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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외부에 한자 표기 버려야 할 때
일제의 잔재 없애듯 한문 잔재도 없애자
2020-08-12 18:06:55최종 업데이트 : 2020-08-13 16:38:31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수원 시내 학교를 지나다 보면 큰 건물 머리 부분에 한자로 학교 이름을 써 놓았다. 외부에서 볼 때 중국 학교처럼 느껴진다. 정문 앞 문패도 마찬가지다. 한글 이름이 있는데, 왜 한자로 표기하고 있나.
 
학교는 교육 기관이다. 이런 곳에 공용 문자인 한글로 이름을 적지 않고, 엉뚱한 한자로 적은 곳이 많다. 학교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앞으로도 한자 표기를 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들은 과거에 우리나라가 중국의 속국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아직 중국 글자인 한자를 사용한다고 여긴다.
외부에서 볼 때 중국 학교처럼 느껴진다. 한자로 써야 할 이유가 없다. 한글로 당당하게 써야 한다.

외부에서 볼 때 중국 학교처럼 느껴진다. 한자로 써야 할 이유가 없다. 한글로 당당하게 써야 한다.

천천고에서 근무하는 김 선생(여, 국어교사)은 학교 외벽의 한자 표기에 대해 "관성적인 과거의 언어습관을 시대의 변화 고려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 여깁니다. 한자 단일 표기를 하는 것은 표기에 대한 고민을 덜 하였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생각됩니다."라고 했다.
 
대평고에 근무하는 김 선생(여, 국어교사) 역시 같은 상황에 대해 "처음 학교에 발령받았을 때, 궁서체로 쓰인 학교 이름 때문에 마치 중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꼭 국어교사여서가 아니라 글씨 자체의 느낌도 중국의 관공서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학교 정문에 학교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곳이 많다. 한글로 바르게 표기해서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

학교 정문에 학교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곳이 많다. 한글로 바르게 표기해서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

교문을 지나면 큰 돌탑이 답답하게 다가온다. 크기도 그렇지만 한문으로 써 놓은 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돌탑을 세운 의도는 그 내용을 우리가 새기도록 했겠지만, 내용을 모르니 어린 학생들의 가슴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광화문 글판처럼 아름다운 우리말로 써 놓으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적시고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교문을 지나면 교훈탑이 답답하게 서 있다. 역시 한자 표기다. 그리고 뜻도 알 수 없는 한문은 감동도 없다.

교문을 지나면 교훈탑이 답답하게 서 있다. 역시 한자 표기다. 그리고 뜻도 알 수 없는 한문은 감동도 없다.

한때 우리는 문자가 없어서 수천 년 동안 중국의 글자를 빌려다 썼다. 그러다가 세종대왕이 인류 역사에 빛나는 한글을 창제, 반포하면서, 모두가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문으로 생활을 한 탓에 쉽게 고치지 못했다.
 
다행히 1894년(고종 31) 11월 21일 한글을 공식 문자로 선포했다. 한글 창제된 지 약 450년 만이다. 고종은 칙령을 내려 법률과 칙령은 모두 국문(당시 한글이라는 이름을 안 쓰고 있었음)을 기본으로 하고, 한문으로 번역하거나 혹은 국한문으로 섞어서 쓸 것을 규정했다. 공문서를 기본적으로 한글로 작성하고 필요에 따라 한문 번역을 덧붙이거나 한글과 한자를 섞어 쓴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한글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공식 문서에 쓰게 했다. 특히 고종은 칙령에서 1순위가 국문이라고 분명히 해, 한글이 완전한 '우리글'임을 발표했다. 문제는 국문을 주류 문자로 사용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채 시간을 갖기도 전에 1910년 경술국치가 있었다. 주권을 빼앗기면서 우리의 언어생활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꿈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끄러운 역사를 극복하고 이제는 완벽하게 한글로 문자 생활을 하고 있다. 신문에도 한자가 안 보이고, 교과서를 비롯해 웬만한 책에는 한자가 없다. 그런데 여전히 한자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시설이나 기타 교표 제정 당시에 아무 생각 없이 썼던 것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교는 올바른 국어 사용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 바람직한 국어문화가 퍼질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역할도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정문에 학교 이름은 상징적이다. 외부에서도 제일 먼저 보이는 곳이 이곳이다. 학교 전체를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 당당하게 한글 표기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누구나 읽을 수 있고, 학교의 품격도 높아진다.
 
국어기본법에도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자로 문패를 다는 경우는 법(국어기본법)을 어기고 있는 꼴이다.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것을 읽을 수도 없다. 결국 한자 표기는 소통을 거부하고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 문자 생활에 혼란을 주고 주체성을 잃게 한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 운동을 전개했다. 그때 지역 이름에 방위가 붙은 학교 이름은 일제 잔재라고 해서 교명이 변경된 사례가 많다. 교명을 정문에 한자로 표기한 것도 중국의 잔재다. 이도 역시 우리가 버려야 할 인습이다. 우리에게 역사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우리말, 우리글을 지키는 일이다.
 
한때 우리는 중국, 일본에 시달리면서 자존감이 낮아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위상이 달라졌다. 어깨를 펴고 당당히 세계 무대에 서도 된다. 경제 선진국으로 자리했고, 우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세계 청년들이 우리 노래를 따라 하기 위해서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브랜드인 '한글'의 가치도 높아지고, 국격도 달라졌다.
 
우리말 우리글도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의 일부다. 역사에 관한 관심이 필요한 것처럼 한글에 대한 애정도 필요하다. 국경일에 달랑 태극기 하나 걸었다고 우리가 역사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한글로 온전하게 문자 생활을 할 수 있는데, 불순물 같은 한자를 쓰는 것은 역사 왜곡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 이 불순물을 제거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우리 문화에, 우리 모국어에 애정이 없다는 뜻이다. 한글로 바르게 표기를 하는 것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 학교 건물 외부에 한자를 커다랗게 써 놓은 것은 창피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역사의식도 없는 행위다. 


 

한자, 한문, 학교, 교명, 국어기본법, 우리말, 한글,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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