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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직권남용죄' 무엇이 문제인가
법무법인 강산 임승택 변호사
2020-02-06 17:19:00최종 업데이트 : 2020-02-06 17:19:38 작성자 :   e수원뉴스
[법률칼럼] 직권남용죄 무엇이 문제인가

[법률칼럼] '직권남용죄'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정치, 법조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직권남용'이다. 일응 생각하기에 공무원 등이 그 직원을 남용하면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이때 남용의 범위를 넓히면 직무를 잘못한 사람은 모두 형사처벌되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직권남용의 국어 사전적 의미는 '직무를 핑계 삼아 직무에서 벗어난 행위를 함부로 하여 공무의 공정을 잃음'이다. 우리 형법은 제123조에서 직권남용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경우 성립하며,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대비되는 것으로 형법 제122조의 직무유기죄가 있는데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권남용죄 성립에 대한 대법원의 기준을 살펴보면,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서 '일반적 직무권한'은 반드시 법률상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것임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도 구별된다. 그것이 남용될 경우 직권행사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면 된다.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가의 판단 기준은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그 목적,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에서 볼 때의 필요성·상당성 여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위 대법원 법리에 기초한 직권남용죄 성립과 관련한 사례를 보면, 노동조합 파업 현장에서 경찰을 지휘하던 지휘관으로서 체포된 근로자를 접견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며 호송차량의 진행을 막은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안에서, 접견교통권이 인정됨에도 사법경찰관인 피고인이 체포 당시 상황을 고려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지 않은 채 판단하면 체포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자신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와 같은 결과를 용인한 채 피해자를 체포하였다는 이유로 직권남용체포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 사례가 있다.

그러나, 서지현 검사사건과 관련한 직권남용죄의 판단을 살펴보면, 법무부 검찰국장인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하여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특정 검사를 일정 지역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직권남용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 전보인사에서 인사권자의 직무집행을 보조 내지 보좌하는 실무 담당자는 여러 인사기준과 고려사항을 종합하여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이 사건 인사안은 그러한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법령에서 정한 검사 전보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위반하여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또한 최근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과 관련하여 대법원이 판시한 바는 직권남용의 적용을 더욱 더 엄격하게 보았다.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 사인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권에 대응하여 따라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그에게 어떠한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으나 상대방이 공무원이거나 법령에 따라 일정한 공적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임직원인 경우에는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직권에 대응하여 어떠한 일을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한 때에 상대방이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의 임직원인 경우에는 그가 한 일이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써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수석비서관실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라 함)에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정부의 지원을 신청한 개인·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과정 개입을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해당하나, 원심으로서는 위 직원들로 하여금 문체부에 각종 명단을 송부하는 행위,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행위를 하게 한 부분에 대하여는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이 종전에도 문체부에 업무협조나 의견 교환 등의 차원에서 명단을 송부하고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하였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의무 없는 일로 특정한 각 명단 송부 행위와 심의 진행 상황 보고 행위가 종전에 한 행위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을 살피는 방법으로 법령 등의 위반 여부를 심리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하는데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파기 환송하였다.

이 같이 최근에 대법원은 직권남용죄의 성립에 대하여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법리의 변경은 자칫 공무원의 잘못된 업무를 모두 직권남용죄로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국가 형벌권의 남용을 스스로 제한하기 위한 판단이 아닌가 한다. 최근 또다시 정치계, 법조계의 상황을 비추어보건대 직권남용죄가 계속하여 대두될 것으로 보이는 바, 각 법원들이 어떠한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각 사안마다 직권남용죄의 성부를 판단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임승택 변호사 저자 약력

임승택 변호사 저자 약력

법률칼럼, 임승택, 직권남용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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