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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꽃미남 NO, 훈남(?)변호사 기대
법무법인 강산 임승택 변호사
2019-01-16 18:31:40최종 업데이트 : 2019-03-05 14:39:22 작성자 :   e수원뉴스
[법률칼럼] 꽃미남 NO, 훈남(?)변호사 기대

[법률칼럼] 꽃미남 NO, 훈남(?)변호사 기대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연수원동기인 대학선배의 결혼식장에서 대학동기이자 단짝이었던 친구를 몇 년 만에 만났다. 그 친구는 힘든 가정형편으로 어린 나이에 가방공장에서 일했고, 이후 고등학교졸업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였다. 그리고 대학 4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지금 판사로 재직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 친구를 알게 된 대학 1학년 때를 회상해 보면, 그는 늘 강의실 한 모퉁이에 남루한 모습을 하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정말 그 모습은 마치 지금의 노숙자 행색과도 다를 바 없었다고 기억되는데 그래서인지 그 친구가 앉은 자리 주변에는 다른 학생들이 앉지 않았고, 그 친구는 늘 혼자였다. 학교 내에서는 학생 아닌 이상한 사람이 강의실에 출몰한다는 괴상한 소문까지 돌았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헌법강의시간에 늦어 급하게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앉고 보니 그 친구 옆자리였다. 순간 당혹스러웠다. 당시 강의는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질문을 하고, 토론 시간을 준 뒤, 몇몇 학생에게 답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내 주변에는 그 친구 외에는 달리 토론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그 친구와 몇 마디를 나누게 되면서 처음의 당혹함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 친구는 이미 출중한 법률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무엇보다 남다른 유머감각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생활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줄 아는 품성을 갖추고 있었다. 그 이후 강의시간에 같이 앉는 일이 많아졌고, 사법시험공부도 같이 하고 법률마인드와 지식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비록 그 친구가 먼저 합격하여 예전과 정반대로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존재가 되었지만 현재까지도 그 친구와의 우정은 계속되고 있다.

대학생활 중 어느 날 나는 그 친구에게 "넌 참 대단해"라고 말했더니, 그 친구는 대뜸 나에게 "나랑 같이 다니는 네가 더 대단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당시 나는 그 친구와 같이 다니는게 좀 창피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의 말에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요즘 '꽃미남'보다 더 인기있는 훈훈하게 정이 가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인 '훈남'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 그 친구의 형편과 차림새로는 꽃미남을 흉내 낼 수도 없었지만, 세상과 타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줄 아는 품성과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탓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그 친구야말로 과히 훈남의 칭호를 누릴 만하다고 본다. 그 친구는 지금도 여전히 훌륭한 품성과 유머감각을 지니고 있다. 판사로서의 진중함까지 보태서 말이다.

일반 사람들은 변호사란 직업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존중과 부러움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고, 약삭빠른 사람이라고 보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 미국에도 'Lawyer is bad neighbor' 이란 말까지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최근 변호사의 급증으로 변호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익의 대변자로서의 변호사의 책무는 변호사 스스로도 내팽개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 때문에 변호사가 된 이후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소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할 때가 많다.

변호사로 첫 출근을 한 대부분의 연수원수료자들이 그랬을 테지만, 변호사로서 의뢰인과 상담을 하고, 사건을 접하는 순간, 느껴지는 당혹감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고시공부와 연수원에서의 명료하게 정리된 사실관계에 익숙해져 있는 나로서는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 앉아 그의 금전관계, 인간관계, 가정생활 등 처음 만남으로서는 나눌 수 없는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실관계를 법률과 엮은 다음 이를 의뢰인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상담하랴, 서류챙기랴, 서면작성하랴, 기일챙기랴 등등 변호사가 행하는 모든 절차에서 어설프고 허둥대는 자신을 발견하고, 한꺼번에 밀려드는 사건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끙끙대는 모습에서 '변호사가 이래선 안되는데'라는 생각과 회의가 물밀듯이 밀려들기도 한다.

이제 변호사로서 3년차에 접어들었다. 이젠 변호사로서 처음 맛보았던 당혹감보다는 어느 정도 변호사의 업무에 익숙해졌을 뿐 아니라, 빡빡한 고된 업무에 적응해 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나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조금 생겼다.

변호사가 가지는 의뢰인의 재산․가정에 대한 보전의 책임에 대한 무게는 비록 단순히 계약관계에 기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깨를 마구 짓누르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애초의 어설픔은 능숙함으로 변하고 또한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변치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 변호사로서 첫 출근을 했을 때, 처음으로 법정에 섰을 때의 그 열정과 사명감, 내 벗에게서 보았던 '훈남'의 그 따뜻한 시선과 품성이 그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유지한다면, 진정으로 '잘해나가고 있는' 변호사, 즉 '훈남'(?)변호사라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임승택 변호사 약력

임승택 변호사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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