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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칼럼] 수원에서 남북 ‘평화치맥축제’가 열린다면
언론인 김우영
2018-11-26 09:21:31최종 업데이트 : 2018-11-26 09:39:14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 칼럼] 수원에서 남북 '평화치맥축제'가 열린다면

[공감 칼럼] 수원에서 남북 '평화치맥축제'가 열린다면

우리가족은 6.25 전에 월남했다. 이른바 '3.8따라지'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고향은 평안북도 선천군 선천면 태화동 오리정거리다.

뭐, 안 그런 사람들이 없겠지만 "우리 땅을 밟지 않고서는 신의주로 올라갈 수도, 평양으로 내려갈 수도 없는" "동네 앞산에서 저 끝 뒷산까지가 우리 땅"이었단 소리를 어렸을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러면 뭐하나, 남쪽으로 내려와서는 친척 하나 없는, 기댈 언덕 하나 없는 적수공권(赤手空拳)이었다. 덕분에 나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군대에서 제대한지 얼마 안 되는 어느 초가을 저녁 아버지와 마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다가 또 그 얘기가 나왔다. 선천에서의 소년 시절 이야기, 그리고 만주와 북경에서 살았던 때의 이야기 등이 다 끝나고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한잔 드시니 더욱 고향생각이 나셨을 것이다.

그때 내가 말했다.

"그 땅문서 태워버립시다"

아버지는 그때까지 "통일만 되면 그 넓은 땅이 모두 네 것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땅문서를 잘 보관해야 한다"고 당부하시곤 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북의 토지 개혁으로 이미 땅은 국가 소유가 됐고, 거기 주민들이 그 땅에서 몇 십 년 동안 농사를 짓고 있는데 어떻게 내 것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 말을 들은 아버지는 묵묵히 일어나더니 안방 장롱 속에 고이 보관해왔던 땅문서를 들고 나와 마당 한끝에서 타고 있는 모깃불에 던져버렸다.

"그래 자네 말이 맞다. 어차피 나도 그 땅 주인이 아니었지"라며 막걸리 한 사발을 쭈욱 들이키셨다.

그리고 지금 남북 사이를 꽁꽁 얼렸던 냉기류가 풀리고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서로의 신뢰를 기반으로 남북 자유왕래가 가능해지고 나 죽기 전에 평화 통일도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만약 자유왕래가 이루어진다면 제일 먼저 어디를 갈 것인가? 백두산도 좋고 평양성과 개성 왕궁터, 묘향산, 개마고원도 가보고 싶지만 그보다도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고향 선천이다. 선천면 태화동 50번지 아버지가 태어난 곳에 가서 술잔을 올릴 생각이다. 술을 워낙 좋아하셨던 아버지이므로 큰 잔에다 가득, 연거푸 석 잔은 올려야 성에 조금 차실 것이다.

남북 화해와 교류의 봄바람은 수원시에도 불어오고 있다. 21일에는 이비스 앰배서더 수원 호텔에서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300인 원탁토론'이 열렸다. 이날 '내가 생각하는 한반도 평화 실현 방안', '수원시 남북교류 협력사업'의 우선순위가 선정됐는데 참석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분야'로 꼽은 것은 '사회·문화적 교류'(56%)였다. 자주 만나야 된다는 것이다. '경제적 협력'(26%)과 '인도적 협력'(16%)도 중요하지만 최우선 순위는 아니었다.
21일 이비스 앰배서더 수원 호텔에서 열린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300인 원탁토론'

21일 이비스 앰배서더 수원 호텔에서 열린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300인 원탁토론'

수원시가 할 수 있는 남북교류 협력사업은 '여행문화 교류를 통한 자유로운 여행'(34%), '예술 및 식문화 교류를 통한 단일의식 고취'(14%)·'교육 및 연구 지원을 통한 시민인식 개선'(14%) 등이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강연도 인상 깊었다. "남한과 북한 사이에 군사장벽이 허물어지면 사회·문화·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질 것" "적대관계가 청산되면 우리나라는 군비를 줄일 수 있고, 그만큼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는 말이 귀에 착 들러붙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0월 2일 열린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정기회의에서는 수원형 남북교류사업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아버지의 호주(豪酒) 유전자를 물려받아 술꾼이 된 나에게 가장 눈에 띈 사업은 수원 통닭거리와 북한의 대동강 맥주를 연계한 '평화치맥축제'였다. 하, 이거 참 기발한 생각이다. 나도 수 십 차례의 중국 여행 시 북측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이 대동강 맥주를 마셔봤지만, 솔직히 우리나라 맥주보다는 내 입맛에 맞았다. 이 맥주에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수원통닭거리의 치킨이 어우러진다면... 캬아, 생각만 해도 즐겁다.

북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무예도보통지'와 수원에서 매일 시연되고 있는 '무예24기'의 만남, 수원시립 무예24기 공연단의 북한 공연에 이은 남북합동공연단 구성도 생각해봄직하다.

아주 어려운 일들은 아니다. 이처럼 남과 북이 어깨를 마주대고 함께 간다면 머지않아 나도 아버지의 고향에 술 한 병 챙겨들고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평화치맥축제, 남북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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