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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이 사는 즐거움
윤수천/동화작가
2017-12-17 17:25:06최종 업데이트 : 2017-12-25 10:46:43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필자는 오늘날까지 내 차를 가져본 적이 없다. 자동차운전면허증이 없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집사람은 내가 겁이 많아서 차를 안 갖는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솔직히 말해 차를 갖고 싶은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다. 때에 따라서는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차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었다.

내 차가 없다 보니 자연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 주로 버스를 이용하지만 가끔 전철을 이용할 때도 있다. 택시를 타야 할 땐 택시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교통비를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전철은 경로우대로 무료인 데다 버스는 환승제로 덕을 보니 나 같이 차 없는 사람 살기엔 참 좋은 사회다.

이런 나와는 달리 집사람은 종종 차 없는 데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한다. 남들은 하다못해 막국수 먹으러 갈 때도 보란 듯이 차를 타고 가는데 우린 뭐냐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찌감치 나라도 운전 면허증을 땄어야 했는데 하며 구시렁거린다. 그럴 때 난 못 들은 척하는 게 상책이다. 밖에 나가면 널린 게 버스요, 택시인데 어쩌고 했다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그 정도는 그래도 약과다. 가끔이긴 하지만 부부모임에 나갈 땐 얼굴이 말이 아니다. 그럴 땐 하는 수 없이 택시를 부른다. 택시라도 타고 가야 주먹만 하게 나온 집사람의 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차 없이 사는 즐거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게 '완전한' 자유(自由)다. 차에 구속당하지 않는 그 즐거움, 만약에 내가 차를 가졌다고 가정해보자. 차에 기울여야 하는 정신적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관리 문제에서부터 주차 문제는 고사하고 자칫 접촉 사고라도 났다 하면 이건 나 같이 마음 여린 사람은 그야말로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일 게 뻔하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가질 수가 있다. 운전에 신경을 안 쓰게 되니 창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가 있고, 신문이나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머릿속으로는 글에 대한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나들이도 없다. 다행히 시력은 지금도 좋은 편이어서 흔들리는 차 속에서도 독서가 가능하니 이 또한 감사할 일.

내가 차를 안 갖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점이라 하겠다. 남의 차를 빌려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정신적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를 단순한 거리 이동이 아니라 '창작 여행'이라고 한다.
날아가는 연.

나의 작품 가운데는 창작 여행에서 얻은 것이 많다. 동화 '정승과 연할머니'도 버스여행 중 연 날리는 아이를 보고 떠오른 상상이다.(사진/강제원, 수원시포토뱅크)

고백하건 대, 나의 작품 가운데는 이 창작 여행에서 얻은 것이 많다. 동화 '정승과 연할머니'도 그 중 하나다. 어느 해 겨울, 버스로 서울을 다녀오는데 과천 근처 작은 언덕에서 연을 날리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그 때 퍼뜩 하나의 생각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게 아닌가. 연을 날리는 그 아이를 할머니로 바꿔 놓고 싶었던 것.

연 날리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 소년이 어느 날 장난기가 발동하여 연에다 글을 써가지고 날려 보낸다. '이 연을 갖는 사람이 소녀일 경우에는 내 아내가 되리라!' 줄이 끊긴 연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버리고 소년 역시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소년은 열심히 공부하여 관리가 되고 지위가 높아진 끝에 정승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어느 해 겨울, 지방 시찰을 갔다 오다가 눈이 너무 내리는 바람에 한 고을에서 머물게 된다. 그 고을 원과 마주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하던 중 원으로부터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기 고을에는 이상한 할머니 한 분이 산다는 것이다. 겨울이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뒷동산에 올라 연을 날린다는 것. 그 얘기를 듣던 정승은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어 이튿날 그 할머니를 찾아 나선다. 그러고는 할머니의 슬픈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 날, 빨래를 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줄이 끊긴 연이 펄럭이며 내려오더라는 것. 그 연을 받아보니 웬 글이 적혀 있더라는 것.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글을 본 순간 이미 자기는 그 연을 날려 보낸 사람의 아내가 된 듯한 기분이 들더라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그 사람이 꼭 나타날 것 같아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얘기를 들은 정승은 서울로 오자마자 관복을 벗어 임금님께 바친 뒤 낙향하여 여생을 반성하며 지냈다는 이야기다.

차 없이 다니다 보니 이런 횡재(?)도 얻는다. 이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가.

윤수천, 동화, 자동차, 운전면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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