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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의 변신은 무죄?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린 나뭇잎 조각공예 전시회
2020-02-14 18:37:21최종 업데이트 : 2020-02-15 08:41:0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14일 수원미술전시관을 찾았다. 이곳은 특별한 날에만 찾는 곳이 아니다. 만석공원을 둘러보고, 근처 도서관을 방문하고 난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나의 코스다.

청옥 안상채 개인전 나뭇잎 조각공예 '나뭇잎에 생기를' 전시회가 2층 전시실에서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안으로 들어서니 동선을 따라 관람하는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둘러보는 사람들마다 나지막하게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세상에나, 어쩜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지천으로 깔린 나뭇잎이 보물처럼 생기롭게 작품으로 탄생되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친숙한 재료덕분일까? 아니면 평상시에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희귀성 때문일까?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어도 지루하지가 않다. 오히려 감탄사만 계속 나올 뿐이다.

학창시절 가을이면 예쁜 나뭇잎을 모아 책갈피에 잘 보관해 말린 다음 그곳에 예쁜 글귀나 시를 써서 코팅을 해 우정책갈피로 나눈 추억 속에 있던 나뭇잎이 이런 대 변신을 감행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나뭇잎 공예 작품중 하나인 작가의 자화상을 만나볼 수 있다.

나뭇잎 공예 작품중 하나인 작가의 자화상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을 천천히 둘러봤다. 간절함을 이끄는 기도의 모습, 살면서 내가 가장 간절히 원했던 일이 어떤 것이었을까? 작품을 보다가 갑자기 든 생각이다. 두 손을 맞대고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는 사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알겠지, 작품 속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 눈을 뜨게 한 효녀심청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으로 환생하지 않았을까? 작품을 보는 순간 심청이가 떠올랐다면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관람객 각각의 몫인 것 같아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졌다.  작품마다 정해진 제목이 있지 않아서 누구나 자신이 알고 있는 상황을 끄집어 낸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나뭇잎 공예 작품에는 자연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와 연관지어 보는 재미는 관람객의 몫이다.

작가의 나뭇잎 공예 작품에는 자연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와 연관지어 보는 재미는 관람객의 몫이다.


상상력을 나뭇잎 한 장에 다 담을 수 있다니 놀랍다. 마치 암벽등반의 아슬아슬함을 담고 있는 실감나는 작품을 눈으로 보면서도 여전히 신기했다.

갑자기 왼손이 나팔꽃과 가시나무가 생각났다. 오른쪽으로 넝쿨을 감고 올라가는 나팔꽃과는 달리 왼손잡이로 태어난 나팔꽃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친구들이 외면을 해버리자 땅에 떨어지려던 왼손이 나팔꽃을 향해 가시나무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가시나무 또한 온 몸이 가시투성이라 좋아해주는 친구가 없어 늘 외로웠다.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하게 지낸다는 이야기다.
넝쿨과 넝쿨을 서로 휘감아 함께 살아가는 따뜻함을 보여줄 것 같은 나팔꽃을 형상화한 작품을 보면서 불현듯 이 이야기가 생각났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신기해하고 궁금해 하는 상황을 뒤에서 바라보던 누군가가 슬그머니 옆으로 와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을 건네니 작품을 만든 안상채 작가였다. 작년8월 정년퇴직을 하고 개인전시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퇴직기념으로 여는 전시회라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몇 년 전 우연히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나뭇잎 조각 공예를 본 것이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아 틈틈이 익히기 시작한 것이 첫 시작이라고 전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크고 작은 작품 모두 합해서 80여 편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주로 꽃과 나비가 주를 이루며 새, 동물, 사람, 상상력을 유발시키는 생활 속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 자신의 자화상을 만든 작품도 눈길을 끈다. 작가의 작품 속에 많이 등장하는 나비는 사랑과 변화를 상징한다. 나비가 되기까지 과정들을 통과하고 난 결과물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 전한다.
 
관람객의 궁금증과 관람포인트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해주는 작가이다.

관람객의 궁금증과 관람포인트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해주는 작가이다.


가을이면 작가는 나뭇잎을 모으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느라 바쁘다. 같은 나뭇잎이지만 지역에 따라 나무에 따라 나뭇잎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작업하기 용이한 나뭇잎을 만나야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정이기 때문이다. 파주에 있는 플라타너스 거리를 가끔 찾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로 이용하는 나뭇잎은 떡갈나무, 플라타너스, 칠엽수, 오리나무 또한 가끔은 목련도 사용한다. 좋은 잎사귀를 만나고 모으는 일부터 세척하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서 작품에 적합한 용도를 찾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잘못하면 나뭇잎이 바스러지기에 작업할 때 집중과 섬세함,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세밀하게 표현해야 하기에 확대경을 이용해서 작업을 해야 한다.

sns를 통해 나뭇잎 공예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났다고 한다. 안산에서 와서 자신의 전시작품을 좋아해 주고 응원을 해주니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유난히 관심 있게 살펴보고 여러 가지 작가에게 질문을 하는 관람객이 있어 전시회를 둘러본 소감을 물어봤다.

영통에서 왔다는 관람객은 그림, 공예 등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 자주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찾는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를 둘러보는 동안 가다가 자꾸 발길이 멈춰진다고 한다. 작품마다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보는 작품마다 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끌린다. "신비롭다는 생각을 일단 했어요. 그림책과 연계한 그림자놀이도 떠올랐어요. 한 장의 나뭇잎에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라고 말했다.

전시회를 둘러 보고난 다음 방명록에 감상 소감 한줄 남겨보는 것도 작가에게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자연 속에서 진선미를 찾아내어 승화시킨 귀한 사랑이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작가님의 고운 마음이 나뭇잎을 만나니 어느새 예쁜 꽃과 나비가 되었네요.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이 넘치는 모습 언제나 응원합니다.' 친숙하고 마음이 가는 작품전시를 통해 나뭇잎조각공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작가의 작품을 계속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하고 작가의 건승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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