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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만제와 서둔에서 가을을 만나다
황금들판을 바라보며 걷는 제방길이 아름다워
2020-10-14 06:45:34최종 업데이트 : 2020-10-15 16:05:21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축만제 제방에서 바라본 서둔 들판,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축만제 제방에서 바라본 서둔 들판,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벼가 익어가는 들판은 황금색 물결로 출렁인다.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깊어가는 가을을 만날 수 있다. 축만제 제방 길을 걸으며 시선을 한쪽으로 돌리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호수요, 다른 쪽으로 돌리면 황금들판에서 풍년가가 들려오는듯하다. 제방 위 길가에는 잘생긴 노송이 운치 있어 길을 걷는 즐거움이 있다.

축만제는 서호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수원화성의 서쪽에 있는 저수지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수원화성의 북쪽에 있는 저수지이기 때문에 만석거를 북지라 부른 것과 같은 이유이다. 우리의 무관심과 무지로 만석거와 함께 축만제라는 원래의 이름을 되찾는데 8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원래 이름을 되찾는 것은 뿌리를 찾는 일이기도 하지만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문제이기도 하다.

축만제 제방에는 잘생긴 소나무가 7그루 있다.

축만제 제방에는 잘생긴 소나무가 7그루 있다.



정조대왕은 1795년 수원화성 북쪽에 만석거를 축조하고 둔전인 대유평을 개척했다. 1799년에는 수원화성 서쪽에 축만제를 축조하고 서둔을 개척해 수원 백성들은 가뭄을 극복하고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수원이 근현대 농업혁명의 산실이 된 것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농업적인 전통과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유평은 주택가로 변했지만 서둔은 여전히 농업혁명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축만제 제방에서 보이는 드넓은 서둔 들판에서는 품종개량을 위한 벼농사를 짓고 있다. 병충해에 강하면서 수확량은 많고,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밥맛도 좋은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첨단 농업실험장이기도 하다. 정조시대부터 200여 년 이상 이어온 축만제와 서둔은 농업생산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의 쾌거라 할 수 있다.

축만제와 뒤에 보이는 여기산

축만제와 뒤에 보이는 여기산



축만제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다. 요즘처럼 코로나 19로 지친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걷고 또 걷는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어 보인다. 무표정하게 앞만 보고 걷는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해맑게 인사하는 코스모스와 눈을 맞출 수 있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도 보일 텐데. 호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좋은 음악이라도 들으면 스트레스도 날려버리고 기분도 상쾌해지리라.

축만제 둘레길은 약 2.45km이며 제방에는 '축만제'라고 쓴 표석과 200살쯤 되어 보이는 노송 7그루가 있다. 호방하고 당당하게 쓴 축만제 표석에서는 당대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소나무는 주변에 오염원이 없어서인지 생육상태가 대단히 양호해 수원에서 제일 잘 생긴 소나무 중 하나일 것이다.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노송지대의 소나무가 오염에 찌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축만제 표석, 호방하고 당당한 당대의 글씨를 통해 당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축만제 표석, 호방하고 당당한 당대의 글씨를 통해 당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제방 끝에는 축만제를 조망할 수 있는 멋스런 정자도 있다. 항미정, 1831년 화성유수 박기수가 건립하고 '서호(西湖)는 항주(杭州)의 미목(眉目)이다'라는 소동파의 시에서 따다가 이름을 붙인 것이다. 당대 지식인들의 자존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정자는 대부분 경관과 역사와 시가 결합해 운치 있는 이름인 경우가 많다. 선조들의 멋과 풍류를 엿볼 수 있다. 수원화성의 방화수류정이 대표적이다. 방화수류정은 군사시설이지만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냇물을 건넌다'라는 시에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축만제 서쪽에는 여기산이 있다. 나지막한 산이지만 선사시대 유적지가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며 백로 서식지가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해가 넘어갈 때면 저녁노을이 호수를 붉게 물들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수원사람들은 서호낙조라 불렀다. 수원8경의 하나이다.

축만제는 철새들의 보금자리이다. 겨울철새들이 날아들고 있다.

축만제는 철새들의 보금자리이다. 겨울철새들이 날아들고 있다.



축만제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도심 속 철새들의 낙원으로, 주변의 주민들에게는 어머니 품과 같이 따뜻하게 안아주고 지친 영혼을 위로해주는 곳이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코로나 19를 극복하고 희망을 안고 둘레길을 걸으면 어느새 가을 속에 있음을 느끼리라. 철새들도 날아오고 있다.

축만제,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 서둔,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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