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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사라지는 것들...인계동 옛길, 당수동시민농장, 대안공간 눈
언론인 김우영
2018-12-31 11:48:09최종 업데이트 : 2018-12-31 11:45:51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사라지는 것들...인계동 옛길, 당수동시민농장, 대안공간 눈

[공감칼럼] 사라지는 것들...인계동 옛길, 당수동시민농장, 대안공간 눈

최근 인계동 지역 일부가 재개발 추진사업으로 인해 비워지고 있다. 주인이 떠나간 을씨년스러운 빈집들, 상가들 가운데는 아직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또는 생계 때문에 이주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도 있어서 볼 때마다 더욱 마음이 아프다.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들(수기사)이 이 지역을 사진으로 담아 놓아서 그나마 좀 위안이 되긴 하지만 시집간 내 셋째 딸이 처음으로 분가해 나와 살림을 꾸렸던 그 골목길을 보면 애잔하다.

어느 가을 시 쓰는 친구와 함께 막걸리에 취해 걷던 그 길, 수여선이 지나던, 화성역이 있던 그 동네를 지날 때마다 추억이 새록새록 솟는다. 정겨운 골목길들, 한가한 날 일부러 시간 내 걷기도 하던 그 옛길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 한 쪽이 허전해진다.

사라져 가는 것들이 요즘 더 눈에 밟힌다. 지난해 마지막 수확의 즐거움과 심신의 힐링을 주고 문을 닫은 당수동 시민농장도 그렇다. 시내버스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칠보산 아래 시민농장이 있다. 계절에 따라 코스모스, 해바라기, 연꽃이 가득했던 그곳 작은 텃밭에 옹기종기 모여 농사를 짓던 도시농부들, 거기서 벌어지던 크고 작은 축제들, 그리고 나처럼 그냥 그 분위기가 좋아서 찾아가곤 하던 사람들은 이제 볼 수 없게 됐다. 얼마 후면 거기는 또 상전벽해(桑田碧海),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고층 아파트 숲이 되어 있으리라.

또 하나 수원의 명소가 사라졌다. 지난 12월 26일 '밸런스패치'라는 전시회를 끝으로 문을 닫은 '대안공간 눈'.

이 소식을 들으며 먼저 이윤숙 대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주 가보지 못했고 도움을 주지 못했다. 나는 미술인은 아니지만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교유했던 문인으로써, 그리고 지역 신문의 문화부장을 지냈던 언론인으로써 그걸 지켜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크다. 대안공간 눈

대안공간 눈.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대안공간 눈은 순전히 이윤숙 대표와 남편 김정집 씨의 의지와 희생으로 유지해왔다. 부부가 사비를 들여 개관했고 운영했다. 김찬동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은 얼마 전 경기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15년간 사비를 들여 공간을 운영하며, 신진작가 발굴과 그들에 대한 창작발표 공간지원을 수행해 왔다. 공공이 감당해야 할 부분을 사적 공간에서 공공성을 유지하며 수원과 경기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창의성을 높여왔다"고 평가했다.

신진작가 발굴과 함께 원도심인 행궁동의 도시재생을 위한 벽화골목 조성, 국제 레지던시 운영 등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나갔으며 2011년에는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했다고 밝힌다.

대안공간 눈은 전시기회를 얻지 못하는 지역 작가들과 신진작가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줬다. 하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 세월동안 이윤숙 대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김찬동 소장이 "경제적 요인보다 운영자를 더 좌절시킨 것은 주변의 몰이해, 그로 인한 자존감의 실추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듯이 이 대표를 힘들게 한 것은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많은 이해와 격려, 성원도 있었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의욕을 잃게 만든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3일에 시작돼 26일에 끝난 마지막 전시 '밸런스패치'를 본 e수원뉴스 김소라 시민기자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이용되며 실험적인 작품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는 대안공간 눈은 수원의 보물 같은 장소였다"고 회고 한다.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새로운 의미로서의 재생을 지닌 공간이라면서 "그동안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어렵게 운영해 온 성과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듯"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대안공간 눈 마지막 전시회에 가지 못했다. 연말 계속된 술자리 때문이다. 지난 12월 12일 끝난 수기사 '이주-인계동' 전시회에 갔을 때 그곳에 딸린 카페에서 커피한잔 사서 마시지 못하고 나온 것도 후회가 됐다. 혼자라서 쑥스러웠기 때문이다.

대안공간 눈이 있어서 그 동네가 좋아 보였다. 전에는 별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그 골목길들도 일부러 걸어보곤 했다. 아쉽다. 그나마 '예술공간 봄'이 남아있어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사라지는 것들, 지구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2019년엔 또 어떤 것이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까?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당수동시민농장, 대안공간 눈, 언론인 김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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