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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소중한 자기치유 시간
"그림책 읽기와 필사하기면 충분해요."
2020-05-25 14:05:28최종 업데이트 : 2020-05-26 11:39:00 작성자 : 시민기자   권미숙
그림책은, 짧지만 긴 여운을 준다.

그림책은, 짧지만 긴 여운을 준다.

여가를 즐기는 수단과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무엇에 관심을 두고 어디에 집중을 하느냐가 그 기준이 될 것이다. 손이 많이 필요한 영유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어떨까? '여가시간'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틈새를 확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인계동에 거주하는 K씨는, "아기 챙기고, 놀아주고, 씻기고... 아기가 겨우 밤잠에 들면 그때서야 제 시간이 생겨요. 보통 밤 10시 이후인데 뭔가에 다시 집중하기도 어렵고 맛있는 걸 먹기에도 부담스러운 시간이에요. 책 한 장이라도 읽으려고 하면 금방 졸음이 쏟아져 한 달에 한 권도 읽을까 말까죠." 라고 말하며 고충을 토로했다.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육아맘'들을 타깃으로 하는 강좌나 소모임들은 문화센터, 혹은 도서관과 같은 관공서에서도 공공연하게 개설되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예정되어 있던 강좌들이 줄줄이 취소가 되고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손 놓고 일상을 멈출 수는 없었다. 소규모로 이루어진 모임들이 하나둘씩 만들어졌고, 각자가 조심하면서 만남의 시간을 이어오고 있다.
소규모 모임이 하나둘 조심스레 이루어지고 있다.

소규모 모임이 하나둘 조심스레 이루어지고 있다.

기자가 참여하고 있는 모임 중 하나는 '필;수다'이다. '필;수다'는 수원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씨티메이커스 모임이다.

지난 5월 7일 첫 만남을 시작으로 다음 달까지 두 달간 지속된다. 씨티메이커스란, 다양한 도시 의제에 대해 직접 고민하고 서로 소통하며 문화적인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시민주도형 대화모임으로 올해 세 번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필;수다'의 뜻이 재미있다. 필사의 筆, 또는 발음 따라 feel의 중의적 의미가 있고 수다는 말 그대로 떠든다는 의미이다. 모임의 매개물은 '책'이다. 그동안 세 번의 모임을 가졌는데 회마다 주제가 달라서 참여하는 재미가 있었다. '봄이 오면 아이와 함께 나들이하기 좋은 수원의 장소는?', 'MBTI를 통한 성격 분석과 객관적 시선을 갖고 대화하기', '수원시 시설 중 나만의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등이 대화 주제로 나왔었다.
필;수다 모임은 주1회 이루어지고 있다.

필;수다 모임은 주1회 이루어지고 있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 혹은 아이를 키우게 될 예비엄마들이다. 일주일에 한 번 이루어지는 이 모임에 나오기 위해 어린이집에 보육을 잠깐 보내거나, 주변 가족들에게 부탁해 아이를 맡긴다. 모임에 참여하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이다. 다양한 주제를 공유하면서 책으로 소통하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몸과 마음의 피로가 해소된다. 그 시간에 얻은 힘은 고스란히 아이를 위해 쓰인다.
대화모임의 매개체는 '책'이다.

대화모임의 매개체는 '책'이다.


'필;수다'를 이끌어가는 이유나 씨는 "엄마가 되다보면 책에 관심이 없더라도 내 아이는 책에 관심이 많기를 바라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읽어주다보면 없던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의 책이 아닌 나만의 책으로 누리고픈 마음이 들더라고 했다.

"그래서 접근하기 쉽게 그림책으로 모임을 시작했어요. 참여한 엄마들은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책에 대한 관심과 육아맘이라는 공감대로 금방 친해졌어요.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들로 제가 준비한 주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제안을 해요. 그 속에서, 각자가 부족하거나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고 이야기들을 주고 받아요." 최대한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자 하는 모임원들의 열정적인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은 지워지고, 자기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서 좋단다. "그 열정으로 모임마다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며 즐겁게 이어나가요."

그녀는 매주 새로운 콘텐츠로 엄마들을 기대하게 한다. 이씨의 섬세하고도 탁월한 기획력은 늘 엄마들을 감동시킨다. 필사에 필요한 연필과 지우개, 원고지를 준비해 준 날은 10대의 소녀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원고지에 꾹꾹 눌러쓰면서 육아 스트레스도 원고지 칸 안에 가둬버렸다.
오랜만에 원고지에 글씨를 써보았다.

오랜만에 원고지에 글씨를 써보았다.

기자를 포함한 '필;수다' 참여자들은 매시간 만족하며 돌아가고, 다음 주를 기대한다. 활동 기간이 두 달 뿐인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모임을 이어가면서 얻은 그리고 얻게 될 에너지가 앞으로의 일상에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소통을 통한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육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드라마나 야식이 아닌 '그림책과 필사'로 나만의 시간을 누려보는 건 어떨까. 그 시간들이 모이고 모일 때마다 엄마의 내공도 조금씩 쌓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수원문화재단, 씨티메이커스, 대화모임, 필수다, 그림책, 필사,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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