위'하고 더위를 팔았다. 그러면 그해 여름 더위를 먹지 않고 무사히 넘길 수 있다는 믿음의 세시풍속이 있었다.

 

귀밝기 술은 보름날 아침에 일어나면 어머니가 종재기(작은그릇)에 청주(맑은술)한잔을 마시라고 주신다. 귀가 밝아져 소리를 잘 들으라는 의미다. 옛날에는 귀앓이 병이라는 게 있었다. 귀에서 농(膿고름)이 흐르는 귀앓이 병이 아이들에게 유행했다. 병원이 없으니 사약(私藥)이나 자연치유 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보름날 아침에 청주를 마시면 귀도 청주처럼 맑고 깨끗해 귀앓이도 않고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부럼을 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옛날에는 몸을 자주 씻지 않으니 피부병이 생겨 진물이 나고 딱정이가 지는 일명 종기 또는 짓걸이라고 하는 부스럼이 머리에서 부터 온 몸에 많이 생겼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더욱 심했다. 머리가 온통 딱정이로 덮다 시피한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호두, 땅콩, 밤, 은행, 잣 같은 껍질이 두꺼운 견과류를 깨물면 견과류처럼 피부가 단단 해져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 었다.

 

2016 대보름 민속놀이 널뛰기 모습. 사진수원시포토뱅크 김기수

2016 대보름 민속놀이 널뛰기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보름날은 아홉 번 밥을 먹어야 한다는 관습이 있다. 그래서 아녀자들은 바가지나 양푼을 들고 이웃집으로 돌아다니면서 오곡밥을 얻어다 먹기도 했다. 보름날 오곡밥에 갖가지 나물 반찬을 먹는 것은 한해 농사일을 하려면 체력 소모가 많으니 일 들어가기 전에 갖가지 영양을 충분히 보충 해두기 위해서 였다.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갖가지 곡물류나 채소류가 고품질 영양가로 밝혀진 것을 보면 조상님들의 지혜로운 음식 문화를 알수 있다.

 

보름날에는 모든 놀이도 정리를 한다. 연도 액막이(액을 연에 실려 날려 보낸다는 뜻)를 보낸다. 연줄(노끈)에 솜을 달고 불을 붙여 날리면 솜이 타면서 연줄이 끊어져 연이 둥둥 떠다니며 멀리 날아간다. 밤에는 아이들이 쥐불놀이를 한다. 쥐불놀이는 깡통에다 못으로 수십 개의 구멍을 뚫고 철사 끈을 나무 자루에 매어 단다. 깡통에 솔 괭이를 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면 활활 타오른다.

 

친구들과 함께 밭두렁 논두렁 새뚝을 돌아다니면서 잡초에 불을 놓고 다녔다. 이것은 단순한 불놀이라기보다 풀숲에 붙어있는 알집 속에 들어있는 벌레들이 알집을 깨고 나오기 전에 다 태워버려 병충해를 박멸하는 불놀이를 하는 것이다. 보름날로 설 명절은 끝이 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온 민족이 즐기던 설 명절 세시풍속도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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