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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칼럼】수원에서 부는 '작지만 큰 변화'
언론인 김우영
2018-09-17 09:10:08최종 업데이트 : 2018-09-17 10:37:21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공감칼럼, 수원에서 부는 '작지만 큰 변화'

공감칼럼, 수원에서 부는 '작지만 큰 변화'

축사, 인사말씀, 격려사, 훈시...

초등학교 때부터 '말씀'에 고역을 치르며 살았다. 왜 그리 말씀이 많았던지. 나이 어렸던 우리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교장선생님들은 왜 저렇게 재미없고 다 아는 내용을 매번 반복해서 말할까' 조회는 더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여름에는 운동장서 쓰러지는 학생이 생기고 겨울엔 발가락에 동상이 걸릴 정도로 오랜 시간 이어지는 '훈시'는 지겨웠다. 초·중·고등학교까지 그렇게 많은 훈시를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인생에 도움 된 한마디'는 없다. 그냥 시간 낭비였다.

 

에~, 그래서, 그러므로, 다시 말해서, 거듭 말하자면, 한 번 더 강조하자면, 마지막으로 또 다시...끝날 줄 모르는 연설.

 

그래서 지금도 말을 길게 하는 사람이 싫다. 신문기자를 하면서 기사작성 훈련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방과 말을 할 때엔 결론부터 짓고 그 후에 이유를 설해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가끔은 장황한 설명을 하는 상대방의 말을 끊어 원성을 사기도 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결론부터 말해봐"라며 말허리를 뚝 분질러 버리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요즘은 약간 덜해졌지만, 젊은 시절 아내에게도 이런 식이어서 잠자리에서 등허리를 보이게 만들었다.

 

알맹이 없거나 제 자랑 일변도의 길고 긴 말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몇 사람씩 계속되는 정치인들의 축사나 인사말도 반갑지 않다. 눈치 있는 정치인들은 아예 손사래를 치며 사양을 하거나, 아니면 "여러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정도 가벼운 덕담이나 축하인사 정도만 하고 내려오는데 오히려 큰 박수를 받는다.

 

필요한 축사나 대회사는 반드시 있다. 이를테면 문재인 대통령의 8월 15일 광복 73주년 경축사 같은 경우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길 바란다"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 특구를 설치할 것"이라는 내용과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제안하면서 "우리 경제지평을 북방 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돼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란 내용은 대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번잡스런 축사와 함께 눈에 가시 같았던 것이 '내빈석'이다. 나이 든 노인들이 아래 앉아 있는데 젊은 기관·단체장, 정치인이란 사람들이 단상에 마련된 내빈석에 떡하니 앉아 있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 수원시의 경우 오래전부터 단상의 내빈석을 아래로 내려놓긴 했지만, 의전행사가 끝나면 내빈들이란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 비어버린 앞자리가 민망스러웠다.

신작로 근대를 걷다 특별전(부국원)에서(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신작로 근대를 걷다 특별전(부국원)에서(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그런데 수원시가 앞으로 시 주관 모든 대내 행사에 이 내빈석을 없애기로 했단다. 그거 아주 잘했다. 물론 국가유공자들이나 유족들이 참석하는 3.1절, 8.15 광복절 같은 국경일이나 외국에서 온 손님을 모셔야 하는 국제행사일 경우는 의전이나 국제 관례상 어쩔 수 없겠다.

 

축사나 내빈소개도 국경일·국제행사를 제외한 모든 의식행사는 20분 내외, 실외 행사나 참석자들이 선 채로 진행되는 의식행사는 10분 내외로 제한했단다.

 

모든 행사는 시민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염태영시장의 의지가 작용했다. 따라서 앞으로 수원시 대내 행사에서는 내빈석이 없다. 대신 누구나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내빈 소개도 사회자가 하지 않고 전광판 등을 활용해 일괄적으로 알린다. 특별히 소개할 내빈이 있을 경우는 직위·이름만 소개한다. 내가 주인이다. 이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축사·환영사는 되도록 생략하기로 했다. 꼭 필요한 경우 주관 단체장 1명만 할 것이라고 한다.

 

과도한 의전도 생략된다. 시가 밝힌 과도한 의전 행위는 차량 문 열어주기와 우산 씌워주기, 의자를 빼주기, VIP 특별 다과 등이다.

 

다들 느꼈겠지만 참 보기 싫었던 장면이었다. 난 62년 동안 싫었다.

 

지금까지는 과도한 의전 때문에 행사의 주인공인 시민이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 않아도 행사에 아무 지장 없는 축사·격려사로 인해 행사시간도 길어졌다.

 

염 시장이 지난 8월 16일 민선 7기 비전선포식 기자회견에서 권위적 시정을 버리자, 지방정부를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사람'은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인 '과도한 의전'과, '행사를 위한 행사'를 혁신하는데 시장인 저부터 솔선수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람중심 더 큰 수원의 완성'을 향한 '작지만 큰 변화'인가. 말이라도 고맙다.

김우영 언론인

김우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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