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가을 한 조각
최형국/역사학 박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 상임연출
2017-10-22 11:43:27최종 업데이트 : 2017-10-22 11:41:43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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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가장 걷고 싶은 길은 화성과 맞닿아 있는 장안공원길과 수원천길이다. 화서문부터 장안문까지 이어지는 허리가 긴 장안공원 길은 산책로와 함께 넓은 잔디밭이 조성되어 도심 속 휴식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사귀와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수원의 가을을 가장 멋지게 표현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비록 1번 국도를 옆에 끼고 있지만, 그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지날 때면 도심의 소리 보다는 자연의 소리가 더 가깝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 길을 걷다보면 배가 출출해질 수도 있는데, 수원에서 오랜 된 맛집들이 작은 골목 여기저기에 숨어 있으니 낡은 간판만 보인다고 외면하면 그 맛을 놓치기 쉽다.
거기에 햇살이 가득한 날에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물가에 앉아 발을 담그고 노는 모습도 아련한 풍경처럼 다가오는 곳이다. 어른들은 수원천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 밑에서 서너명씩 모여 장기판에 머리를 맞대고 '장군이오, 멍군이오'를 소리높여 외치며 시간가는 줄을 모르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수원화성에서 가을 한 조각을 찾으려면 꼭 용연으로 가보시라. 꼬리 긴 버드나무를 따라 가을이 천천히 다가온다. 최근에는 수원천변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완성되어 광교산부터 오산까지 이어지는 긴 코스를 내달리는 자전거동호회의 모습도 그림처럼 다가오는 곳이다. 거기에 가을의 초입에는 '수원화성문화제'의 작은 축제로 등축제가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한지 옷을 입은 다양한 군상들이 수원천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그곳에는 수원 화성을 지켰던 장용영 군사들 익혔던 '무예24기'를 수련하는 모습부터 을묘년에 정조임금님이 화성에 행차했던 여러 장면들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수원 천변길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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