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은 취준생(취업준비생)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절박한 계절이다. 이 기간에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기 때문이다. 이 관문을 뚫으려는 취준생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하겠다.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합격한 수원시 신규 공직자와 가족들 나는 취준생들에게만 고민이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천편일률적으로 잘 다듬어진(?) 취준생들을 앞에 놓고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면접관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야구장의 치어걸을 보는 기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 후배 K의 아들은 잘 나가는 기업체의 인사담당이다. 그러다 보니 신입사원을 뽑는 일이 그 중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면접장에 들어선 이들은 놀랍게도 똑같은 복장에 똑같은 화장, 똑같은 말씨와 태도를 보인다는 것. 마치 완구점 안의 인형들을 둘러볼 때의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래 전에 썼던 나의 동화 '예뻐지는 병원' 생각이 난다고 하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예뻐지려는 욕심 때문에 너도나도 얼굴을 성형하다 보니 급기야 사회에는 똑같은 얼굴의 사람들로 넘쳐나 큰 혼란을 겪게 된다는 내용으로 나의 첫 번째 동화책의 제호이기도 하다. 나는 그 동화책을 가까운 K에게 보냈고 K는 이를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아들에게 읽힌 것인데, 무려 5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기억의 창고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예뻐지려는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니, 옛날보다 지금이 몇 갑절 더하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면접 시의 원칙이 있다. 전문가의 정형화된 메이크업보다 스스로 한 자연스러운 화장이 더 낫다는 것. 태도와 말씨 또한 세련되다 못해 억지로 꿰맞춘 듯한 부자연스러움보다는 성심껏 예의를 갖춰 행하는 것이 면접관에게는 '진실성'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오래 전, 외국에 나가 있던 모 기업체의 직원들에게 어느 날 환호성을 지를 만한 빅뉴스가 전해졌다. 그간 열심히 일을 해준 덕분에 실적이 오르자 본사에서는 그들의 아내를 현지까지 보내줘 며칠 간 같이 있게 해준다는 소식이었다. 일테면 특별 위로휴가였다. 이 놀라운 소식에 들뜰 데로 들뜬 직원들은 아내를 맞으려고 공항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비행기가 도착하고 아내들이 입국장에 나타났을 때 그들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얼굴이 붉어졌단다. 비행기에서 내린 아내들이 어쩜 그렇게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화장에 똑같은 옷을 입고 왔는지! 알고 보니 아내들은 사전에 모여서 한 미장원에서 머리를 했고 백화점에 들러 옷을 샀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다들 붕어빵이 되고 말았다는 얘기였다. 나는 어디까지나 나다워야 한다. 그것을 보여주는 게 면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나'를 보여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건 꼭 취준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도 아닐 것이다. '인생'이라는 먼 길을 가야하는 우리들 모두에게도 해당된다고 본다. 남의 삶이 아닌 나답게 사는 일, 그게 곧 내 인생이어야 하니까.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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