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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있는 아이와 광교산 등반 어때요?"
코로나19를 피해 숲이 있는 자연으로...정상에서 힘껏 소리 질러요.
2020-02-21 07:54:14최종 업데이트 : 2020-02-21 10:04:4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지
광교산 형제봉에 오르면 수원 사방팔방이 다 보인다.

광교산 형제봉에 오르면 수원 사방팔방이 다 보인다.


코로나19가 많은 일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가정들은 두문불출(杜門不出)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점점 집에서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드는 요즘입니다. 

기자도 8,10세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특히 둘째 아이는 겨울방학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발생했습니다. 유치원은 일주일 간 강제 휴원에 들어갔고 그 이후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습니다. 유치원 측은 매일 아이들이 등원하면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손 소독제를 뿌리고 실내에서는 꼭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도했다고 합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하는 5~7세 아이들이 5시간동안 실내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치원을 잠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함께 보내면서 아이들과 코로나19를 피해 가까운 곳으로 갈 수 있는 곳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실내는 피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어딜까, 점점 미세먼지도 심해지고 있는데 이왕이면 맑은 공기가 있는 곳. 단 한 곳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광교산이었죠.

어린 아이들이 광교산에 등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일단 집을 나섰습니다. 주말보다는 평일에 덜 붐빌 거라는 생각으로 오전 9시 일찌감치 반딧불이 화장실 앞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등반을 자주 하지 않아 가장 많이 간다는 형제봉 코스에 도전하기 위해서였죠.

평일 오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등반을 했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등반하는 할아버지, 삼삼오오 모임도 보이고요. 옆에 경기대학교가 있어서인지 대학생들도 꽤 많이 보였습니다. 혼자 음악을 들으며 씩씩하게 등반하는 어르신(우만동, 72세)은 "나는 광교산에 종종 와서 등반하지.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인지 최근에 등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어. 실내를 꺼리니 그나마 사방이 트여 있는 자연으로 많이들 오나 봐"라고 말합니다.

광교산 형제봉에는 암벽 줄타기가 있습니다. 옆에 계단도 있지만 줄을 잡고 등반하는 재미도 있지요.

광교산 형제봉에는 암벽 줄타기가 있습니다. 옆에 계단도 있지만 줄을 잡고 등반하는 재미도 있지요.


성인도 등반하려면 2시 반은 넘는 코스지만 아이들은 등반 자체가 새로운지 참 씩씩합니다. 입구에 있는 '가-1'을 보고 '가-2'가 나올 때까지 씩씩하게 걷습니다. 아이는 "아마 형제봉에는 '가-10'이 있겠지요"하며 나름의 목표를 세웁니다. 새로운 도전은 아이를 힘차게 만듭니다.

때로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그리고 셀 수 없는 수많은 계단을 오르면서 잠시 쉬어가기도 합니다. 아이는 힘들지만 포기할 줄 모릅니다. 하지만 '가-5'를 지나면서 점점 쉬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나중에는 "엄마랑 형제봉 가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아요"라고 말하네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아이에게 소원이 있는지 물었고 형제봉은 산꼭대기라서 올라가서 소리를 지르면 이루어질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옆에서 같이 등반하는 어른들은 "어린 친구가 씩씩하네"라고 격려도 해주십니다. 어떤 분은 가지고 있는 초콜렛이나 사탕을 건네주기도 합니다. 격려를 받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등반에서 오는 매력입니다.

형제봉을 보는 순간 아이는 줄타기에 매료되었습니다. 암벽에 늘어진 밧줄을 타고 정상을 향하는 아이들. 비록 옆에 공사를 해서 계단이 있었지만 아이들에게는 '밧줄 등반'이 훨씬 재미있나봅니다. 무섭지만 씩씩하게 올라가 수원을 내려다봅니다. 아이는 그동안 너무 답답했다고 소리 지르고 싶다고 말하더니 "코로나야! 빨리 좀 사라져라!"라고 외칩니다. 어떤 분은 옆에서 웃으며 박수를 보내기도 합니다. 아마 모두 같은 마음 아닐까요.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 등반이었지만 다음에는 봄을 만나기 위한 등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광교산, 형제봉, 코로나, 아이와 사는 법,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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